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추경예산안의 허점

코로나19 추경은 피해가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저런 명목의 상품권 지급은 효과적이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추경은 피해가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저런 명목의 상품권 지급은 효과적이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역대 최대인 512조3000억원 본예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부가 초스피드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11조7000억원 규모로 7년 만의 최대 추경이다.   

정부 추경안에 ‘코로나19 조기 극복’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 사태의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이 목적이다. 정부는 추경을 감염병 방역체계 보강ㆍ고도화를 비롯해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민생ㆍ고용 안정, 지역경제 회복 지원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 등 과거와 전혀 다른 신종 바이러스 형태 및 감염 경로로 우리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격리 수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여러 경제활동과 사회 시스템 작동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정부 추경안은 과거에 비해 진전된 게 별로 없다. 2003년 사스나 2015년 메르스 발병 때 써먹은 것을 다시 우려먹거나 본예산 사업에 숟가락을 얹는 등 창의적이지 않다. 

특히 정부 추경안을 보면 ▲저소득층 소비쿠폰(상품권) 지급 8506억원 ▲특별 돌봄쿠폰 지급 1조539억원 ▲노인 일자리쿠폰 추가 지급 1281억원 ▲대한민국 동행세일(세일행사 기획전ㆍ판촉ㆍ캠페인) 지원 48억원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 4874억원 ▲대구ㆍ경북지역 중소기업 대상 연구ㆍ개발 지원 및 지역특화산업 육성 318억원 등 추경의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지출 항목이 적지 않다.

정부는 두달 안에 예산의 75% 이상을 투입하는 등 추경을 최대한 서둘러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정부가 권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소비쿠폰과 특별 돌봄쿠폰 등 상품권을 언제 쓰라는 것인가. 지역 주민과 전통시장 내 소상공인을 비대면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채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권을 뿌려대 봤자 기존 대형 온라인 사업자들만 덕을 볼 수 있다.

특별 돌봄쿠폰은 현재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고 있는 만 7세 미만 아이들에게 추가로 월 10만원씩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상자들은 사업이 시행되는 넉달 동안 월 20만원씩 총 80만원을 받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아 아이를 돌보기 힘들어진 맞벌이 부부의 육아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지만, 코로나 대책인지 저출산 대책인지 헷갈린다. 아이들 돌봄 문제는 새 학년 개학이 3주 연기된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둔 가정도 비슷하게 겪는데, 7세 미만에게만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특별 돌봄쿠폰 관련 예산은 전체 코로나19 추경의 9%에 해당한다. 추경 항목 중 코로나19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에 대비한 목적 예비비(1조3500억원)를 빼면 단일 항목으로 규모가 가장 클 정도로 ‘특별(?)’하다.

 

일자리 쿠폰 지급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가 보수의 30%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을 경우, 인센티브로 20%가 추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기존 복지사업 수혜자가 또 다시 혜택을 받는다는 얘기다. 

경기가 부진한 여파로 올해 512조원 본예산을 마련하는 데에도 사상 최대인 60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함으로써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이번 추경안 11조7000억원을 마련하는 데에도 10조3000억원 규모 적자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1.2%로 재정 건전성 사수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코로나19 추경은 정부가 명명한 대로 국가재난을 조기 극복하기 위한 긴급 예산이다. 추경의 불가피성과 시급성은 인정된다.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추경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상품권 지급 등 ‘총선을 앞두고 현금을 뿌리는 선심성 예산’ 시비가 일 만한 지출 항목이 약 3조원으로 방역체계 보강 항목(2조3000억원)보다 많은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20대 국회 마지막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명목의 상품권 지급보단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버텨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내용의 사업 예산으로 대체하고 보강해야 마땅하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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