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갇힌 사람들 “6개월 후 괜찮을까”
코로나19 속 갇힌 사람들 “6개월 후 괜찮을까”
  • 김미란 기자
  • 호수 379
  • 승인 2020.03.09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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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달라진 일상

직장인들이 회사 대신 집으로 출근을 한다. 학생들은 개학을 기다리며 집안에 갇혔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사람들이 거리를 조심스럽게 걷는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우리의 일상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로나19 속 갇힌 사람들의 심경을 취재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시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확산세에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시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6살 아들을 둔 직장인 김승규(가명·42)씨는 요즘 회사 눈치를 보느라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린이집 휴원이 길어지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처음에 2주간 휴원을 할 땐 본가와 처가에서 이틀씩 번갈아 봐주시고 나머진 아내와 내가 하루씩 연차를 써가며 돌봤다”면서 “그런데 다시 2주가 연장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아직까진 회사가 재택근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아서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에요. 지금 상황에선 등원이 가능해질 때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연차를 쓸 수밖에 없는데 이러다 책상이 없어지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김씨의 아내는 어린이집 교사다. 본인 아이의 보육에 전전긍긍하면서 텅 빈 어린이집을 지키기 위해 아내는 오늘도 출근길을 나섰다. 그런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일상이 이렇게 어그러지는 경험은 처음”이라며 김씨가 긴 한숨을 내쉬던 이날(3월 5일) 정부는 “전국 어린이집 휴원을 오는 22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확진자 수가 늘면서 한국 여행을 자제하거나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4월 25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 노민지(30)씨의 계획도 하나둘 꼬이기 시작했다. 결혼식은 식장 위약금이 어마어마해 차마 미룰 수가 없지만, 문제는 신혼여행이다. 30분이면 끝나는 결혼식보다 신혼여행에 더 투자하자는 마음으로 시간과 돈을 들였는데,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가 이용하기로 한 하와이안항공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3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해서다. 항공사를 변경할지, 아예 취소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일정을 연기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행사에서는 변경 수수료 없이 일정을 바꿔주겠다고 하지만, 겨우 맞춰놓은 일정이어서 회사에 말하는 게 쉽지 않다. “설레는 마음으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요즘엔 한숨만 나오네요. 예식 날까지 큰일이나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남녀노소, 지역을 막론하고 확진자가 추가 발생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 실천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4일 “손 씻기, 기침 예절 등 1차 방역에 힘쓰면서 가급적 자택에 머물며 외출과 이동을 자제하고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정부의 당부를 들었든 그렇지 않든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어린이 간식류 급증한 이유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직장인의 39.1%는 코로나19 여파로 근무방식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해외출장 또는 국내출장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는 응답이 29.3%를 차지했다. 회식과 회의가 취소됐다고 말한 직장인은 각각 20.3%, 16.3%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채용시장도 ‘스톱’ 했다. 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 조사에 참여한 1731명의 취준생 중 63.5%가 코로나19가 취업준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이 채용을 취소·축소하거나 취업박람회를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소비 행태에도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에서 밀키트(Mealki t)·간식·안주류 판매가 부쩍 늘어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의 2월 19일~3월 3일 매출이 1월 19일~2월 18일 대비 182.5% 늘었다.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간식 메뉴 매출도 같은 기간 353.2%로 증가했다. 개학 연기, 학원 휴강 등이 간식류 매출을 끌어올린 셈이다.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데이터 서비스기업 롯데멤버스가 엘포인트(L.POINT)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프라인 쇼핑에서도 비접촉 결제가 증가했다는 거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2월 1~20일 오프라인 유통점 전체 매출액(엘포인트 거래 데이터)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6% 감소했다. 앞서 언급했듯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이 유통채널 방문을 크게 줄인 탓으로 풀이된다. 

비단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종업원들도 최대한 고객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알바몬이 2076명의 알바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의 79.1%가 ‘코로나19 발병 후엔 마스크를 쓰고 일한다’고 답했다. ‘예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했다’고 답한 비율이 88.6%라는 걸 감안하면 알바생들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이 ‘대면 접촉’을 해야 하는 배송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CJ대한통운은 2월 5일 “고객님들과 택배기사의 안전을 위해 집화 및 배송은 철저히 비대면 원칙을 준수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이후 비대면 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한진택배도 고객들에게 “비대면 위탁배송이 증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쿠팡은 지난 21일부터 비대면 언택트 배송을 시행 중이다. 

향후 경기 전망 ‘우울’

사회 전반이 이렇게 ‘멈춤 상태’로 진입하다 보니,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월 현재경기판단CSI는 66.0으로, 지난 1월 78.0에서 크게 하락했다. 향후경기전망CSI도 1월 87.0에서 2월 76.0으로 추락했다. [※ 참고: 현재경기판단CSI는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를, 향후경기전망CSI는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의 전망을 판단하는 지수다. 100을 초과할 경우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 미만은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리서치가 전국의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가 나와 가정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6%였다.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회 전반에 우울한 기운이 깊숙하게 스며들고 있는 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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