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생각 버리기

➊신혜선, The Paper Bag of thought (mind2), 90.0×60.6㎝, 캔버스에 오일, 2019년 ➋신혜선, See-Paper Bag of Thoughts, 90.9×72.7㎝, 캔버스에 오일, 2018년
➊신혜선, The Paper Bag of thought (mind2), 90.0×60.6㎝, 캔버스에 오일, 2019년 ➋신혜선, See-Paper Bag of Thoughts, 90.9×72.7㎝, 캔버스에 오일, 2018년

신혜선의 작품 제목들은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사색 종이가방(Paper Bag of Thoughts)’으로 불린다. 흰색 위에 또 다른 흰색이 중첩된 듯한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종이가방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까이 마주하면 단순한 단색조 회화가 아님을 알게 된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모노톤의 컬러는 여러 색감과 기운을 발산하며 빛의 위치에 따라, 바라보는 방향과 눈높이에 따라 다양한 톤의 색채를 발산한다.

신혜선의 ‘사색 종이가방 : 마음을 담다’展이 열린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그림을 볼 때 일차적으로 느끼는 회화적 감성 외에 ‘사색’과 ‘관찰’이라는 행위를 요구한다. 생각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이 마음속 욕망과 욕심을 작품 속 종이가방을 통해 하나씩 버렸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엿보인다. 그의 작품은 이같은 버리는 행위를 통해 사색의 힘이 길러진다고 말하는 듯하다.

신혜선이 선보이는 단색조 회화는 현실의 종이가방을 보여주지만, 현실을 뛰어넘는 또 다른 세계를 나타낸다. 작품 속 종이가방은 현실과 비현실을 잇는 경계의 회화적 공간으로서 존재한다.

➌신혜선, See-Paper Bag of thought_Purple A, 116.8×91.0㎝, 캔버스에 오일, 2020년 ➍신혜선, Paper Bag of Thought C13, 33.4×24.2㎝, 캔버스에 세라믹, 2018년 ➎신혜선, The Paper Bag of thought (mind), 90.0×60.6㎝, 캔버스에 오일, 2019년
➌신혜선, See-Paper Bag of thought_Purple A, 116.8×91.0㎝, 캔버스에 오일, 2020년 ➍신혜선, Paper Bag of Thought C13, 33.4×24.2㎝, 캔버스에 세라믹, 2018년 ➎신혜선, The Paper Bag of thought (mind), 90.0×60.6㎝, 캔버스에 오일, 2019년

이 회화적 공간은 복잡한 생각을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많은 것을 흡수하는 접촉 지대의 스펀지와도 같다. 빠르게 움직이는 현대인들의 시간을 ‘무시간성’으로 정지시켜주는 사색 지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작가는 가방 속의 풍경을 ‘여백’의 공간으로 바꿔서 사색과 침묵의 언어가 채워질 수 있도록 한다.

신혜선의 회화는 여백과 침묵을 통해 일상성을 담아낸다. 이런 추상적 회화공간은 단색화 화가들의 작업과 비교했을 때, 무거운 존재론적 공간보다 자신이 경험한 동시대적 세대를 적극 표현한다. 그것은 진지한 자연의 공간이 아니라, 소비문화와 대중문화를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표현하는 시공간이라 할 수 있다.

화면의 중앙에 있는 종이상자는 미세 플라스틱의 재난 이후 우리가 일상적 시공간에서 쉽게 경험하는 ‘종이 쇼핑백’을 모티프로 한 듯 보이지만, 현실 속 3차원적 모습은 아니다. 2차원의 회화적 공간에 부유하듯, 무심하게 존재한다. 의식적인 듯, 무의식적인 듯, 현실적인 듯, 비현실적인 듯 상반되는 요소들을 품으며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3월 3일까지 갤러리 도스 신관에서 개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