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테크 기업 팜와이즈

농사에 IT 기술을 합친 애그테크(AgTech)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이 매력적인 업계엔 첨단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로봇공학을 전공한 두 프랑스 청년이 만든 팜와이즈는 그런 기업 중 하나다. 세계 최대 농경지인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제초 로봇을 공급해 그 효과를 증명했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뛰어난 성능이 도왔다.

스타트업 팜와이즈가 만든 제초 로봇이 캘리포니아 농장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스타트업 팜와이즈가 만든 제초 로봇이 캘리포니아 농장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팜와이즈(Farmwise)는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을 제작하는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실리콘밸리에서 AI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이야 숱하게 많지만,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유별나다. 농사에 활용하는 로봇이기 때문이다.

팜와이즈처럼 농업에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을 ‘애그테크(AgTechㆍAgricultural Technology)’라고 부른다. 농업과 IT의 결합이란 뜻으로, 이 시장의 성장속도는 가파르다. 

이유가 있다. 세계 인구가 2050년이면 90억명을 넘어설 전망이지만, 기후변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곡물을 생산할 경작지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세계가 식량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AIㆍ빅데이터 같은 첨단기술은 농작물의 생산량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게 바로 애그테크의 본질이다. 

팜와이즈는 캘리포니아의 거대 농업벨트 중 ‘살리너스’와 ‘샌루이스오비스포’ 지역에 제초용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팜와이즈의 CEO 세바스찬 보이어는 “팜와이즈의 로봇 덕분에 농장주들은 화학물질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도 잡초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게 됐다”면서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채소 재배업자들과 협력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데스밸리를 극복하고 성장궤도에 진입한 후, 제품개발을 위한 투자(시리즈A) 1450만 달러(약 174억5800만원)도 조달했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팜와이즈의 창업스토리를 살펴보자. 프랑스의 명문대학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함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보이어 CEO와 토마스 팔로마레스는 빅데이터 기술을 두고 흥미로운 실험을 벌였다. 

팔로마레스의 부모님이 운영 중인 알프스 농장의 농작물 수확량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아내보자는 거였다. 하지만 둘의 계획은 금세 물거품이 됐다.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들, 농기계의 질이 나쁘면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일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를 통해 “뛰어난 농기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두 학생은 대학원에 진학해 로봇공학 연구에 몰두했다. 학업을 마친 후 둘은 팜와이즈를 설립하고 AI 기반 농업용 로봇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인 라우쉬와 협업했다. 라우쉬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구글의 자율주행차 시범모델을 제조한 경력을 갖춘 베테랑 제조사였다. 

보이어 CEO의 설명을 들어보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적합한 새로운 유형의 농기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로봇공학에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시범적으로 만든 로봇을 제초작업에 우선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첫 제품을 제초 로봇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먼저 리서치 자료를 참조했다. 캘리포니아 농업연합이 1000여명의 농장주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6.0%가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고, 최근 5년간 농작물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보이어 CEO는 농장주 37.0%가 “잡초 제초와 가지치기에 투입되는 노동력이 쓸데없이 많다”고 답한 점에 주목했다.

논밭 경계도 문제없어 

실제로 잡초는 번식력이 워낙 왕성해 농업에서는 최고의 방해꾼으로 꼽힌다. 작물의 영양소 탈취는 물론 잎사귀나 줄기가 작물을 뒤덮어 농작물의 생존까지 방해하기 때문이다. 잡초를 없애고 싶어도 몇년 혹은 수십년을 땅속에서 버티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노동강도가 만만치 않았다. 

팜와이즈의 로봇은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한다. 제초 로봇 1대는 인력 10명의 생산량을 거뜬히 해냈다. 더구나 자율주행이었다. 하루 24시간 내내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잡초를 없앨 수 있었다. 보이어 CEO는 “잡초 제거에 쓸 인력을 다른 곳에 활용한다면 농장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화학 제초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수확”이라고 설명했다. 팜와이즈에 따르면 제초 로봇을 도입하면 1개의 농장당 연평균 50만 달러까지 줄일 수 있다. 인건비, 제초제를 비롯한 기타 비용을 아낀 값이다. 

팜와이즈의 로봇은 잡초와 일반 작물을 손쉽게 구별할 수 있다. 10개의 카메라와 5개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수많은 작물 중에서 잡초만 가려낸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덕분에 인식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보이어 CEO는 “팜와이즈 제품이 논밭에 투입돼 작업량이 늘어날수록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다”면서 “이를 분석해 우리 회사의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로봇은 논밭의 경계도 잘 건넌다. 미리 입력된 농장지도를 분석해 움푹 파인 땅을 지나갈 땐 로봇의 작동을 중단시킨다. 사람이 지나가는 등 안전 이슈가 발생할 때도 마찬가지다. 

30여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팜와이즈엔 ‘스페이스X’ ‘테슬라’ ‘페이스북’ 출신의 지원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 회사가 보여준 지속가능한 농업 프로젝트에 비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이어 CEO는 “우리는 농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엔지니어 그룹”이라면서 “무엇보다 현장에서 농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들의 아이디어를 기술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도움말 = 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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