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예비부부의 재무설계 中

양보는 신혼부부가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이다. 치약 짜는 방법, 수건 접는 횟수까지 모든 게 다를 수밖에 없는 두사람이 함께 생활하려면 배려하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 재무설계를 할 때도 같은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돈 문제는 부부관계를 악화하는 요인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예비 신혼부부의 가계부 작성을 도왔다.

결혼 전 함께 가계부를 작성해 보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 전 함께 가계부를 작성해 보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혼부부나 예비 신혼부부 중엔 가계부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이들이 종종 있다. 각자의 생활패턴이 녹아 있는 두 사람의 가계부를 하나로 합치려니 고민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다. 서로 다른 용돈 액수를 맞추는 것에서부터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지출을 따지다 보면 여가생활과 취미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부모님 용돈처럼 민감한 항목도 있어 자칫하면 서로 맘 상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혼 전부터 충분한 대화를 거쳐 함께 가계부를 작성해 봐야 하는 이유다.

이번 재무상담의 주인공인 강현민(가명·38세)씨와 김지연(가명·34세)씨도 결혼을 앞두고 가계부를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3월 살림을 합치기로 한 두 사람은 현재 각자 생활하고 있는데, 강씨는 자취를 하고 김씨는 부모님과 함께 산다. 서로의 생활패턴이 다른 만큼 둘의 가계부의 구성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월 285만원을 버는 강씨는 총 지출 321만원 중 60만원을 공과금(10만원)과 월세(50만원) 등으로 쓰고 있는데, 이는 김씨에겐 없는 지출항목이다. 229만원을 버는 김씨는 지출 232만원의 상당 부분을 보험과 금융성 상품(100만원)에 투자하고 있다. 강씨(41만원)의 두배가 넘는 액수다. 동거를 하게 되면 월세를 함께 내거나 공동으로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등 따져야 할 게 많아진다. 결혼 전 두사람이 함께 가계부를 써 보고 미리 여유자금을 확보해 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지난 1차 상담에서 두사람은 각자의 소득과 지출을 놓고 가볍게 재무 설계를 받았다. 강씨는 데이트 비용(80만원→40만원)과 부모님 용돈·명절비(월평균 25만원→20만원) 등 45만원을 줄였다. 김씨도 데이트 비용(40만원)에서 20만원을 빼 그중 10만원을 식비로 전환했다. 살림을 합쳐 식비가 늘어날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총 39만원 적자였던 둘의 가계부도 16만원 흑자가 됐다.

자! 아직 줄여야 할 게 산더미다. 먼저 두사람의 통신비(18만원)다. 최신 스마트폰에 별 관심이 없는 부부는 따로 기계값을 내고 있진 않았다. 대기업 이동통신사의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통화시간이 길지 않아 알뜰폰으로 전환해도 괜찮을 듯했다. 통화시간이 무제한은 아니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데이터 제공량도 넉넉한 알뜰폰 요금제가 많다.

하지만 강씨 커플은 알뜰폰에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통화품질이 떨어지고 멤버십 혜택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는데, 멤버십 포인트는 편의점 결제와 무료 영화에 포인트를 쓰는 게 고작이었다. 일단 부부의 의견대로 부가서비스와 데이터 제공량을 낮춘 요금제를 선택, 통신비를 18만원에서 11만원으로 7만원 줄였다.

민감한 부분인 용돈에도 메스를 댔다. 강씨와 김씨는 각각 30만원·35만원씩 용돈을 써 왔는데, 데이트 비용을 따로 계산한 걸 고려하면 액수가 적은 편이 아니다. 내집마련·결혼·출산 등을 대비하려면 절약이 불가피했다. 그나마 액수가 비슷해서인지 강씨 커플은 용돈 줄이기에 흔쾌히 동의했다. 앞으로 각자 20만원씩 용돈을 쓰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데이트 비용이다. 지난 상담에서 120만원→60만원으로 절반을 줄였지만 아직 더 아낄 수 있다. 일단 동거를 시작하면 데이트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식비와 외식비, 문화관람비 등 새로운 지출항목이 생겨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데이트 비용은 60만원에서 40만원으로 20만원 더 줄였다. 현재 두사람이 정한 식비는 50만원인데, 외식비가 포함된 금액임을 생각하면 부족해 보인다. 강씨 커플은 1주일 식단을 작성해 재료를 소량 구입해 최대한 절약해 보기로 결정했다. 요리시간이 부족하거나 외식이 잦아질 경우엔 인근 시장에서 반찬을 사오는 식으로 대처할 예정이다.

보험료도 살펴봤다. 강씨(11만원)의 경우엔 특별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문제는 김씨의 개인보험(20만원)이다. 실손보험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총 납입액의 5%를 연금으로 보장해준다는 조건을 전제로 20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건 좀 과한 면이 있었다. 보험은 해지하지 않는 대신, 불필요한 부분을 수정해 5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강씨는 주기적으로 다니던 영어학원(월 15만원)도 끊었다. 김씨와 동거한 이후엔 함께 보내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로 했다. 내년쯤 두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공부나 운동들을 찾아볼 예정이다.

두사람은 각자 부모님께 20만원씩 용돈을 드리고 있다. 그런데, 요새 양가 부모님이 한사코 용돈 받기를 거절하는 모양이다. 자신들의 힘으로 전셋집을 구하려는 두사람에게 힘이 되지 못하는 걸 미안해하고 있어서였다. 그래도 강씨 커플은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금전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어했다. 액수를 조금 줄이는 대신 1년에 한번 양가 부모님께 100만원씩 총 200만원을 드리는 걸로 방식을 바꿨다. 따라서 두사람의 부모님 용돈은 월평균 16만원으로 줄었다.

이것으로 강씨 커플의 지출 다이어트가 끝났다. 두사람은 통신비(7만원)·용돈(25만원)·데이트 비용(20만원)·보험료(15만원)·영어학원(15만원)·부모님 용돈(24만원) 등 106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1차 상담 때 줄이고 남은 잉여금액(16만원)까지 합치면 부부는 총 122만원을 잉여자금으로 확보한 셈이다.

상황은 의외로 나쁘지 않다. 여느 상담을 받는 부부들과 다르게 강씨 커플은 적지 않은 액수(110만원)를 저축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부부가 활용한 재테크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리스크가 있는 상품인지를 파악하는 게 관건이다. 어떻게 해야 결혼 전까지 효과적인 저축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까. 자세한 방법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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