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가동 중단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2월 중 자동차 업계 생산라인이 일부 혹은 전부 멈춰 섰다가 재가동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발 부품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어쨌거나 재가동만 됐다면 괜찮은 걸까. 아니다. 잠정적이든 일시적이든 공장이 멈추면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원청기업, 협력업체, 소비자 등 손해 범위도 넓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들여다봤다. 

자동차 업계의 조업 중단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컸다.[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업계의 조업 중단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컸다.[사진=연합뉴스]

기업 활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가 대부분이다. 일부 기업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사업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예방 방역을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한 기업도 있다. 감염을 우려해 신규 채용을 미룬 기업들도 있고, 각종 세미나나 회의 등을 잠정 중단한 곳도 적지 않다. 

자동차 업계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2월 4일을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가 11일부터 조금씩 재개했는데, 현재(28일)까지도 생산을 완전히 정상화하지 못했다. 국내 협력업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부품 조달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렇게 생산라인까지 멈추자 1분기 한국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제한되고, 확진자 발생에 따라 일부 사업장이 폐쇄되거나 조업이 중단되면서 기업 체감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면서 “제조업의 조업일수 손실을 감안하면 2월 수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1분기 경기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우가 아니다. 생산라인 가동 중단으로 벌어지는 연쇄 현상들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벌어진 자동차 업계를 기준으로 이 질문을 풀어보자. 

 

일단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생산량이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연간 170만여대의 차량을 생산한다는 걸 감안할 때 이번 조업 중단으로 수만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업 중단 시기가 현대차보다 짧았던 기아차도 1만대 이상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주가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차 주가는 처음 조업이 중단된 2월 4일 이후엔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2월 11일 순차적으로 조업이 재개되는 과정에서 17일 일부 공장이 다시 멈춰서면서 이날 13만5500원이던 주가는 28일 11만4500원(-15.5%)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주가 역시 4만1450원에서 3만6350원(-12.3%)으로 떨어졌다.[※참고: 사무직군에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유통업계가 방역조치 등으로 문을 닫으면서 코스피지수도 하락세를 보였다. 급기야 2월 28일엔 코스피지수의 2000선이 붕괴했다(1987.01).]

코로나19로 멈춰선 한국경제

협력업체들도 타격을 받았다. 완성차 업체는 부품 한두 가지가 없어 공장을 세웠을지 모르지만 협력업체들은 원자재를 쌓아 놓고도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실제로 충남 아산에 있는 현대차 부품업체나 광주 하남산업단지에 있는 기아차의 부품업체들은 원자재를 쌓아놓고도 생산라인 일부를 가동 중단해야 했다. 완성차 업체의 타격이 협력업체의 타격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는 얘기다. 

국내 협력업체들은 원청업체(대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대안을 쉽게 찾을 수도 없었다. “완성차 업체의 공장 가동 중단이 수시로 반복되거나 장기화한다면 상황이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는 주장들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들의 조업 중단에 코로나19 확산이 더해져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의 조업 중단에 코로나19 확산이 더해져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사진=연합뉴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한 65.0을, 비제조업 BSI는 9포인트 하락한 64.0을 기록했다. 경제심리지수(ESI) 역시 전월 대비 8.5포인트 하락한 87.2에 머물렀다.

공장이 멈춰서면서 집에 머무는 노동자가 늘어났지만 코로나19에 발이 묶여 소비가 위축됐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SIㆍ96.9)가 전월 대비 7.3포인트나 하락한 이유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여행(-3.0), 외식(-9.0), 교양ㆍ문화(-3.0), 교통ㆍ통신(-3.0) 분야 CSI까지 줄줄이 하락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생활형편전망CSI은 93.0, 가계수입전망CSI는 97.0, 소비지출전망CSI는 106.0을 기록했다. 모두 전월 대비 4.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전망치도 나빴다. 향후경기전망CSI는 11.0포인트나 하락한 76.0에 그쳤다. 

이렇다보니 자영업자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질 수밖에 없다. 생활형편, 가계수입, 소비지출 전망지표가 모두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2월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 역시 87.0으로 전월 대비 8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3월(79.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게 바닥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통계지표의 기준은 정부가 코로나19를 ‘심각’ 단계(2월 23일)로 조정하기 전인 2월 20일까지다. 확진자 수가 급증한(2월 19일) 이후 야외활동 추가 감소, 주요 국가들의 한국 방문 제한, 현대차의 2차 조업 중단 등이 이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BSI나 CSI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GDP 성장률 줄줄이 하락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가 개선될 여지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월 2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도 해외 경제연구기관과 투자은행 등의 자료를 토대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7%로 떨어뜨렸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S&P 역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 1.6%로 낮췄다. 

2월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과 심리 위축이 커지고 있다”면서 “2월부터 생산ㆍ소비 등 지표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예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면 한국경제 전체가 ‘블랙홀’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것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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