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 재도약 가능할까

9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현대상선이 부활의 날개를 폈다.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덩치를 키우고 내실도 다졌다. 문제는 현대상선의 순항을 가로막는 변수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더 얼어붙을 공산이 큰 업황과 갈수록 하락하는 저유황유 가격은 현대상선의 부활 의지를 꺾을 만한 변수들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현대상선의 재도약 가능성을 분석했다. 

현대상선은 올해가 부활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상선은 올해가 부활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20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현대상선이 오는 4월 중요한 변곡점을 맞는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두가지 요건이 4월부터 본격 갖춰지기 때문이다. 첫째는 초대형 선박이다. 2018년에 발주했던 2만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대)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순차적으로 인도받는다. 초대형 선박을 보유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경쟁력을 앞세운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경쟁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둘째는 글로벌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정식으로 가입한다는 점이다. 해운동맹의 강점은 글로벌 해운사들과 노선ㆍ선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으로선 부족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디 얼라이언스의 회원사는 세계 5위 해운사 하팍로이드(독일)와 6위 ONE(일본), 8위 양밍(대만)이다. 신규 회원사인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동맹이 시작되는 4월부터 총 27개 노선에 35척의 선박을 투입한다. 이전까지 22개 노선에서 19척의 선박을 운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규모가 부쩍 커지는 셈이다. 현대상선이 2011년부터 이어진 적자의 고리를 끊고 부활의 뱃고동을 울릴 거란 기대감을 내비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상선의 순항을 가로막는 외부 리스크도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해운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중국 춘절이 연장됨에 따라 공장 가동이 지연되면서 중국 물동량(물자의 이동량)이 전년 대비 50% 미만으로 줄었다”면서 “3월 중하순까지 70~80%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단기적인 이슈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세계 경기의 회복 속도가 더디면 화물 확보 부담이 전보다 커질 수 있다. 투입한 선박이 많을수록 화물을 채우지 못했을 때의 비용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저유황유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현대상선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환경)에 따라 해운사들은 연료의 황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췄다.

현대상선에 주어진 현실적인 선택지는 저유황유를 쓰는 것과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하는 것, 두가지였다. 현대상선은 스크러버를 선택했다. 스크러버를 설치하면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가지만 저유황유보다 값싼 고유황유를 쓸 수 있다. 현대상선으로선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이가 클수록 가격경쟁력에서 유리하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현대상선이 스크러버를 선택한 건 옳은 판단처럼 보였다. 고유황유의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저유황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뒤바뀌었다. 해운전문분석매체 쉽앤벙커에 따르면 저유황유인 VSLFO와 MGO의 가격(싱가포르 기준)은 1월 6일 메가톤(Mtㆍ100만 t)당 730.5달러, 745달러에서 2월 25일 각각 482.5달러, 498달러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고유황유(IFO380) 가격은 Mt당 400달러에서 317달러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달여 만에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가 300달러대에서 100달러대로 줄었다. 저유황유 가격이 고유황유보다 싸지지 않는 한 스크러버를 장착한 현대상선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2020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현대상선, 올해는 부활의 뱃고동을 울릴 수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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