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도시, 서울」
비정한 도시의 최저 주거 전선

쪽방촌에 들어가는 순간 생은 절망의 늪이 된다.[사진=뉴시스]
쪽방촌에 들어가는 순간 생은 절망의 늪이 된다.[사진=뉴시스]

예전에는 가난을 이겨낸 성공스토리가 훌륭한 서사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았다.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표를 설계하고 성취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인생이라 여기던 시절이다. 지금은 다르다. 혹여 가난이 자신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입혀 약점으로 보일까봐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많다. 

‘애초 출발선이 다른데 같은 목표를 꿈꾼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가난한 젊은이들은 자신의 빈곤을 직시하는 게 불편하다. 자본주의의 극대화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간극을 점점 넓히기만 한다. 가난한 이들은 언제부터, 왜 가난한 걸까. 가난은 과연 개인만의 문제일까. 그들은 언제까지 가난해야 하는 걸까.

「착취도시, 서울」은 서울 대도시 밑바닥층의 빈곤 문제가 하나의 비즈니스처럼 체계적인 이윤 추구 행위에 둘러싸여 있음을 드러낸다. 2019년 5월과 10~11월에 연재한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대학가 신新쪽방촌’ 보도 뒷이야기다. 

저자는 “‘빈곤’을 이야기할 때 흔히 간과하는 현실인 착취의 연쇄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인지 이 책은 거악巨惡뿐만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의 존재를 착취하며 자신의 지위를 지탱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부끄러운 현장들을 보여준다. 

이 책은 르포 형식을 취한다. 저자는 잠입 취재를 하고 하나의 단서를 잡으면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증거를 수집해 나갔다. 기자 신분임을 숨긴 채 지방에서 올라온 자취생 혹은 부동산 투기꾼으로 가장해 쪽방촌의 정보를 모았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빈자, 중간착취자, 소유주는 실명을 밝히기도 하고 가명 처리를 한 인물도 있다. 저자는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빈곤의 실태를 이야기해 줬다”면서 “쪽방에 한번 발을 담갔다가 죽을 때까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절망을 증언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 나오는 대다수의 고시원과 쪽방촌 거주자들은 열심히 일할수록 더 가난해져 절망에 허덕이는 이들이다. 궁핍은 같은 처지의 어려움을 돌보게도 하지만, 없이 사는 이들의 마음을 더 척박하게 만들어 기회주의적 생존전략을 취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방 출신의 저자는 서울로 올라와 대학 시절 내내 주거빈곤자로 불안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기숙사, 하숙, 반지하 원룸, LH 매입임대 주택, 산동네 분리형 원룸, LH 대학생 전세자금대출 등 파란만장한 주거 역경을 거쳤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청년 세대들이 자신이 직면한 빈곤을 외면하자 저자는 주거 빈곤사와 가난했던 경험을 먼저 드러내며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한다. 

1부에서는 2018년 11월 발생한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사건의 생존자의 이야기와 창신동 쪽방촌에서 벌어지는 병든 자본주의의 민낯을 다룬다. 2부에서는 청년 주거빈곤층으로 초점을 옮겨 사근동 등 대학가 신쪽방촌을 이야기한다.

세 가지 스토리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지음|인플루엔셜 펴냄


밥벌이, 돌봄, 배움, 사랑, 관계, 건강….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을 시에서 길어낸 지혜와 성찰로 들려준다. 지긋지긋한 밥벌이 속에서 업業의 본질을 찾고, 숱한 난관 앞에서 ‘모든 것이 공부다’고 받아들이는 우리를 위한 인생 수업이다. 아이러니하고 복잡다단한 우리의 삶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간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정재찬 교수의 인문학 에세이다.

「믿음의 마법」
마리 폴레오 지음|한국경제신문 펴냄


‘믿음’만으로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허황된 얘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믿음이 변화의 마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거다. 예컨대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 순간, 이미 결과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는 거다. 단순히 ‘하면 된다’ 식의 주장이 아니다. 저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로 믿음의 원동력을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방식을 제시한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박정호 지음|더퀘스트 펴냄   


떡볶이 가격은 왜 어느 가게에서나 2000~3000원일까. 어떻게 서너살 아이들도 장난감을 선택할 때 자신에게 무엇이 이득인지 알까. 우리가 경제학을 배우기도 전에 이미 경제학적 원리를 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류의 발자취가 담겨 있는 학문, 역사, 문학, 예술, 심리, 문화 등 여러 분야를 경제학적 방식으로 사유한다. 그 속에서 찾아낸, 꼭 필요한 경제학 지식을 소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