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예비부부의 재무설계 下

이통사와 연계하는 적금이 있다고 가정하자. 특정 요금제를 활용하면 꽤 높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통신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긴 하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저금리상품보다 수익률이 높다면 도전해 봄 직하다. 투자든 저축이든 관건은 ‘꼼꼼한 비교’라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예비 신혼부부의 재무 솔루션을 도왔다.

단기간에 목돈을 준비하는 수단으로 리스크가 큰 저축방식은 피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단기간에 목돈을 준비하는 수단으로 리스크가 큰 저축방식은 피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때 결혼식 규모를 대폭 축소한 ‘스몰웨딩’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준비 과정을 줄여 결혼식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스몰웨딩의 열풍은 다소 가라앉았지만 분위기는 여전하다. 상담을 받는 예비 신혼부부 중 혼수를 최소한으로 준비하거나 예물·예단을 생략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줄어들지 않는 게 있다. 집 마련 비용이다. 액수도 만만찮다. 한국의 평균 결혼비용 2억3085만원 중 72.7%인 1억6791만원이 주택자금으로 들어갈 정도다(듀오웨드·2018년 기준). 월급쟁이 직장인이 단기간에 수억원의 전세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은 대출을 끼고 집을 구한 뒤 원금과 이자를 장기간에 걸쳐 갚아나가는 방식을 택한다.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예비 신혼부부들도 있다. 이번 재무상담의 주인공인 강현민(가명·38세)씨와 김지연(가명·34세)씨가 그렇다. 1~2년 안에 식을 올릴 계획인데, 자금을 모으기 위해 3월부터 강씨 집에서 동거하겠다는 흔치 않은 결단도 내렸다. 소득을 합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 돈을 더 빨리 모을 수 있어 대출을 받을 필요도 없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였다.

강씨 커플은 좀 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기 위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두사람이 모은 돈이 4600만원이나 됐고, 자취하는 강씨 빌라에 보증금(3000만원)도 있어 빚 없이 집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불가능해 보이진 않았다. 다만 적지 않은 돈을 저축에 투자할 필요가 있어 대대적인 지출 다이어트를 감행해야 했다.

지난 1·2차 상담에서 노력한 결과, 강씨 커플은 성공적으로 지출을 줄였다. 총 514만원(강씨 285만원·김씨 229만원)을 벌고 553만원을 써 39만원 적자를 내던 두사람은 상담을 통해 132만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용돈(25만원)·영어학원비(15만원)·통신비(7만원)·데이트 비용(80만원)·부모님 용돈(24만원)·보험료(15만원)·명절비(5만원) 등을 골고루 줄인 결과였다. 동거생활을 고려해 식비는 조금 늘렸다(40만원→50만원). 따라서 두사람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122만원으로 결정됐다.

강씨 커플의 재테크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 강씨는 적금 30만원, 김씨는 적금(30만원)·연금저축펀드(20만원)·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30만원) 등 총 110만원을 저축하고 있었다. 이것까지 활용하면 여유자금은 232만원으로 불어난다. 부부가 안정적으로 돈을 모으고 있다는 점은 칭찬할 만했다.

하지만 현재 저축 방식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부는 1순위인 전세자금 외에 단기목표(결혼자금·출산자금)와 장기목표(노후자금)도 준비해야 하는데, 특히 단기목표를 준비하는 데 적금은 적절하지 않다. 갑자기 결혼날짜라도 잡히거나 임신을 하게 되면 적금을 중도 해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씨 커플은 기존의 적금과 펀드, ISA를 해지하고 새로 재무 솔루션을 받기로 결정했다.

먼저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어음에 50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이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으로, 만기 내 확정된 수익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적금과 비슷하지만 예치기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데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중도인출 시 약속했던 수익률이 낮아지므로 결혼 시점을 고려해서 예치기간을 정해야 한다.

이통사와 연계하는 시중은행의 적금(20만원)에도 새로 가입했다. 출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정 요금제를 사용하면 꽤 높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통신비가 늘어날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시중은행의 저금리상품보다 수익률이 높아 매력적이다. 5만원 이상 요금제를 이용하는 경우, 우대금리 1.0%를 얹어주는데, 마침 부부가 5만원대 요금제를 쓰고 있어 이 상품을 활용하기로 했다. 상한액이 20만원으로 정해져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용도로는 저축은행 통장(50만원)을 활용할 생각이다. 현재 수익률은 3%대인데 몇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고 4%대까지 높아질 수 있다. A은행의 비대면 저축상품(48만원)에도 가입했다. 수익성은 높지 않지만 백화점에 포인트를 연계해 통장에 적금으로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큰 금액을 치르고 아파트에 입주하는 건 강씨 커플의 희망사항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종합청약저축통장은 만들어 두는 게 좋다. 연말정산 때 공제혜택이 있어서다. 부부는 일단 월 4만원씩 청약통장에 넣기로 결정했다.

다음으로 노후 준비다. 강씨 커플은 월 30만원씩 적립식펀드에 납입할 예정이다. 글로벌펀드와 채권형펀드, 배당주펀드 등에 10만원씩 나눠 적립하기로 했다. 글로벌펀드는 각 나라에 골고루 분산투자해 어떤 장세든지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도록 했다. 채권형펀드도 주식 관련 상품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수익률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배당주 펀드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배당 시점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물론 어떤 펀드라도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개인연금(30만원)은 공격성향이 조금 강한 상품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이 상품은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고 장기투자에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총 1500만원씩 받는 상여금은 CMA통장에 모아두기로 했다.

이것으로 강씨 커플의 재무솔루션이 끝났다. 부부가 모은 232만원은 결혼자금(50만원)·출산자금(20만원)·내집마련(102만원)·노후자금(60만원)으로 적절하게 분배됐다. 두사람이 앞으로 책임감 있게 솔루션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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