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충전기 기본요금과 사업자의 눈물
[김필수의 Clean Car Talk] 충전기 기본요금과 사업자의 눈물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377
  • 승인 2020.02.27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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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기 기본요금 부과 논란

한국전력이 사용하지도 않는 전기차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하면서 일부 전기차 충전사업자들이 환경부 보조금을 받아 설치한 충전기를 철거하고 있다. 여차하면 자체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는 환경부도 일부 충전기를 철거해야 할지 모른다. 기본요금을 내는 순간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웃는 건 한전뿐이다. 기본요금도 받고, 전기차 충전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다. 이게 과연 정상인 걸까.
 

사용하지도 않는 전기차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여러모로 타당하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사용하지도 않는 전기차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여러모로 타당하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전기요금은 언제나 민감한 주제다. 따라서 전기요금 체계를 바꿀 땐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게 필수다. 최근 전기요금을 둘러싼 가장 뜨거운 쟁점을 꼽자면 ‘전기차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 논란이 아닐까 한다.

필자는 계속해서 한전의 전기차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지만, 오는 6월이면 유예기간이 끝나고 기본요금 부과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게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지를 다시 짚어보려 한다. 

한전의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한전도 기업이니 경영상황이 좋지 않으면 타개책을 강구하는 건 당연하다. 그동안 유지했던 전기요금 특례할인(특정 용도나 대상의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을 더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만하다. 

기본요금을 매기는 것도 어찌 보면 타당하다. 하지만 사용도 하지 않는 모든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도미노처럼 다양한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기차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충전기 인프라’가 약화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2만4614개(민간·공공 합계)다. 많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용하기 쉽지 않은 지역에 설치된 충전기도 많다. 갈 길이 먼 상황에서 기본요금을 물려 전기차 충전기 업체에 부담을 준다면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충전기의 질적 관리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충전사업자들은 충전을 하지 않는 충전기의 기본요금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7㎾급 충전기 1대당 기본요금이 대략 2만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사업자들은 매달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사업을 접으라는 소리로 들릴 여지가 크다. 

 

민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사실 전기차 보급과 충전기 인프라 보급사업은 민간 비즈니스 모델을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인프라를 국민 세금으로만 보급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하면 민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않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돈이 안 되는 일을 민간에서 할 리 없다.  

정부의 전기차 정책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환경부는 그동안 충전사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줘가면서 충전기 설치를 독려했다. 충전사업자들은 이런 정책에 발맞춰 충전기 설치를 늘려왔다. 결국 정부는 설치하라고 돈을 대주고, 한전은 기본요금을 받아가는 꼴이다. 세금을 한전에 퍼주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걸까. 

또다른 상황에서도 세금 낭비가 일어날 수 있다. 환경부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기(2888개)도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충전 실적이 부족할 경우 세금으로 기본요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한전이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게 옳은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래 ‘기본요금’이라는 건 전기 설비 구축에 들어간 비용 보전을 위한 것이다. 전기차 충전기는 정부 보조금과 충전사업자들의 노고가 합쳐져 설치된 것이고, 한전의 비용은 들어가지 않았으니 기본요금을 걷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거다. 

전기차 충전기 기본요금을 걷겠다는 한전이 전기차 충전사업을 하는 것도 문제다. 한전의 경우 기본요금을 내는 것도, 받는 것도 한전이기 때문에 결국 한전이 경쟁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를 공정경쟁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기업인 한전이 민간 비즈니스 모델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이런 이상한 구조가 생긴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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