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조언 경청해야 하는 이유

잡힐 듯하던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사태가 어디까지 커질지 짐작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감염이 미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정부가 전문가들의 다양한 조언을 흘려들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비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탓에 자동차 규제만 많아졌다.[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비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탓에 자동차 규제만 많아졌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큰 시련을 안기고 있다.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국민은 하루하루가 위기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필요한 건 뭘까.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다. 일본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건 조언을 해줄 만한 전문조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전문조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이 문제 해결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정치적인 결정으로 사태를 처리하려 했다. 그 결과, 골든타임을 놓치고, 전염병을 잡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골든타임 놓친 일본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정 종교인들의 집단감염 이후 지역사회로 전염병이 번지면서 사태가 커진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얼마나 주의 깊게 받아들였는지는 훗날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 전문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흘려들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 정부는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구하고 정책을 입안한 경우가 별로 없다. 탈원전 정책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즉흥적이고 정치적인 시각에서 정책에 접근한 면이 없지 않다.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수출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원전 전문가들은 실리를 추구하면서 약원전 정책을 추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원전을 짓던 도중에 공사를 중단하고 비전문가인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여론에 원전 건설 여부를 물었다는 건 원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편협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요즘엔 백년지대계라 할 수 있는 교육정책마저도 여론에 맡기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배출가스 등급별로 차량 진입을 막는 등 자동차 관련 규제 방안을 잔뜩 내놨다. 이 정책을 추진할 때 과연 자동차 전문가들의 의견을 얼마나 구했는지 의문이다. 단순히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끼리 치열하게 토론하고, 이를 잘 조율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즉흥적이고 여론만을 앞세우다 보면 정치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정작 자신들은 규제하지 않으면서 국민만 규제하는 악법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 해외 선진국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한 경험을 갖춘 국회의원들이 해당 분과에 가입해 전문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흔하다. 

전문가의 조언 경청했다면…

전문가들을 무시하고 정책을 만들고 나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일반 국민이다. 전문가를 배제한 정책은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짚어 해결하기보다는 상황을 슬쩍 덮고 모면하는 쪽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비전문가가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짚어낼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전문가다. 정부가 더 많은 정책 과정에서 전문가들을 활용(형식적인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한다면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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