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 변호사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

살던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가려는 A씨. 매수인 B씨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고, 새집 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황당한 일이 생겼다. 잔금을 지급해야 할 매수인 B씨와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B씨가 잔금 지급 약속을 어겼으니 매매계약도 저절로 해제되고, 새 매수인을 찾으면 간단히 해결될 일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건 생각보다 까다로운 문제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됐다.[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됐다.[사진=연합뉴스]

2ㆍ2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인 수원 영통ㆍ권선ㆍ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 등 수도권 5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지난해 12ㆍ16 대책이 나온 지 2개월 만이자, 현 정부 들어 19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그 결과, 서울과 수도권 지역 대부분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의 규제를 받게 됐다. 고가의 부동산 중도금 대출이 중단됐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모도 감소해 은행권 대출길이 막힌 상황이다. 투자자든 실수요자든 현금 없이 집을 사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과거엔 투기로 한몫 챙길 심산만 있다면 대출 규제에도 아랑곳 않고 은밀하게 부동산을 수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정부는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탈ㆍ불법적인 거래행위를 촘촘하게 감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집을 파는 매도자는 당혹스러운 일을 겪기도 한다. 

매매자금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이유로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계약자가 부쩍 늘어나서다. 만약 매도자가 지금 사는 집을 팔고, 그 돈으로 새로 이사할 집의 잔금을 치러야 한다면 이만저만 난처해지는 게 아니다. 지급일에 잔금을 주지도 않고, 중개사 사무실에 나타나기는커녕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얼핏 보기엔 잠수를 탄 매수자와의 계약을 해제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새 매수인을 물색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거다. 실제로 매수인이 계약금만 건네고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계약금을 다시 매수인에게 돌려주는 선에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금을 받고 중도금까지 받았는데,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순 통보만으론 계약을 해제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계약의 해제는 서로 간의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하자는 뜻이다. 상대방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고, 이를 정당화할 사유가 없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가능하다. 가령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할 수 없고,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매도인에게 했다면, 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매수인이 이런 표현도 없이 잔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잔금 지급을 거절한 매수인의 행동을 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당연히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복잡하긴 하지만 이런 경우엔 해제를 위한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선 매도인은 잔금 지급을 최고(독촉)해야 한다. “1~2주 후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식이다. 이때부터 1~2주가 지난다면 매도인에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한다. 일정을 명시하지 않아도 괜찮다. 잔금 지급을 촉구했다는 사실만 인정되면 상당한 기간(통상 1~2주로 볼 수 있지만 법률적으로 규정된 바는 없음)이 지난 이후부턴 해제권이 발생한다. 이때 매도인은 다시 한번 매수인에게 ‘이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적법하게 해제 효력이 발생한다. 

잔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하는 동안 매도인이 해야 할 일은 또 있다.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준비하는 것이다.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놓고 인감도장이나 등기권리증 등을 마련해두는 식이다. 

어차피 해제될 계약인데,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게 뚱딴지같은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매매계약에선 매수인에게만 의무가 있는 게 아니다. 양쪽 모두에게 의무가 부여된다. 매수인에게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 매도인에겐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있다.

계약을 정당하게 해제하기 위해선 매도인 스스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려 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게 좋다. 계약이 확정적으로 해제된다면 매도인은 계약금, 중도금과 각 대금을 수령한 날로부터의 법정이자 상당을 매수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계약도 해제도 제대로 해야

매도인은 별도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판례에 따르면 매매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됐다면 매도인이 취득할 수 있었던 이익 상당(이를테면 매매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중개수수료 등 지출비용도 청구가 가능하다.  

이 경우엔 부동산을 거래할 때 주로 사용되는 표준계약서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표준계약서엔 매매계약 해제 시 기존 계약금 일부가 손해배상예정액으로 기재돼 있다. 매도인이 계약해제로 반환해야 할 돈에서 이 금액을 뺀 잔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부동산 대출은 규제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치솟은 집값을 잡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서다. 그만큼 시장에선 부동산 대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도 늘어나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매매계약 해제 절차와 효력을 꼭 유념해둬야 한다. 
이동주 변호사 | 더스쿠프
djlee@zen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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