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ㆍ주유업계의 배짱, 코로나 국면서도 기름값 덜 내렸다
정유ㆍ주유업계의 배짱, 코로나 국면서도 기름값 덜 내렸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79
  • 승인 2020.03.10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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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vs 국내 유가 비교해보니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월세를 낮춰주거나 안 받겠다는 건물주들의 미담도 나온다.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느낀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자영업자들이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내 유가는 국제 유가에 발맞춰 떨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정유ㆍ주유업계는 ‘이익’만 생각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로나19 국면 속 국제 유가와 국내 유가를 비교해봤다. 

국제 유가가 폭락했지만, 주유소들은 국제 유가 하락폭만큼 기름값을 내리지 않았다. 특히 경유 하락폭은 훨씬 작았다.[사진=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폭락했지만, 주유소들은 국제 유가 하락폭만큼 기름값을 내리지 않았다. 특히 경유 하락폭은 훨씬 작았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잠식하고 있다. 국내 정치ㆍ경제ㆍ사회는 물론 국제뉴스까지도 코로나19 소식이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다. 그만큼 코로나19가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파급력도 크다는 얘기다. 코로나19는 정유ㆍ주유업계도 비켜가지 않았다.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ㆍ이하 동일)는 2019년 10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미중 무역전쟁이 해소될 조짐이 감지됐던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12월 말을 기점으로 다시 내림세를 탔다. 코로나19 창궐로 경기침체 우려가 가중되면서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꺾였다. [※참고 : 중국의 석유소비량은 1352만5000배럴(2018년 기준)로 세계 전체 석유소비량의 13.5%를 차지한다. 그 가운데 상당량을 중동으로부터 수입한다. 2015년에는 전체 두바이유 생산량의 90%를 수입하기도 했다.]

이후 춘절春節(중국의 설날)을 앞둔 1월 중순부터 수억명이 대이동을 시작하자 국제 유가는 더욱 흔들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춘제 연휴가 끝난 1월 28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는 급격히 떨어졌다. 

일례로, 1월 24일 배럴당 62.23달러였던 두바이유의 가격은 춘절 이후인 28일 58. 57달러(-3.66달러)로 하락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2월 4일에는 53.99달러(-4.58달러)로 떨어졌다. 고작 열흘 만에 8.24달러나 급락했다는 거다. 

이런 두바이유는 더 떨어질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3월 4일 현재 50.81달러로, 일부에선 50달러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국내 유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도 국내 유가는 국제 유가와 따로 놀았다. 툭하면 기름값이 도마에 오른 탓인지 국제 유가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국제 유가와 비교할 때 하락폭은 훨씬 작았다. 

 

우선 주간 평균가격을 비교해보자. 정확한 비교를 위해 수입 기간에 따른 2주간 격차를 적용했고, 두바이유 가격을 당시 환율에 따라 국내 유가 기준과 같은 ‘L(리터)당 원’으로 환산해서 살펴봤다. 

언급했던 것처럼 두바이유가 흔들린 건 중국에서 춘절 대이동이 시작되던 1월 중순부터다. 실제로 두바이유는 1월 2주차 가격이 L당(이하 기준 동일) 평균 497.77원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2월 2주차에는 402.69원으로 1월 2주차 대비 95.08원(-19.1%)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비슷한 하락세를 띠었다. 휘발유(일반)는 531.08원에서 474.00원으로 57.08원(-10.8%), 경유(자동차용)는 598.58원에서 499.71원으로 98.87원(-16.5%) 내렸다. 

정유사와 주유소 다른 행보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평균 공급가격(세전) 하락률은 국제 유가 하락률엔 못 미쳤다. 1월 4주차 평균 599.91원이던 휘발유 공급가는 2월 3주차(4주차 가격은 아직 미공시) 544.30원으로 55.61원(-9.3%), 경유는 654.57원에서 581.32원으로 73.25원(-11.2%) 내리는 데 그쳤다.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 하락폭은 국제 석유제품과 비교할 때 86.1% 수준, 경유는 67.9% 수준을 반영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주유소 판매가격이다. 국내 주유소의 1월 4주차 휘발유 평균 가격은 1571.15원에서 1530.49원으로 40.66원(-2.6%) 내렸다. 국제 휘발유 가격보다 8.2%포인트나 덜 내렸다. 하락률의 24.1%만 반영한 셈이다. 경유의 가격 하락폭은 더 작았다. 1400.36원에서 1351.68원으로 고작 48.68원(-3.5%) 내렸다. 국제 경유 가격보다 13.0%포인트 덜 내렸고, 하락률 반영 수준은 21.2%에 불과했다.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건 크게 세가지다. ▲정유사든 주유소든 국제 유가 하락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가격 변화에 덜 민감한 경유의 가격을 내리지 않았으며 ▲주유소들은 정유사들보다 석유제품 공급 가격을 전반적으로 덜 내렸다는 거다.

경유 가격 요지부동

정유사와 주유소가 경유 가격을 적게 내리는 덴 이유가 있다. 승용차에 주로 쓰이는 휘발유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확실히 줄지만, 경유는 가격이 올라도 업무용으로 계속 소비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참고 :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유의 사용처는 83.64%(2018년 기준ㆍ대한석유협회)가 수송용이다. 물론 경유차 가운데 사업용은 7%(등록 기준)에 불과하지만, 연간 운행거리를 고려할 때 전체 경유의 상당량을 사업용 경유차들이 소비한다.] 

더구나 이런 업무용 경유 수요자의 대부분이 자영업자들이다. 쉽게 말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정유ㆍ주유업계, 그중에서도 특히 주유업계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거나 다름없다. 코로나19로 자영업계가 위기를 겪자 세입자에게 월세를 할인해 주겠다는 건물주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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