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늑장대응, ‘타임라인’으로 살펴보니…
코로나19 늑장대응, ‘타임라인’으로 살펴보니…
  • 최아름 기자
  • 호수 379
  • 승인 2020.03.10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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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언과 늑장대응
메아리로 돌아올 때에야 움직였다 

‘우한 폐렴’이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 ‘코로나19’로 이름이 바뀌면서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다. 그때마다 의학 전문가들의 조언 방향은 수시로 바뀌었다. 정부도 방역과 치료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조언을 제때 수용하지 않아 ‘늑장대응’하는 일이 반복됐다. 

1월 중순 우리나라에서 첫번째 '코로나19'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의료진들은 선제적인 대응 방식을 조언하고 주문해왔다.[사진=뉴시스]
1월 중순 우리나라에서 첫번째 '코로나19'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의료진들은 선제적인 대응 방식을 조언하고 주문해왔다.[사진=뉴시스]

1월 3일 질병관리본부는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과 관련해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그로부터 2주 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질본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주의’로 끌어올렸다. 국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졌다. 질본은 1월 22일부터는 매일 브리핑을 진행했다. 브리핑이 시작된 지도 2개월째다.

사태가 발생한 초기부터 전문가의 조언이 끊이지 않았다. 항체가 없는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한 탓에 전문가의 조언도 상황에 따라 변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걸음은 언제나 뒤처졌다.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었다. 하나씩 살펴보자.

■뒤늦은 사례정의 변환 = 전문가의 조언이 가장 빠르게 변한 분야는 ‘사례정의’다. 이는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환자를 구분하는 기준을 말한다. 감시ㆍ대응ㆍ관리가 필요한 대상자를 각각 나누는 거다. 1월 3일 질본이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을 처음 발표할 당시 의심환자는 우한발 항공편 국내 입국자 중 폐렴이 있거나 폐렴 증세를 보이는 사람(사례정의 제3판)이었다.

 

1월 28일 질본은 우한에서 지역을 넓혀 2주 내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 중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을 의사환자(사례정의 제4판)로 분류했다. 10여일 후인 2월 7일엔 사례정의를 다시 개편하면서(사례정의 제5판), 중국을 방문하고 2주 내 발열 혹은 호흡기 증상(기침ㆍ인후통)이 나타난 사람으로 그 범위를 넓혔다. 여기에 의사의 재량으로 중국 여행 이력이 없더라도 발열과 호흡기 증세가 있는 환자까지 검사대상에 포함됐다.

이런 와중에 의심환자가 검역망에서 걸리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27번 환자다. 중국에서 마카오를 경유해 들어왔고 5일 선별진료소에 갔지만 사례정의 제5판(의사 재량에 따라 코로나19 검사ㆍ2월 7일)에 해당하지 않아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던 1월 말부터 “입국 시 100% 잡아내는 검역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선별진료소에서 환자를 진단할 수 있도록 사례정의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행히 바뀐 사례정의로 놓친 환자를 찾아낼 수 있었지만 전문가의 조언이 곧바로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한 후유증은 컸다. 

조언 쫓아가지 못한 정부

■중증 환자 더딘 구분 = 이번엔 ‘중증도’ 사례를 살펴보자. 코로나19가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증 환자의 병상을 중증 환자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2월 22일 대한감염학회 등이 모였던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에서 송준용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 시스템을 정비해 경증 치료와 중증 치료 병원을 나눠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자리에서 백진휘 인하대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경증 환자는 집에서 치료하고 중증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이 나온 건 그로부터 일주일여가 흐른 2월 28일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미국 등 선진국을 보면 경증 환자나 중증도로 발전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환자를 재택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미 입원한 환자 중에도 경증이 있을 수 있어 선별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증도 분류 기준은 전문가 집단과 논의하고 있으나 대구 외에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중하게 진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날 대구에선 또다른 환자가 병상을 기다리다 사망했고, 3월 1일에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환자들에게 일주일은 기다리기에는 긴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전문가의 조언은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영역보다 조금씩 앞서 있었다. 정부가 이들의 조언을 좀 더 빠르게 실행에 옮겼더라면 코로나19 사태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제 특정 집단이 아닌 일반인 확진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이제 특정 집단이 아닌 일반인 확진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뉴시스]

그런 사례도 있다. 매일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증가세가 수그러들자 전문가들의 조언 방향이 바뀌었다. ‘신천지 코로나19’ 사태가 한결 진정되면서 전문가들은 ‘신천지와 관계없는 일반 환자’의 진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아닌 교회, 병원, 요양원 등 집단생활 시설이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1~2주간 일반 환자들의 상태가 앞으로의 국면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단위의 지적도 있었다. 

이제는 일반 환자에 집중해야

“사전예방 원칙에 따라 모든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하고 일시적으로 사회를 멈추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일주일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그간 신천지에 집중됐던 검역 역량을 일반 환자들로 넓혀야 한다는 거였다. 서울시는 5일 신천지 전수조사에서 2명의 확진자를 찾아낸 이후 신천지 신도와 관련한 검사를 마쳤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대구도 일반환자 중심으로 진료 방식을 발 빠르게 바꾸고 사태에 대응했다.
 
물론 현장에 투입되는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은 늘 ‘간발의 차’로 발생하게 마련이다. 정부에 신속하게 대응할 능력이나 시스템, 재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직 병원에 가지 않고 검사조차 받지 않은 환자가 있을 수 있다. 자가격리자에 의한 2차 감염도 고려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진단하고 격리해 추가 발병자를 발견하고 중증도에 따른 분류를 놓쳐서는 안된다.” 전문가들이 끝없이 정부에게 조언하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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