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의 퇴직연금 길라잡이❻

퇴직연금도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근로자가 직접 챙겨야 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퇴직연금(IRP)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신의 퇴직연금에 어떤 상품이 담겨 있는지 알고 있는 근로자는 많지 않다. 당연히 상품을 변경하는 방법을 모르는 이도 숱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퇴직연금 상품 변경 방법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엉클조의 퇴직연금 길라잡이, 여섯번째 편이다.

DC형과 IRP형 퇴직연금도 주기적으로 자산을 재조정하고 투자처를 확인하는 등 관리를 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지금까지 필자와 함께 ‘퇴직연금 길라잡이’를 통해 퇴직연금의 대략적인 구조를 살펴봤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이 확정(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근속연수)돼 있는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 기업의 부담금을 노동자의 퇴직연금 계정에 쌓은 후 노동자의 의사에 따라 여러 상품에 투자하는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 bution)’, 노동자가 추가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해 운용하는 ‘개인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노동자 대부분은 퇴직금이 정해져 있는 DB형을 원한다. 투자가 진행되는 DC형이나 IRP형으로 DB형보다 많은 퇴직금을 챙기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 생각은 사실일까 편견일까. 통계를 보면, DB형이 유리하다는 생각은 편견의 소산일 가능성이 높다. 2018년 기준 DB형·DC형·IRP형의 5년 수익률은 각각 1.91%, 1.97%, 1.46%였기 때문이다. DC형과 IRP형이 DB형보다 마냥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해 9월 기준 6.5%를 유지하고 있던 필자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공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고 : 더스쿠프 통권 360호 ‘난 DC형 퇴직연금으로 6.5% 수익 냈다’ 기사.] 특히 IRP는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연 16.5%(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종합소득 4000만원 이하)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세액공제한도인 700만원을 투자할 때 연말정산에서 115만5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어서다. 운용의 묘를 살리면 DC형과 IRP에서도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정년이 짧아지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DB형으로는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 필자가 DC형과 IRP형으로도 노후에 도움이 될 만한 자산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퇴직연금상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자산을 재조정하고 투자처를 확인하라고 조언하지만 그 방법을 아는 노동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퇴직연금 상품을 변경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참고: 퇴직연금 상품의 변경은 DC형과 IRP만 가능하다. DB형은 회사에서 운용을 책임지고 있어서다.]


퇴직연금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우선 자신의 퇴직연금이 얼마나 쌓여있는지를 확인하자. 이는 퇴직연금이 가입된 금융회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원하는 상품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경우는 두가지다. ▲ 적립금의 상품을 조정하는 것 ▲앞으로 투입될 자금의 상품을 변경하는 것이다. 먼저 적립금의 상품 변경은 교체매매를 통해 가능하다. 기존 상품 중 매도하고 싶은 자산을 선택해 판매한다. 복수 판매도 가능하다. 그 이후 새로 편입하고 싶은 상품을 매도한 금액만큼 매수한다.
 

투입될 퇴직금의 투자상품과 비율을 변경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부담금 투자비율을 현금성 자산·주식형·채권형·혼합형 등 상품의 종류에 따라 설정한 후 전체 비율을 100%로 맞추면 된다. 상품을 변경한 내용은 두 케이스 모두 매매접수내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까진 무척 간단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어떤 상품을 팔고 어떤 상품을 사야 하느냐가 고민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사실 상품을 파는 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이율이 기대수익보다 낮으면 팔면 된다. 실적배당형 상품은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면 매매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새롭게 편입할 상품을 고르는 건 무척 까다롭다.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투자의 성패가 갈릴 수 있어서다. 금융사가 판매하는 상품도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상품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자! 그렇다면 어떤 상품을 변경하는 게 좋을까. 퇴직연금도 투자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노동자라면 전환사채펀드를 살펴보길 추천한다. 주식·채권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채권혼합형 상품인 전환사채펀드는 과거 ‘엄브렐라펀드’로 불리며 이름을 날렸다. 참고로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채권을 의미한다. 

가령, 만기 수익률이 2%이고, 주식전환가격이 1만원인 A기업의 전환사채(1년 만기)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A기업의 주가가 1년 뒤 1만5000원으로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된 채권을 팔아 주가 상승분인 주당 5000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1만원을 밑돌면 채권이 보장했던 2%의 만기 수익률을 얻으면 된다. 일반채권보다 만기 수익률이 낮지만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물론 우량기업의 전환사채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영향으로 이마저도 투자하기가 망설여진다면 원리금보장형 상품이라도 제대로 선택하는 게 좋다. 정기예금처럼 정해진 이율을 지급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은행형과 저축은행형이 있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의 예·적금 이율이 은행보다 높은 것처럼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도 저축은행이 2%가량 높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할 때는 은행보다 저축은행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2~3%의 수익률 차이가 얼마나 되느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퇴직연금은 길면 20~30년간 운용하는 장기투자상품이다. 연 2%의 수익률이 20년 이상 복리로 적용된다는 걸 감안하면 20~30년 뒤 손에 쥐는 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환사채 펀드 주목해야

안정적인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푼이라도 모아야 한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개인연금을 준비하기 어려운 노동자에겐 퇴직연금은 노후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떤 상품을 담고 있고 어떻게 운용되는지 계속해서 살펴야 하는 이유다. DC형 IRP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노동자라면 0.1%의 수익이라도 더 올리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 더스쿠프

정리=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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