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걷는 월마트의 길

국내 미디어들이 대형마트의 위기를 언급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이다. 온라인에 밀려 대형마트의 실적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위기론의 골자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실적과 온라인 실적을 합치면 별다른 변동이 없다. 되레 성장한 마트도 있다. 대형마트가 ‘온라인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온라인에 밀려 힘들어졌다’는 논리는 어딘가 어색하다. 대형마트는 정말 우는 걸까 우는 척하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월마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마켓을 연결하는 전략으로 부활에 성공했다.[사진=연합뉴스]
월마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마켓을 연결하는 전략으로 부활에 성공했다.[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는 전국 대도시라면 어디에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마켓컬리 샛별배송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대형마트는 그들만의 인프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경영학) 교수의 말이다. 서울·경기권이나 일부 지역에만 서비스가 한정돼 있는 쿠팡·마켓컬리의 틈새를 대형마트들이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마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자동화 물류센터·풀필먼트(fulfillme nt) 등에 투자해 왔다. 이마트는 2014년 이후 용인과 김포 지역에 네오(NE.O)001, 네오002, 네오003으로 이어지는 자동화 물류센터를 설치했다. 네오001의 경우 2만개 상품을 하루 1만3000건 처리하는 반면 지난해 문을 연 네오003은 5만3000개 품목을 하루 3만5000건씩 처리하고 있다. 물류센터의 효율성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다. 

롯데마트 역시 2017년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최근엔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점포를 풀필먼트 스토어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롯데마트는 3월 중에 중계점·광교점을 먼저 풀필먼트 스토어로 선보인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시 반경 5㎞ 내의 풀필먼트 스토어에서 상품을 30분 내에 배송해 주는 방식이다. 롯데마트 측은 이로써 온라인 주문 건수가 중계점 5배, 광교점 8배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미디어와 학자들은 ‘대형마트의 종언終焉’을 언급하면서 ‘오프라인에 온라인을 효율적으로 덧붙인’ 월마트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흐름을 분석해보면, 국내 대형마트는 종언이 아닌 ‘전환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다. 대형마트가 자동화 물류센터·풀필먼트 등에 투자를 단행한 이후 온라인 사업실적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대형마트 오프라인의 부진을 온라인이 상쇄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롯데마트는 매장 5㎞내 핵심 상권을 집중 공략하는 ‘디지털 풀필먼트 스토어’ 전략을 공개했다.[사진=뉴시스]
롯데마트는 매장 5㎞내 핵심 상권을 집중 공략하는 ‘디지털 풀필먼트 스토어’ 전략을 공개했다.[사진=뉴시스]

실제로 대형마트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합친 매출은 크게 줄지 않았다. 가령, 2018년 이마트 할인점(오프라인) 매출은 11조5223억원으로 2017년 11조6828억원보다 1605억원 감소했다. 반면 이마트몰(온라인) 매출은 2017년 1조503억원에서 2018년 1조2573억원으로 2070억원 늘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465억원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실제로 이마트의 2018년 총매출액은 3.1% 증가했다.

오프라인 상쇄하는 온라인

대형마트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도 실적악화 탓으로 보긴 무리가 있다. 자동화 물류센터·풀필먼트 등에 투입한 비용이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다면 월마트는 어떻게 성장을 해온 걸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월마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조합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왔고, 이런 성장세를 쫓아가 보면 국내 대형마트가 그리고 있는 ‘밑그림’을 유추해볼 수 있다. 

미국의 월마트가 지난해 4분기 1417억 달러(약 172조원)를 기록하며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시장의 기대에는 살짝 못 미쳤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난해 연말 미국의 소비지표가 나빴다는 걸 감안하면 그래도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월마트의 매출을 견인한 건 이번에도 이커머스다. 월마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프라인 매장(월마트US)과 창고형 매장인 샘스클럽(Sam’s Club)은 4분기 각각 1.9%, 0.8% 신장률(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했다. 반면 월마트US와 샘스클럽의 이커머스 매출은 같은 기간 35.0%, 33.0% 증가하며 훨씬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월마트는 “오프라인만 이용하는 고객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에 활용하는 고객의 구매액이 두배에 달했다”며 이커머스가 매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체 매출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기여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아마존이라는 거대 공룡의 공세에 맥을 못 추던 월마트를 떠올리면 놀라운 변화다. 2015년 7월 처음으로 아마존이 월마트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하는 동안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 월마트는 부진의 늪에 더 깊게 빠져들었다. 당연히 매출과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던 월마트가 체질 개선을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 아마존은 따라올 수 없는 전략으로 부활한 거다. 대체 그 전략은 무엇일까. 

월마트의 전략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거였다. 월마트의 클릭 앤 컬렉트(Click & Collect)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주문을 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문상품을 찾아가는 서비스다. 매장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픽업 센터에서 제품만 가져가는 방식이다. 월마트의 이런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꾸준히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인수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있는 것을 잘 활용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압도적인 오프라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거다. 

월마트의 ‘클릭 앤 컬렉트’

월마트는 미국에만 50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인구의 70%는 월마트 매장으로부터 8㎞(약 5마일)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이런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바로 클릭 앤 컬렉트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아마존은 단시간에 모방할 수 없는 월마트만의 경쟁력이다. 

어떤가. 국내 대형마트들이 월마트를 벤치마킹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미 그런 사업을 하고 있는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위기를 맞았다”면서 곡소리를 내지만 대형마트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사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공백’이 생겼고, 그 공백이 ‘적자’로 보였을 뿐이다. 유통공룡은 죽지 않았다.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언젠가 온라인 시장의 지배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작은 기업은 또다시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김미란·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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