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시민단체와 학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중국의 보복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정부의 섣부른 결정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들었다면 입지 않았을 피해다. 문제는 여러 가능성을 배제한 채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현재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역대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의 백태를 취재했다. 

이명박 정부는 숱한 반대에도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는 숱한 반대에도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사진=연합뉴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수소경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은 마찰음이 잦다. “상대 진영의 극심한 반발 탓”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게만 보긴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벌써 반환점을 돌았음에도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다. 

되레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재한 탓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곁에 두지 않거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조언을 구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에 빈틈이 생긴다는 거다.

아직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예는 대표적이다. 당초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그랬던 정부가 정책의 단점을 메우겠다고 나선 건 소득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외려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피폐해진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나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으면 겪지 않아도 됐을 시행착오를 겪은 셈이다. 

■박근혜식 일방통행 = 이른바 ‘전문가 패싱’이 현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역대 정부도 전문가들의 쓴소리에 귀를 닫고 ‘일방통행식’ 정책을 집행했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는 섣부르게 도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드를 배치해 얻을 수 있는 이점보다 잃을 게 더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할 공산이 컸다. 2016년 2월 ‘사드배치와 평화적 생존권’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가 적대적인 정책을 펴면 중국은 보복조치를 할 것”이라면서 “국제 무대에서 한중간 대립과 충돌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주희 미군문제연구위원장도 “한국 사회에 상시적 불안과 대립을 유발하고, 헌법이 선언하는 평화주의에 위반되는 위헌적 조치”라며 사드 배치를 즉흥적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진해운의 파산 이면엔 정부의 책임이 깔려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사진=연합뉴스]
한진해운의 파산 이면엔 정부의 책임이 깔려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로부터 5개월 뒤인 2016년 7월 사드를 배치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중국ㆍ러시아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국가들과의 대화는 없었고, 우려했던 대로 중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졌다. 그 결과, 국내 화장품ㆍ유통ㆍ면세점ㆍ관광업계 등은 직격탄을 맞았고, 가계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진해운의 파산도 비슷한 사례다. 그해 8월 비슷한 시기에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세계 해운시장이 침체기를 걷고 있었고, 회사의 경영전략이 엇나간 탓도 컸지만 일부에선 정부 책임론도 제기됐다. “해운 위기에 대비해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해운 전문가들의 조언에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은 게 한진해운의 위기를 부추겼다는 거였다. 실제로 머스크ㆍ하팍로이드 등 외국 해운사들이 각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싼값에 몸집을 불릴 때, 국내 해운사들은 배를 팔아야 했다. 

한진해운은 파산 절차를 밟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현대상선은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한진해운을 파산시키지 않았다면 해운업 부활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B식 일방통행 = 2008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도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인 ‘일방통행식’ 정책이었다. 학계와 시민단체가 “수질이 오염되고 자연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지만 MB 정부는 22조원여 규모의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우려대로였다. 4대강 유역의 생태계는 심각하게 파괴됐다. 4대강에 설치된 구조물을 유지하는 덴 연간 1조원가량의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구조조정에 돌입하던 2009년, MB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도 ‘통한의 한’으로 남았다. 당시 자동차 전문가들은 경영위기에 놓인 GM대우(현 한국GM)와 르노삼성, 쌍용차를 정부 주도 하에 1개 기업으로 합병하자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결국 추진되진 않았다. 정부가 구조조정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사가 시너지를 내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차ㆍ기아차 중심의 독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 “3사가 또다시 위기에 빠진 현 시점에선 당시의 결정이 아쉽다”고 전했다. 

불필요한 과정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정책 당국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지 않고 독단적인 정책을 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힘을 쏟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한번 꺼내든 정책을 다시 손볼 필요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로 다른 입장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건 불필요한 과정일 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혹여 발생할 막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독일과 영국 등 선진국 중엔 전문가 집단의 힘을 빌려 난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곳이 많다. 우리도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을 불러올 시스템을 구축할 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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