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화전가

국립극단이 2020년 첫 공연으로 연극 ‘화전가’를 선보인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이 2020년 첫 공연으로 연극 ‘화전가’를 선보인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1950년 봄, 쓸쓸해 보이는 한 집안에 내일이면 환갑을 맞는 ‘김씨’가 있다. 흩어져 살고 있던 사람들이 김씨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한다. 세 딸과 두 며느리, 고모, 집안일을 돌봐주는 할매, 그리고 그가 거둬 키운 홍다리댁까지, 아홉 여인이 모이자 집안은 어느새 대화와 온기로 가득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던 김씨가 갑자기 환갑잔치 대신 화전놀이를 제안한다. “요맘때 봄, 차려입고 나가가, 꽃도 보고 노래도 하는기다.” 평범하지만 왠지 모를 먹먹한 하룻밤 이야기가 시작된다.

국립극단의 창단 70주년 기념 신작 ‘화전가花煎歌’는 전쟁을 눈앞에 둔 위태로운 시기를 서로에게 의지한 채 살아낸 여인들의 삶을 다룬다. 화전가는 여인들이 꽃잎으로 전을 부쳐 먹으면서 춤추고 노는 봄놀이를 읊은 노래를 지칭한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민족의 분열이 전쟁으로 이어지던 암울한 현실에서 질기게 일상을 이어온 여인들의 삶이 하룻밤 수다를 통해 무대에서 펼쳐진다. 

한자리에 모인 여인들은 예상치 못한 봄 소풍에서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을 꺼내놓지만, 사실 그 속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아픈 순간들이 담겨 있다. 상처를 참고 견뎌낸 여인들은 다시금 일상을 꾸려낸다. 

‘3월의 눈’ ‘1945’ 등 지나온 역사를 되짚으며 묵직한 감동을 선보여 온 배삼식 작가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배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역경 속에서 사람을 보듬어주는 것은 소소한 기억들임을 전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옛말의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대사들은 인물들의 삶을 한결 따뜻하게 묘사하고 친근함을 선사한다. 

연출은 인간의 깊이 있는 탐구에 주목해온 이성열 예술감독이 맡았다. 섬세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개성 있게 그려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배우 예수정이 환갑을 맞이해 사랑하는 이들과 아름다운 꽃놀이를 준비하는 ‘김씨’ 역을 맡아 열연한다. 김정은, 문예주, 박소연, 박윤정, 이다혜, 이도유재, 이유진, 전국향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선보일 김씨 집안 여인들의 모습도 기대를 모은다. 28일부터 3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