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투자 갑론을박
위험하다 vs 문제없다

미래에셋대우가 통큰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단행된 투자 금액만 3조원에 이른다. 자기자본(9조1900억원)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시장은 대규모 투자를 두고 미래에셋대우의 자본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아무런 문제도 이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일단 주식시장에선 긍정적인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지는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미래에셋대우를 둘러싼 갑론을박을 취재했다. 

미래에셋대우가 호텔을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더 큰 성공의 초석일까. 자본 건전성을 해치는 단초일까. 미래에셋대우의 과감한 투자를 두고 시장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9년 미래에셋대우는 대규모 투자를 연이어 단행했다. 투자처도 핀테크·항공·호텔까지 매우 다양했다.

포문을 연 건 지난해 6월 이뤄진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다. 두 회사는 상호지분투자 형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투자를 약속했다. 그 과정에서 애당초 5000억원 규모였던 투자금이 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된 최대 규모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핀테크에 투입된 총 투자금액(5800억원)을 크게 웃돌 정도로 큰 액수다. 이중 미래에셋대우가 투자하는 자금은 6790억원(21만4477주)가량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호텔에도 미래에셋그룹 중 가장 큰 금액을 베팅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곳을 한꺼번에 인수했다. 호텔 인수에 58억 달러(약 6조9000억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대체자산 투자 중 최대 규모다. 미래에셋 측은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로 이뤄진 미래에셋컨소시엄과 대출, 외부조달 등으로 58억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중 1조8000억원은 미래에셋대우가 책임진다. 나머지는 미래에셋생명(49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19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1000억원)이 맡는다.


지난해 11월엔 아시아나항공도 인수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2조5000억원을 베팅했다. 재무적 투자자(SI)로 미래에셋대우가 투입한 금액은 인수금액의 20%에 이르는 4899억원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지만 항공금융 진출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3조원(네이버파이낸셜 6790억원, 미국 호텔인수 1조8000억원, 아시아나항공 인수 4899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다. 자기자본 9조1900억원(지난해 말 기준)의 32.3%에 달하는 금액이다.
당연히 시장에선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래에셋의 투자확대가 자본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의 자본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참고 :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은 영업용순자본비율(신NCR)로 확인할 수 있다. 신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금액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구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이다.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은 신NCR과 구NCR 두가지를 모두 살펴야 한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여전히 구NCR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4분기 미래에셋대우의 신NCR(연결기준)은 1770.3%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2033.7%보다 263.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구NCR 역시 하락세를 타긴 마찬가지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3분기 구NCR(연결기준)은 164.1%로 직전 분기(172.7%) 대비 8.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말 대규모 투자가 단행됐다는 걸 감안하면 구NCR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자본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미래에셋대우의 호텔 인수를 두고 ‘재무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재무 건전성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순자본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는 다른츠 증권사 대비 가장 높은 편이다”면서 투자금이 회수되고 신규 투자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우려가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주장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재무 건전성을 낙관하는 또 다른 근거는 박 회장이 추진한 해외부동산 투자의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2006년 3850억원에 매입한 미래에셋 상하이타워의 가치는 현재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3600억여원에 사들인 독일 오피스빌딩 ‘타우누스8’은 지난해 6월 5200억원에 매각해 2년 만에 160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지난해 말 매각한 독일 쾰른 시청사(2016년 매입)도 1700억원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부동산 투자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투자자금이 순환하는데 5년 정도 걸린다”며 “타우누스8·독일 쾰른 시청사 등에 투자한 자금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버리지비율과 NCR을 감안해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핀테크·항공금융으로 투자처를 다양화한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점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주가는 지난해 8280원(6월 27일)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다. 지난 21일 주가(종가 기준)는 6700원으로 19.0% 떨어졌다. 연초(7450원)와 비교해도 10.0% 하락한 수치다.

최근 미래에셋대우의 최대주주 미래에셋캐피탈이 400억원(570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참고 : 미래에셋캐피탈의 최대주주는 34.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박현주 회장이다.] 투자자가 미래에셋의 대규모 투자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올해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어 레버리지 비율과 구NCR이 충분히 여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증자 없이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려면 기존 투자자산 일부를 매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B (투자은행) 부문이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확대했던 투자자산이 수익에 기여할지 여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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