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 부진 어디까지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기다리던 유통업계에 또다시 한파가 몰아쳤다. 조금씩 살아나던 소비심리에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은 건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코로나19)’였다. 사람들은 외출을 꺼렸고, 면세점과 백화점, 마트는 확진자가 다녀갔단 소식에 문을 닫았다. 다시 찾아온 겨울, 언제까지 갈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코로나19 속 화장품 업계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한파가 몰아쳤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한파가 몰아쳤다.[사진=뉴시스]

올해 초 유통업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업계 전망은 다소 긍정적이었다. 내수 부진은 이어지겠지만 소비심리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데다 저마다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특히 화장품과 면세점 업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訪韓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 인바운드 규제가 완화될 거란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그러던 1월 중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집어삼킨 거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순 없었다.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점점 그 수가 늘어나자 소비자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었다. 확진자가 다녀갔단 소식에 몇몇 점포는 문을 닫았고, 감염 우려에 유통채널을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 업종 특성상 각종 이슈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이슈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화장품과 면세점은 어떨까. 주가는 바로 반응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22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1월 18~19일은 주말이었던 관계로 17일 기준·23만6500원) 대비 4.9% 하락했다. 

LG생활건강 주가도 1월 17일 140만6000원에서 1월 20일 138만7000원으로 1.4% 빠졌다. 호텔신라는 그 하락폭이 더 컸다. 10만8500원이던 주가가 10만3000원으로 내려앉았다. 이런 추세는 현재까지 이어져 2월 12일 현재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8만9500원, 호텔신라 주가는 9만7600원을 기록했다. 

5년 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때는 어땠을까. 첫 확진자가 발생한 건 2015년 5월 20일이다. 첫 확진자 발생 직전인 5월 19일 42만8000원이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메르스 확산세가 이어지던 6월 2일엔 37만원으로 급락했다. LG생활건강의 주가도 2주 만에 88만2000원에서 76만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2~3개월은 바닥 예상

하지만 두 업체의 주가는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 그해 12월 23일, 정상궤도에 올라 각각 41만4500원, 103만5000원으로 장마감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하는 근거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감염자 중 사망자가 발생하면 한번 더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있지만 추가적인 주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사스(2003년), 메르스(2015년) 사태를 돌아보면 전염병이 소비 관련 데이터에 미치는 영향은 3개월 이내였다”면서 “2015년 5월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를 보면, 유통 업체들의 주가는 7월 하순을 저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완화되거나 종식되는 시점부터 주가가 다시 반등할 거란 분석이다.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다시 박종대 애널리스트의 얘기를 들어보자. “메르스 때보다 치사율은 낮지만 전파력이 높고 규제도 엄격하기 때문에 업체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메르스 때도 2~3개월은 L자 형태의 부진을 이어갔다.”
한국기업평가㈜는 “실적 저하폭은 업체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체별로 화장품 부문 비중과 상황에 따라 다를 거란 얘기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매출액에서 화장품 부문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상황이 장기화하면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퍼질 수 있다.[사진=뉴시스]
상황이 장기화하면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퍼질 수 있다.[사진=뉴시스]

반면 LG생활건강은 58%로 화장품 사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게다가 고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서 실적 감소폭을 줄일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분석한 ‘코로나19가 실적에 미칠 영향’ 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아모레퍼시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기준, 향후 3개월간 16%, LG생활건강은 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 역시 영업이익이 16% 감소할 거라고 추산했다.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LG 생활건강보다 아모레퍼시픽과 호텔신라의 손실이 더 큰 건 중국 매출과 화장품 매출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한 감정과는 다르다”

채널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면세판매 비중은 아모레퍼시픽보다 LG생활건강이 높다. 하지만 한국기업평가는 단기적으로 면세 판매가 줄어들겠지만 중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가 뭘까. 면세점 화장품 고객이 유커에서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으로 바뀌어서다. “객단가가 높은 따이공들은 현재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의 확산이 국내외 이동을 제약하고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화장품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태 때의 반한反韓 감정과는 다르기 때문에 사드 사태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할 수 있어서다. 상황을 지금보다 더 악화시키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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