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맞벌이 부부 재무설계 中

지출을 줄이려고 할 때 자신에게 가장 불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흥미롭게도 상담자 대부분은 ‘통신비’가 유독 높게 편성돼 있다. 5G가 인기를 끌면서 5G 요금제로 갈아탄 사람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4G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말하면, 통신비만 줄여도 여유자금이 생긴다는 소리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불필요한 지출항목을 점검해봤다.

속도에 민감하지 않다면 5G 요금제는 4G로 바꾸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속도에 민감하지 않다면 5G 요금제는 4G로 바꾸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는 동네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이사를 가야 하는 양세현(36세·가명)씨와 한은미(33세·가명)씨 부부. 주변에선 “돈 벌었다”며 축하해 줬지만 두사람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조합원이 되려면 3억원에 달하는 추가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금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3억원을 마련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부부는 고민 끝에 지금 살고 있는 빌라(매입·시세 1억5000만원)를 내놓기로 했지만, 큰돈을 벌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저축의 중요성을 절감한 부부는 재무상담을 신청하고 효과적인 재테크 방법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현재 양씨 부부의 소득은 월 395만원으로, 음식점에서 일하는 양씨가 225만원을 벌고 한씨가 미장원에서 170만원을 번다.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들을 기르는 부부가 생활하기엔 빠듯한 액수다. 그 때문인지 부부는 소비성 지출 300만원, 비정기 지출 연평균 31만원, 금융성 상품 94만원등 총 425만원을 쓰며 매월 3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부부의 재무 환경은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부부는 신용카드로 부족한 돈을 해결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녀 교육비나 이사 비용 등 지출이 늘어날 거란 점을 감안하면 부부가 변제해야 할 금액도 점점 불어날 게 뻔해서다.

그나마 양씨 부부에게 위안이 되는 건 재개발 프리미엄이 붙어 집을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부동산에선 “3억원에 집을 팔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사실이라면 이사 비용과 새집 마련 비용 등 이것저것 빼고도 1억원 남짓한 돈이 부부의 수중에 떨어질 것이다.

이 돈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부부에게 물었다. 양씨는 부모님에게 어느 정도 돈을 드리고 싶어 했다. 양씨 어머니가 맞벌이하는 자신들 대신 매일 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어서였다. 한씨는 가구를 전부 새로 사고 싶다고 말했다. 8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침대나 소파 등을 한번도 바꾸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가구를 싹 바꾸면 이사비용도 줄이고 일석이조 아니냐는 게 양씨의 생각이다.

나름 타당한 답변을 내놨지만 이런 마인드로는 목돈을 만들 수 없다. 필자는 부부에게 지출을 더 늘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직업의 특성상(남편 음식점·아내 미용실) 부부의 소득(395만원)이 갑작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 앞으로 자녀 양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거란 점을 강조했다. 조언을 받아들인 부부는 빌라를 판 돈으로 뭔가를 하겠다는 꿈을 접고, 지출을 줄이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적자를 ‘0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생활비(70만원→55만원), 교통비(19만원→4만원) 등 30만원을 줄이는 노력을 감내했다. 부부는 모든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고, 출퇴근 시간에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식으로 지출을 줄였다. 하지만 원체 소득이 많지 않은 터라 이 정도 금액을 절감하는 것만도 부부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이번 상담에선 어떤 지출을 줄일 수 있을까. 지출 줄이기 단골메뉴인 통신비(25만원)부터 살펴봤다. 각각 5G 무제한 요금제(총 16만원)를 쓰는 부부는 얼마 전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기존 스마트폰은 5G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는데, 할부금만 총 6만원에 달했다.

사람들이 잊게 마련이지만, 스마트폰 할부금도 엄연한 빚이다. 6~8%대의 높은 할부이자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부부의 재무상황에서 값비싼 5G 무제한 요금제는 사치나 다름없다. 4G보다 20배 빠르다지만 5G로 드라마틱한 속도 변화를 기대할 수도 없다.

데이터 사용량을 살펴본 결과, 부부는 무제한 요금제를 쓸 필요도 없었다. 따라서 부부는 5만원대 4G 요금제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스마트폰 할부금도 후술할 보험해지 환급금을 활용해 완납하기로 했다. 그 결과, 부부의 통신비는 25만원에서 13만원으로 12만원 줄어들었다.

월 44만원 납부하는 보험료에도 메스를 댔다. 양씨의 운전자보험을 살펴보니 최저 보험료가 비싸게 책정돼 있었다. 이를 해지하고 좀 더 저렴한 보험료로 교체하면서 부부의 보험료는 33만원으로 11만원 줄어들었다. 해지환급금(200만원)은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 기기값을 내는 데 썼다.

다음은 부부의 용돈(총 40만원)이다. 한달 용돈치고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최대한 줄여보기로 결정했다. 부부는 용돈의 상당 부분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데 쓰고 있다. 직장에 비치된 커피를 마시면 용돈을 상당히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양씨는 5만원으로 줄이자고 말했지만 그래도 부부에게 어느 정도 숨 쉴 여유는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용돈을 각각 10만원으로 조정해 총 20만원을 절감했다. 마지막으로 병원비(15만원)다. 각각 음식점·미장원 일을 하는 부부는 일 특성상 어깨가 자주 아파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니고, 주말엔 물리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까지 보험청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부는 병원비 영수증 내역을 다 정리해서 보험비를 청구하기로 했다. 물리치료 횟수도 좀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병원비에서 5만원(15만원→1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부부는 6년 전 지금 사는 지하의 빌라에서 지상으로 이사하면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주택담보대출금(4000만원·이율 3.6 %)을 빌렸다. 이는 지금 사는 집을 팔면 전부 상환되는 돈이다. 따라서 대출상환금(29만원)도 0원으로 조정했다.

양씨는 아이를 돌봐주시는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 한다. 지금 드리는 용돈(20만원)을 조금 올렸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친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 부부의 재무상황에서는 추가 비용을 만들기가 어렵다. 대신, 나중에 집을 팔고 1억원이 생기면 어느 정도는 부모님을 챙겨드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따라서 부모님 용돈을 20만원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통신비(12만원)·보험료(11만원)·용돈(20만원)·병원비(5만원)·대출상환금(29만원) 등 총 77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부부가 기존에 납부하던 적금(40만원)까지 합하면 총 117만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 돈을 불려나갈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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