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손보 둘러싼 기대와 우려
최대주주 한화손보 실적 빨간불

올 1월 한화손해보험·SK텔레콤·현대자동차·알토스벤처스 등이 함께 만든 국내 1호 디지털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출범했다.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국내에는 없었던 자동차보험을 출시하는 등 인슈어테크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캐롯손보가 보험업계를 흔들 ‘메기’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캐롯손보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캐롯손보 둘러싼 기대와 우려를 취재했다. 

국내 1호 디지털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본젹적인 영업에 돌입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1호 디지털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를 받은 지 1년 만이다. 캐롯손보는 출범 단계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한화손해보험·SK텔레콤·현대자동차·알토스벤처스 등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캐롯손보의 출범을 두고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을 이을 인터넷전문보험사가 탄생했다”고 추켜세웠다. 금융위는 10월 본인가를 통해 캐롯손보가 인터넷보험사라는 점을 공식화했다. 허가 조건으로 총 보험계약 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우편·인터넷통신 등을 이용해 모집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초기 자본금은 850억원으로, 주요 주주의 지분율은 한화손보 75.1%, SK텔레콤 9.9%, 알토스벤처스 9.9%, 현대차 5.1% 등이다. 최대주주인 한화손보는 인터넷자동차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까지 캐롯손보의 출범에 힘을 쏟았다.

캐롯손보는 출범 이후 새로운 보험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월 990원 운전자보험을 비롯, On-Off 보험(보험을 켰다가 필요 없을 때는 끄는 형태), 인터넷쇼핑 반품보험 등을 출시했다. 지난 11일에는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도 출시했다. 차를 탄 만큼 보험료를 내는 국내 첫 자동차보험이다.

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990원 운전자보험은 다른 손보사 상품과 비교해 보장은 적지만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 매력적이다. 자동차보험도 마찬가지다. 주행거리가 1년에 5000㎞ 이하인 운전자에게 캐롯손보의 보험료는 다른 자동차보험에 비해 1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캐롯손보 측은 “연평균 1만5000㎞ 이하로 주행하는 운전자의 자동차보험료가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평균보다 8~30%가량 저렴하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가입자 수를 밝히는 건 어렵다”면서도 “많은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가입자가 늘고 있다”며 “기존의 자동차보험이 커버하지 못했던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라고 말했다.

시장은 1호 디지털보험사인 캐롯손보가 인슈어테크(InsureTech)의 선두주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롯손보가 보험업계의 ‘카카오뱅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캐롯손보가 보험업계를 흔들 ‘메기’가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손보업계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손보사 8곳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7573억원으로 전년(2조7024억원) 대비 9451억원(34.9%)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적자(1조5000억원대)가 전년(7237억원)보다 더 늘어난 게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보험이 주력상품인 캐롯손보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보험업계 흔들 메기 될까

캐롯손보 관계자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경우 주행거리가 짧은 운전자가 주로 가입한다”며 “주행거리가 짧은 만큼 사고 가능성이 낮아 손해율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보업계의 전망은 다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설립 초기인 데다 보험료가 저렴해 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자동차보험의 위험률도 아직 명확하지 않아 위험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고민은 디지털보험사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미 주요 핀테크 업체가 손해보험을 판매하고 있어 경쟁을 피하기도 어렵다. 캐롯손보는 “보험을 단순히 판매하는 핀테크 업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보험을 판매만 하는 핀테크 업체 말고도 캐롯손보를 위협할 경쟁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지난 14일 더케이 손해보험을 인수한 하나금융은 디지털 종합손해보험사 전환을 공식화했다.

삼성화재와 카카오가 설립한 조인트벤처도 디지털손보사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 참고: 삼성화재는 시장점유율 22.6%(지난해 3분기 기준)를 자랑하는 1등 손보사다. 카카오는 4400만명(지난해 말 기준)이 넘는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두 회사가 만들어 낼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화재와 카카오는 3월 금융위에 예비인가를 신청한 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캐롯손보를 두고 카카오뱅크보다 출범은 먼저 했지만 경쟁력에선 크게 뒤처진 케이뱅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잠재적 고객 확보가 관건


그렇다고 최대주주인 한화손보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화손보 역시 실적부진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한화손보는 공시를 통해 지난해 6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순손실을 낸 건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2018년 1105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94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엔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경영관리대상으로 편입됐다.

한화손보는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대표이사를 변경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에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캐롯손보의 입장에선 믿고 기댈 만한 뒷배를 잃은 셈이다. 이 역시 대주주 문제로 자본 확충에 발목이 잡혀 대출이 중단되는 등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케이뱅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디지털보험의 상품은 소액보험 위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며 “실적 측면에서는 단기간에 승부가 나는 시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혁신적인 상품을 얼마나 내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잠재적인 고객을 얼마나 선점하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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