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소득 갑론을박

배민라이더스의 월 평균 소득(379만원)이 공개되자 논란이 일었다. 실제보다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거였다. 배민라이더스가 이만큼 벌기 위해선 시간당 3건씩, 하루 10시간 이상의 배달을 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배민라이더스의 월소득 379만원을 재구성해 봤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민라이더스의 평균 소득을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우아한형제들이 배민라이더스의 평균 소득을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12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낸 보도자료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물류서비스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의 소속 배달기사인 배민라이더스의 월 평균 소득이 4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자료를 들여다보자. 회사 측에 따르면 배민라이더스의 지난해 하반기 평균 월소득은 379만원이었다. 상반기(312만원)보다 21.4% 증가한 수치였다. 12월로 한정하면 평균 423만원에 달했고, 이중 상위 10%는 평균 632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몇개의 숫자가 나열된 자료였을 뿐인데도 파장은 컸다. 상위 10%가 챙겼다는 소득은 중견기업 과장 수준은 돼야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평균의 배달기사가 벌 수 있다는 379만원도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직장인 평균 월 급여(374만원)를 웃돌았다.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허탈함을, 또다른 이는 부러움을 표했다. “교통법규를 숱하게 위반하고 벌어들인 돈이다” “서민 주머니에서 배달료를 많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등의 비난도 등장했다. “나도 배달기사로 이직이나 해야겠다”는 자괴감 섞인 반응도 있었다. 

지난해 4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평균 소득을 공개했을 때도 여론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자사 택배기사의 평균 연 소득은 6937만원(월 578만원)이었다. 국내 개인사업자의 평균 사업소득 429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 

특히 상위 22.5%의 연소득은 8000만원을 넘어섰다. 연간 1억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 택배기사는 전체 1만2000여명의 기사 중 559명으로 집계됐다. 이 자료 역시 과열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택배기사가 받는 소득이 ‘생각했던 것보다 고액’이라는 생각은 대체로 비슷했다. 

하지만 아예 결이 다른 의견도 있었다.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등이다. 배달기사나 택배기사가 매달 급여명세서를 받는 ‘월급쟁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고소득 노동자는 현행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근로계약이 아닌 위임 또는 도급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근로 유형)’로 분류된다.

월 소득이 400만원이라고?

급여명세서도 주지 않는 두 회사가 평균소득 자료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엔 이들 기사의 수익구조가 있다. 배민라이더스의 경우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주문자에게 배달해주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해 하반기 배민라이더스가 받은 배달 1건당 평균 수수료는 4342원이었다. 고객이 낸 평균 배달료가 3214원이었는데, 회사에서 프로모션 등을 이유로 1000원을 더 보탰다. 택배기사 역시 구조는 비슷하다. 배송을 할 때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지역마다 다 다르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의 경우 800원 수준이다. 

두 회사의 자료는 이들 기사에게 지급한 ‘건당 수수료’를 분석한 결과였다. 기사들을 기업으로 치면 매출 실적이었던 셈이다. 이 숫자는 기사들의 호주머니에 그대로 꽂히는 게 아니다. 배달원ㆍ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만큼 영업에 따른 제반비용을 스스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배민라이더스의 경우 식대, 기름값ㆍ보험료ㆍ바이크 렌탈비 등을 직접 부담한다. 업계에 따르면 월 평균 350만원을 버는 지입 라이더의 경우 40만~50만원의 부대비용을 쓴다. 바이크 대여료(약 33만원), 산재보험료(약 2만8000원), 유류비(약 10만원) 등이다. 고정지출을 빼면 가처분소득으로 볼 수 있는 수입은 300만원 수준이다. 

택배기사의 비용은 더 높다. 기름값ㆍ차량유지비ㆍ대리점수수료ㆍ부가세ㆍ통신비ㆍ식비 등 운영비를 빼고, 세금ㆍ보험료 등을 제하고 나면 600만원의 수수료를 벌어도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450만원 남짓이다. 

물론 이런 간극을 회사 측이 모르는 건 아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보도자료에 “각종 비용을 공제한 실제 순소득은 평균 월 433만원”이라는 각주를 달기도 했다. CJ대한통운 측은 “회사 측에선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라면서 “제반비용을 뺀다고 해도 자영업자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만한 소득을 얻기 위해선 고된 노동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우아한형제들이 발표한 것처럼 배민라이더스가 한달 379만원의 ‘건당 수수료’를 얻기 위해 필요한 배달 건수를 분석해 보자. 우아한청년들 측의 프로모션이 포함된 수수료 4342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한달간 총 873건, 하루 평균 34건의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 [※ 참고: 라이더의 월 평균 근무일수인 25일을 적용한 값이다.] 


콜을 받아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받고,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시간이 빨라야 20~30분이라고 치면, 1시간에 최대 3건의 배달이 가능하다. 379만원의 소득을 얻기 위해선 하루 10시간 넘게 꼬박 배달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참고 : 우아한청년들이 조사한 배민라이더스의 주당 평균 배달수행 시간은 41시간이었다. 하루 평균 8시간 남짓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동시배차(라이더가 동시에 여러 개의 콜을 잡는 행위)를 하는 배달기사도 있기 때문에 배달 수행시간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 한 번에 걸리는 20~30분 동안 한건의 배달만 해서는 최저시급도 맞추기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교통법규를 어기는 기사가 많을 수밖에 없고, 동선이 비슷한 주문을 모아 한꺼번에 배달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노동자 처우 살펴봐야

택배기사의 사정도 비슷하다. 월 600만원의 실적(평균 수수료 800원 기준 25일)을 내기 위해선 하루 평균 300여건의 택배를 배송해야 한다.  이런 설명도 없이 고소득이란 점만 강조하면 자칫 시장의 인식을 다른 방향으로 왜곡하는 계기가 된다. 너도나도 임원급 월급은 거뜬히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 말이다.

이경석 공인노무사는 “이들이 고소득을 얻게 된 건 순전히 그만큼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인데, 회사 측에선 이런 배경을 강조하진 않는다”면서 “얼핏 급여수준이 높으니 원청인 회사 측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뉘앙스로 들릴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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