임대료 싸졌다지만…
보증금 3배에 렌털까지 

2020년 3월이면 역세권 청년주택의 첫 입주가 이뤄진다. 서울 서대문 충정로가 시작점이다. 하지만 출발이 상큼하지만은 않다. 교통이 편리한 곳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낮은 임대료 대신 높아진 보증금, 가전제품 렌털료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8년 뒤에는 임대를 장담할 수도 없다. 역세권 청년주택, 궤도를 잘 찾은 게 맞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첫번째 역세권 청년주택을 가봤다. 

서울시는 2016년 역세권 청년주택 계획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서울시는 2016년 역세권 청년주택 계획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만들자.” 2016년 서울시는 고밀도로 개발되지 않은 역세권 인근에 임대주택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가 없어 교통수단이 좋은 곳에 자리 잡는 것을 원하는 청년층을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사업에 필요한 모든 돈을 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민간업체에 기회를 줬다. 건설현장의 인허가를 빠르게 해주는 대신, 임대주택을 만들고 운영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거였다. 

물론 민간에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았다. 임대료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발표 당시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를 시세의 ‘60~80 %’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대학가 원룸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각각 1000만원, 5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가 30만~40만원 수준으로 내려간다는 거였다.

2016년 시작된 계획은 2020년 첫번째 입주가 시작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충정로(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와 구의동(구의동 옥산그린타워)에 들어서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총 573세대(충정로 499세대ㆍ구의동 74세대)다. 하지만 출발이 상큼해 보이진 않는다. 지난 10일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 입주를 위한 현장 상담이 시작됐지만 ‘청년’ 없는 ‘청년 주택’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발목 잡은 보증금 대출 = 입주 예정자의 불안감을 키운 것은 대출이었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는 애초 보증금의 50%까지 대출해주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계약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주 예정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사업 보증을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주택은 임대사업을 할 때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보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는 계약을 시작하는 날까지 대출 보증을 받지 못해 입주 예정자의 고민이 커졌다. 이유는 준비 없는 행정에 있었다. 계약이 시작되는 10일에야 서울시가 대출을 지원하고 나중에 사업자가 HUG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장에서 대출안내 업무를 하는 SH 관계자는 “전체 보증금의 50% 수준, 최대 4500만원까지 서울시에서 입주 예정자에게 대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절차대로 사업자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임대사업보증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제 보증 허가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 불안감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 임대료 내려가니 보증금 껑충 = 대출 한도를 향한 아쉬움도 있었다. 모든 역세권 청년주택은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으로 나뉜다. 차이점은 임대 주체와 임대료다. 서울시가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은 16㎡(약 4.8평ㆍ대학생) 기준 보증금 1656만원, 월 임대료 7만원에 임대할 수 있다. 호실의 90%를 차지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경우 같은 면적을 임대할 때 보증금 3650만원, 월 임대료는 34만원이다. 공언한 대로 임대료는 30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보증금은 3배가 됐다. 

임대료의 50%인 1825만원까지는 대출이 가능하지만 남은 절반인 1825만원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인 원룸 보증금의 3배 수준인 보증금에 “‘월 30만원’의 저렴한 임대료라도 고액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옵션 없는 임대주택 = 대출 지원은 막판에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빈 부분도 있다.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에 들어가는 가전제품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청년층을 위해 만든 임대주택이지만 냉장고ㆍ세탁기 등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이용하려면 가전제품 렌털을 신청해야 한다. 임대주택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전제품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오피스텔형 원룸을 임대할 때 거주 희망자들은 풀옵션 원룸을 찾는다. 대형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입주상담소에서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렌털 비용을 계산해봤다. 세탁기(9㎏)와 냉장고(114L)를 2년간 사용한다고 계약한 경우 매월 1만6800원, 총 20만1600원이 필요하다. 에어컨 역시 빌려야 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가전제품 대여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전기 요금은 모두 별도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다른 신축 오피스텔에 임대를 들어가도 풀옵션 가전제품을 이용하는데 이용료를 내지는 않는다”며 “이용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은 임대주택의 향방 = 첫번째 역세권 청년주택은 시공까지 마무리됐지만 과제도 숱하다. 가장 큰 과제는 ‘한정된 시간’이다. 의무임대기간인 8년이 지나면 임대주택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역세권에 자리해 높은 접근성을 가진 주택에서 청년들이 더는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지 못한다는 거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특별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지원에 관한 조례’에서 정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지원 조례를 보면 임대주택을 국가가 사들일 수 있는 방안도 있다. 

SH가 전체 면적의 30% 이하 수준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는 거다. 서울시는 올해 264억원을 투입해 역세권 청년주택 2054호를 매입할 계획이다.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더라도 SH의 자산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공임대로 사용할 수 있다.

3월부터는 충정로 청년주택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다.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청년층을 위한 주택이었던 만큼 쏠렸던 관심과 기대도 컸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총 37개 단지, 1만2230호다. 적은 수가 아니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희망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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