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800원 점심을 6859원에… 똑같은 음식이 ‘반값’에 나왔네
1만3800원 점심을 6859원에… 똑같은 음식이 ‘반값’에 나왔네
  • 심지영 기자
  • 호수 377
  • 승인 2020.02.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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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세일로 점심 먹어보니…

알뜰한 소비자라면 한번쯤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마감세일을 노려 음식을 산 적이 있을 것이다. 업체가 세일을 하는 건 음식이 상해서가 아니라, 폐점시간이 가까워져서다. 소비자는 구입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업체는 버릴 음식을 팔아서 좋다. 그렇다면 식당·카페·편의점에서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을 싸게 팔면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마감세일로 직접 ‘반값 한끼’를 누려봤다.

식당·편의점·카페 등에서도 마감세일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Too good to go 제공]
식당·편의점·카페 등에서도 마감세일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Too good to go 제공]

나시고랭 5964원. 스마트폰 화면에 뜬 최종 결제 금액은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저렴했다. 음식의 정가인 1만2000원에서 50.3%나 할인(쿠폰 적용)된 가격이었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한 게 아니었다. 스타트업 미로의 앱 ‘라스트오더’을 통해 주문했다. 라스트오더는 식당·편의점·카페 등의 ‘마감세일’ 제품을 파는 앱이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당일 소진하지 못한 제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다. 구매 가능한 시간과 제품은 그때그때 다르다. 점주가 재고 상황에 맞춰 오픈해서다. 

라스트오더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매장에서 먹을지, 방문해서 포장해갈지 정할 수 있다. 메뉴를 골랐다면 방문 시간을 정한다. 독특하게도 10분 단위로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결제는 앱에서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과금으로 이뤄진다. 결제를 마치면 해당 음식점에서 주문을 접수했다는 알림이 온다.

기자는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오후 1시 30분으로 방문 시간을 설정했다. 음식을 주문한 곳은 여의도의 한 타이음식점이었다. 가격이 이렇게 저렴하면 양이 적은 게 아닐까, 의심 반 기대 반으로 가게에 들어섰다. 직원에게 “라스트오더로 주문했다”고 말하니, 직원은 “음식이 곧 나오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자리로 안내했다.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맛과 양은 제값 주고 먹을 때와 똑같았다. 

후식은 편의점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가까운 세븐일레븐을 검색해 과채 주스(1800원)를 주문했다. 쿠폰까지 사용한 최종가격은 895원. 해당 지점을 방문하니 음료 코너에 ‘라스트오더 상품’이라는 종이가 붙은 주스가 있었다. 주스의 유통기한은 5월로, 한참 남아있었다. 패키지도 멀쩡했다. 따져보니 7000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점심식사에 후식까지 해결한 셈이다.  

 

필必환경 트렌드를 타고 새롭게 주목 받는 소비 행태가 있다. 음식 재활용이다. 여기서 재활용이란 의미는 ‘품질에는 크게 이상이 없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포장 등에 약간의 하자가 있어 판매하긴 힘든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저녁 8~9시쯤 마감세일을 하는 것과 같다. 이런 마감세일이 마트를 넘어 식당과 카페, 편의점까지 도입됐다.

국내서 포문을 연 건 스타트업 미로다. 2018년 5월 라스트오더 앱을 론칭한 미로는 그해 11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1월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었다. 현재 전국 1만5000여개(편의점 제외 5500여개) 점포에서 마감세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가맹점은 아직 서울·경기권에 집중돼 있다. 라스트오더와 유사한 앱도 생기고 있지만 개발 단계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3% 할인 가격에 맛점 

해외에선 음식 재활용이 활발하다. 2015년 덴마크에서 ‘Too good to go’라는 앱이 탄생했다. 이 앱에선 레스토랑이나 상점의 남은 음식이나 B급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사용자는 일정 금액을 결제한 뒤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한다. 어떤 음식이 담겼지는 알 수 없다. 날마다 재고 상황이 달라져서다. 다만 무엇을 받든 정가보다 훨씬 저렴하다. 큰 호응을 얻은 앱은 유럽 내 12개국으로 진출했다. 라스트오더도 이 앱의 모델을 도입해 국내 시장에 적용한 케이스다. 

덴마크에는 ‘위푸드(We food)’라는 슈퍼마켓도 있다. 2016년 문을 연 이 슈퍼마켓에선 ‘잉여 상품’을 판매한다. 포장이나 라벨이 손상된 제품만이 아니라 아예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팔고 있다. [※참고: 덴마크 정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한다.] 

소비자들은 왜 버릴 음식을 돈을 주고 사먹는 걸까.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익이 크다. 마감세일 제품은 정가의 최소 30%부터 최대 70%까지 할인된다. 어차피 당일 생산된 제품이니 음식의 질이 떨어지거나 위생적으로 위험한 것도 아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효율적이라는 반응이 많다”며 “점주들은 제품 하나라도 부가 수익으로 만들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마감세일 앱을 이용하면서 환경보호에 동참한다고 느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는 마감세일 앱을 이용하면서 환경보호에 동참한다고 느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치소비 확산도 음식 재활용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라스트오더, Too good to go 등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가치는 ‘환경 보호’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여 탄소 배출량도 줄이자는 거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은 20조원 이상이고, 전체 음식물의 7분의 1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라스트오더 관계자는 “앱의 사회적인 가치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앱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면서 자신도 좋은 일을 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버릴 음식 돈 주고 사 먹는 이유

이유는 또 있다. 유통기한(sell by date·판매 가능한 기한)과 소비기한(use by date·섭취 가능한 기한)을 구분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라고 못 먹는 건 아니다’는 걸 인지한 이들이 늘어난 게 음식 재활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라스트오더 관계자는 “처음엔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에 거부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한번 이용해본 이들은 더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세븐일레븐 측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중에서는 일부러 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찾아보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음식 재활용은 앞으로 국내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행태가 지속되면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상도 중앙대(식품공학부) 교수는 “유통기한 임박상품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미로 관계자는 “마감 세일 제품 판매 시장 자체는 잠재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플레이어가 많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마감세일 제품의 수량이 한정적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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