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 규제 먹히고 있나

정부가 도시정비사업 규제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도시정비사업 규제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잠잠했던 도시정비사업지에 다시 입찰 바람이 불고 있다. 2019년 서울시가 5000가구에 육박하는 규모로 진행되던 한남3구역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2020년 들어 강남 아파트 재건축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물산도 오랜만에 재건축 사업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꿈틀거리는 재건축 시장은 정부 규제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주택 사업에 관심을 잃은 것처럼 보였던 삼성물산이 오랜만에 재건축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월 10일 열린 반포주공1단지 3주구 현장설명회였다. 3주구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만 8000억원, 1490가구 규모다. 업계 1위 건설사가 다시 재건축 사업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부가 규제하는 도시정비사업이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신호로 봐야 할까.

정부는 2017년 6월부터 꾸준히 강남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려고 시도했다. 방법은 정비사업 규제였다. 서울 내 신규 주택 공급은 대부분 아파트 재건축이나 노후 주택 재개발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9년 서울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76%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통해 만들어진 신규 주택이었다. 10채 중 7채 수준이니 정비사업으로 아파트가 공급되는 비중이 상당했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잡아 시장 안정을 시키고자 할 때 도시정비사업 규제를 빼놓지 않는 이유다. 

가장 직접적인 규제 중 하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였다. 2017년까지 시행이 미뤄졌지만 2018년부터는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피할 수 없었다. 재건축 부담금은 조합원이나 일반 분양 물량의 아파트 가격에서 개발 비용과 개발 시점의 주택 가격 등을 제외하고 부과율을 곱해 계산한다. 

국토교통부가 강남 4구(강남ㆍ강동ㆍ서초ㆍ송파구)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1인당 평균 3억7000만원의 재건축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건축으로 얻을 수 있는 사유재산에 과도한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금세 힘이 빠졌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헌법 소원에 ‘문제없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2014년 모습을 감췄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6년 만에 시작된 것도 규제의 일단이었다. 예전에 시행됐을 때처럼 전국이 대상은 아니었지만 재건축 시장에 미친 영향은 상당했다. 개포주공1단지, 둔촌주공4단지 등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2020년 4월 이전으로 분양을 앞당겼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가격이 오른 상태로 후분양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규제가 실질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바로 안정시킨 것은 아니지만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시공사도 감시 대상

시공사에 가해지는 규제도 촘촘해졌다. 암암리에 이뤄지던 ‘홍보 활동’을 감독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조합원에게 직접 찾아가 선물을 제공하거나 밀접한 홍보 활동을 했던 ‘OS(아웃 소싱ㆍOut Sourcing) 요원’들은 건설사와는 별개의 인원으로 간주됐다. 이 과정에서 금품을 전달하다 적발이 돼도 OS 요원을 고용한 회사의 책임은 없었다. 

그러나 정부가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까지 들여다보면서 금품을 전달하거나 과도한 홍보활동을 펼치는 행위는 모두 규제 대상에 들어갔다. OS 요원의 금품ㆍ향응 제공 행위도 해당 요원을 고용한 건설사의 책임이 됐다는 거다.

서울시는 한남3구역 정비사업에 입찰한 3개 건설사를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사진=뉴시스]
서울시는 한남3구역 정비사업에 입찰한 3개 건설사를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사진=뉴시스]

건설사가 조합에 홍보하는 ‘특화 설계’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특화 설계는 자재 품질을 높이더라도 가격 정보를 제대로 써놓지 않아 마치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형태가 되기도 했다. 실제 금품을 전달하지 않았어도 조합원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거다.

정부는 ‘특화 설계’에도 구체적인 가격 정보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9년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과장 홍보나 특화 설계 제안 등으로 서울시에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성과를 거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아직 작동하지 않았고 분양가 상한제 역시 유예기간인 4월 이전으로 분양 시기를 앞당기는 단지가 생겼다. 대규모 사업이 없다 보니 덩치가 큰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에 여전히 목을 매는 것도 시장 안정에 역효과를 내고 있다. 

수사해도 ‘무혐의’

실제로도 그렇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현장설명회에 입찰 의향서를 내고 참석한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 내에 드는 7개사다.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참가했던 3개 건설사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건설사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범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요건을 갖추는 것이 까다롭다는 거다. 

서울시는 재건축 비리를 향한 칼끝을 거두지 않았지만 정비 시장 규제가 제대로 먹히는 모양새도 아니다. 2019년 10월, 11월 연이어 1만1000건을 넘겼던 서울 아파트 거래 수도 12월에는 9363건으로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거래 건수는 가격에 선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시장 안정 지표로 보이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또 다르다. 2019년 1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완전히 냉각됐던 때의 거래 건수는 1000여건이었다. 2020년 1월 서울 거래 건수는 3000여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은 강남 아파트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재정비 사업장과 부동산 시장을 압박한 규제가 효과를 냈다는 주장이지만 시장 곳곳에서 보이는 지표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시장은 잠잠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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