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는 정말 힘든가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우는 소리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월 2회 의무휴업 규제에 발목 잡혀 암흑기에 들어선 것도 모자라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에 그나마 오던 손님들마저 빼앗겼다고 하소연한다. 그들 얘기가 곧이곧대로 사실이라면 대형마트는 벌써 문을 닫았어야 맞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소폭이라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대형마트는 정말 온라인 탓에 죽을 고비를 맞은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대형마트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봤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부문 매출은 높은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의 온라인 부문 매출은 높은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서 안전을 우려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고 있다. 사람들이 밀집한 마트 대신 집에서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사람이 늘어난 건 같은 이유에서다. 그 결과, 온라인 주문이 폭주해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송 지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해주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배송이 하루 지연되거나 저녁시간대에 주문하려고 접속하면 이미 로켓배송 상품이 품절돼 있기 일쑤다. 대형마트로선 이커머스 업계의 이런 성장세가 달갑지 않다. 2012년 시행된 월 2회 의무휴업제로 안 그래도 힘든데 이커머스까지 가세해 더 힘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완전히 틀린 얘기인 건 아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영업적자(299억원)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의 업황 부진과 전자상거래 업체의 저가 공세, 자회사의 실적 부진 등으로 영업손실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3분기(1162억원)에 이를 만회하는 듯했으나 4분기에 다시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죽겠다는데 매출은 증가세 

하지만 매출로만 보면 대형마트는 여전히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마트의 성적표를 보자. 2015년 12조8336억원이던 이마트 전체(할인점·트레이더스·온라인몰 포함) 매출은 2016년 13조5674억원, 2017년 14조4706억원으로 이태 연속 성장했다. 2018년 14조9242억원이던 매출이 2019년 14조6733억원으로 소폭 줄긴 했지만 수년전부터 힘들다고 얘기한 것과는 다르게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633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소폭 성장(전년 대비 0.2%)’이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쇼핑의 전체 매출이 1.1% 줄었다는 걸 감안하면 0.2%라도 큰 성과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형마트들의 매출이 꺾이지 않는 건 자체 온라인 부문의 성장이 한몫했다. 이마트몰의 매출은 꾸준히 20%대 신장률을 보여 왔다. 2014년 5206억원이던 이마트몰의 매출액은 2015년 6626억원으로 27.5% 성장했고, 2016년엔 다시 8386억원으로 26.6% 증가했다. 

2017년엔 1조원을 넘어서며 이마트몰에서만 1조5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에도 1조257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꾸준히 두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해왔다. 2019년부턴 SSG닷컴으로 통합 운영돼 이마트몰의 매출을 별도로 집계해 발표하진 않지만 업계는 지난해 이마트몰의 매출을 1조5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온라인 매출을 따로 공개하진 않지만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비슷한 정도의 성장세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 통합로그인 서비스 ‘롯데ON’을 론칭해 한달 만에 전달 대비 매출액이 30% 증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롯데마트도 온라인 부문에서 매출이 성장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홈플러스 측도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온라인 부문에서 매년 20~30%씩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인즉,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만 그들도 온라인 부문에서 성장 페달을 밟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대형마트들이 영업손실을 낸 것도 ‘온라인’과 연관성이 깊다. 온라인 사업을 키우기 위해 큰 비용을 투입해 물류센터 구축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2014년 이후 자동화 물류센터인 네오(NE.O)001·002·003을 차례로 설치했고, 롯데마트는 2017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세웠다. 최근엔 온라인 시장을 겨냥한 풀필먼트 스토어 전략을 발표했다. 

온라인 시장을 겨냥한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지속적으로 거액을 투자하고 있어 불가피한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거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류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면서 “여기에 온라인 프로모션 등의 비용이 증가하면서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에 밀려 죽을 고비를 맞았다는 건 지나친 분석일 수 있다.

10% 이내인 온라인 비중은 충분히 커질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 이내인 온라인 비중은 충분히 커질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형마트 역시 온라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성장 여력도 충분하다. 이마트의 경우 2018년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했다. 홈플러스도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부문이 차지하는 건 6~7%다. 바꿔 말하면 온라인 비중이 충분히 커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한상린 한양대(경영학) 교수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을 상쇄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형마트들의 온라인 부문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 자체가 크지 않다. 마트마다 오프라인을 유지하면서 온라인을 강화하는 생존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것이 성공적으로 전개되면 그때는 충분히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비중 커지면… 

시간이 갈수록 ‘머니게임’이 가능한 대형마트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쿠팡과 마켓컬리도 여전히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쿠팡은 4조4228억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적자도 1조970억원이나 냈다. 마켓컬리도 빠른 성장세에 2017년 466억원이던 매출이 2018년 1571억원으로 급성장했지만 그만큼 손실 규모도 커졌다. 2017년 124억원이던 영업 손실이 2018년 337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큰 규모의 베팅을 한다면 시장 상황을 역전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대형마트가 ‘죽겠다’면서 우는 게 진짜 우는 게 아닌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경영학) 교수는 “부활 타이밍을 놓친 대형마트에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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