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정부 정책에 서킷브레이커 있어선 안 된다
[양재찬의 프리즘] 정부 정책에 서킷브레이커 있어선 안 된다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380
  • 승인 2020.03.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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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 팬데믹
코로나19 탓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기업들이 다시 뛸 만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탓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기업들이 다시 뛸 만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가 피기 시작한 3월 둘째주 13일의 금요일, 한국 금융시장은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주식시장은 ‘검은 금요일(블랙 프라이데이)’이었다. 주가가 급락하며 주식매매를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함께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분간 주식매매 거래를 중단하는 긴급조치다. 같은 날 코스피ㆍ코스닥, 두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한국 증시 사상 처음이다.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 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도 두 시장 모두 발동됐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1700선이, 코스닥은 500선이 깨졌다.

코로나19 공포에 질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집중 매도하고 있다.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고,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글로벌 증시가 공포에 휩싸였다. 코로나19발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면 코스피가 1100선까지 떨어지리란 비관적 시나리오도 나왔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금액이 11조원을 넘어섰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열심히 사들이지만 역부족이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며 원화가치가 급락해 원ㆍ달러 환율이 1220원에 근접했다.

주식ㆍ외환시장 동향은 글로벌 경제위기 팬데믹을 예고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최대 피해국으로 지목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지난 2월 2.1%에서 1.6%로 낮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달 만에 1.0%로 끌어내릴 정도다. 

수출이 1년 넘게 부진한 데다 내수도 급랭했다. 음식ㆍ숙박업 등 생계형 자영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부터 항공ㆍ여행ㆍ교육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폐점 상태다. 여기서 일하던 비정규직과 일용직 등 취약계층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가 여태 겪어보지 않은 위기 상황으로 빠져드는 데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존재감이 없다. 게다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코로나19 극복용 추경 증액 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을 빚었다.

추경 증액에 대한 당정간 이견은 이해된다.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냈는데 정치권과 경제계에선 당면한 위기에 비춰 적다는 반응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0조원 추경을 요청했다. 절박한 민생 현실과 임박한 총선을 의식하는 여당으로선 추가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진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경제팀으로선 신중을 기할 수 있다.

소명의식을 갖춘 국정 책임자라면 경기 방어에 필요한 추경 규모나 금리인하, 규제개혁 등 과제를 놓고 뜨겁게 토론해 최선의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기반한 선제적 정책을 실행해야 마땅하다. 여당 대표가 ‘소극적으로 나오면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다그치고, 경제부총리는 ‘위기를 이겨내려고 사투 중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받아쳐선  안정은커녕 불확실성을 키워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정부 정책에 이런 식의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곤란하다.      

대한상의가 정부에 건의한 경제활력 방안은 산업현장의 목소리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조업 재개시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운 만큼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확대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달라는 제안은 검토할 만하다. 대형 유통업체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은 할 수 있게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투자가 냉각된 상태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부활해 달라는 목소리도 경청할 만하다.

정부는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기업들이 다시 뛸 만한 여건을 조성하고, 기업들은 도전정신으로 적극 투자하고 활동해야 코로나 팬데믹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 정부 내 경제팀만 움직여선 부족하다. 외교안보팀도 거들어야 한다.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까다롭게 한 나라에 한국의 투명하고 앞선 방역 역량을 적극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개성공단 기업에서 남북한이 마스크를 생산하자는 업계 건의도 전향적으로 추진하자.

K-팝에 이어 신속한 검진과 높은 의료수준의 ‘K-방역’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의 선제적 정책 대응이 ‘K-정책’으로 칭송받는 날을 기대한다. 2020년 봄이 이럴 줄 아무도 몰랐다.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고 기업과 사회가 거들어 코로나19 사태를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초봄’에서 끝내자.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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