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부추긴 숨은 원인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불안한 건 가장 기본적인 예방책인 마스크 착용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마스크 대란’은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대체 왜일까. 마스크 시장 사람들은 “중국 상인의 무자료 거래, 마스크 생산·판매업체 모럴 해저드, 정부의 늑장 대응이 마스크 전쟁을 부추겼다”고 꼬집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마스크 대란 부추긴 숨은 원인을 취재했다. 
 

정부가 각종 마스크 수급 대책을 내놨지만 언제 대란이 끝날지는 미지수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각종 마스크 수급 대책을 내놨지만 언제 대란이 끝날지는 미지수다. [사진=뉴시스]

마스크 대란은 끝나지 않았다. 확진자 수는 빠르게 늘어 최초 확진자 발생 후 39일 만에 2000명을 넘어섰다. 2월 초 확진자가 20명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확산 속도다. 코로나19의 전파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자 정부는 2월 23일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시민들의 불안도 커진다. 마스크 착용이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이지만, 마스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서다. 오프라인은 만성적인 재고 부족에 시달리고, 온라인에선 폭리가 성행한다.  

특히 2월 초 2주간(1월 31일~2월 14일) 온라인 쇼핑몰의 마스크 가격은 최대 27.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소비자시민모임). 2월 14일 기준 KF94 성인용 마스크의 가격은 평균 3575원, 어린이용은 3305원이었다. 4인 가정(어른 2명 자녀 2명)을 기준으로 일주일치 구입 시 마스크 비용만 10만원에 육박한다. 가정에서 “식비보다 마스크 구입비가 더 든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확진자가 급증한 2월 19일 이후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마스크의 평균 가격은 개당 4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마스크 전쟁’이 이어지는 건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상인의 무자료 거래, 마스크 생산·판매업체 모럴 해저드, 정부의 늑장 대응 등도 마스크 전쟁을 부추겼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지난 1~2월 중국으로 막대한 물량의 마스크가 빠져나갔다. 마스크를 포함한 기타 제품(세관코드 HS6307909000)의 대중對中 수출액은 2019년 12월 60만 달러에서 지난 1월 6135만 달러로 102배나 폭증했다. 2월 20일까지 잠정 수출액도 1억1845만 달러(167만㎏)에 이른다. 24시간 공장을 돌려도 재고가 부족한 이유다.

중국으로 물량이 빠져나갈 수 있었던 배경엔 혼탁해진 시장이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크고 작은 생산·판매·유통업체들이 마스크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중엔 돈다발로 무장한 중국 상인들도 있었다. 중국 상인들은 현금 뭉치를 캐리어에 싣고 오거나, 현금을 찍은 사진·동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마스크 생산업체를 유혹했고, 상당한 물량을 빼갔다. 당연히 웃돈이 오갔고, 시장은 왜곡됐다. 

 


익명을 원한 마스크 판매업자는 시장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2월 전에는 중국 보따리상이 와서 소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후 수출을 제재하는 낌새가 보이자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는 기업형 바이어들이 왔다. 이들의 물량은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국내선 많아도 10만장 이하로 구매하는데, 중국은 기본 물량이 1000만장에 달했다. 마진을 10원으로 잡아도 벌써 1억원 아닌가. 업체 입장에선 안 팔 이유가 없다는 거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식약처는 2월 12일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물가안정법 제6조 근거)’를 시행했다.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그제야 당일 생산량·수출량·국내출고량·재고량을 식약처에 신고했다. 한곳에 마스크 1만개 이상을 판매한 판매업체는 단가·수량·판매처도 신고했다.

[※ 참고: 이 부분에서 주장이 엇갈린다. 식약처 측은 “국내 130여개 생산업체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며 “업체에도 전부 직원이 파견돼 제대로 신고했는지 현장에서 조사했다”고 밝혔다. 마스크 생산·판매업체의 말은 다르다. 현장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곤 하지만 식약처가 마스크 대란이 터졌던 초기, 중소업체의 미신고 물량까지 적발하진 못했다면서 다른 의견을 내놨다.] 

 

마스크 대란 뒤엔 혼탁해진 시장과 늑장 부린 정부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스크 대란 뒤엔 혼탁해진 시장과 늑장 부린 정부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세청은 식약처보다 13일 늦은 25일에야 전국 263개(제조 41개 유통 222개) 업체의 현장점검에 나섰다. 점검 내용은 ▲무신고 직접 판매 ▲매점매석 행위 ▲판매 기피 및 가격 폭리 ▲제조·유통업체의 유통구조 왜곡 ▲SNS 등을 이용한 유통구조 문란행위 ▲마스크 무자료 거래(무증빙 현금거래) 등이다. 국세청 측은 “중국 상인과의 거래에서 현금을 받아 매출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일부 업체는 혐의가 있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식약처와 국세청의 점검이 현장에선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익명을 원한 마스크 판매업자의 말을 들어보자. “대부분 생산공장들은 비상용으로 일정량을 가지고 있고, 여러 핑계로 물량을 빼돌릴 수 있다. 식약처에 보고한 생산물량과 차이가 날 수 있다. 가령, 식약처에 하루 10만장을 생산했다고 보고해놓고 5만장은 중국 상인에게 파는 식이다.”

그는 말을 이었다. “전형적인 늑장 대응이었다. 돈다발을 뿌려대던 중국 상인들은 제재가 시작된다는 뒷말이 나돈 직후 사라졌다. 필요한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 뒤였다.” 

 

시장에서 암암리에 통용되는 ‘무자료 거래’를 근절하지 못한 것도 마스크 사태를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역시 ‘규제할 것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 정부의 실책이다. 일부 생산업체가 2월 26일 시행한 긴급조치에 난감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무자료로 중국 등과 거래한 업체마저 솜방망이 처벌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쨌거나 국세청은 “현장 조사로 2월 26일 이후엔 위법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업체에서도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 측은 “공적 판매처로 확보한 마스크가 전국으로 이동 중”이라며 “3월 초면 2만4000여개의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과연 정부 조치 이후엔 마스크 대란이 끝날까. 더불어 정부는 향후 발생할지 모를 제2, 제3의 마스크 대란을 막아낼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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