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상의 탐욕이 ‘절차’ 뭉갰다 

코로나19에 바쁘게 움직이는 건 마스크 공장뿐만이 아니다. 손소독제를 만드는 제조업체들도 바빠졌다. 공급량이 모자라다 보니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문제는 온라인에서 팔고 있는 손소독제 중 에 ‘무허가’ 제품이 섞여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정부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판매상의 탐욕이 ‘절차’를 뭉갠 탓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무허가 손소독제 제품이 버젓이 팔리는 이유를 취재했다. 

마스크에 이어 손소독제까지 품귀 현상을 보이며 허가 없이 손소독제를 만드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마스크에 이어 손소독제까지 품귀 현상을 보이며 허가 없이 손소독제를 만드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대중교통을 타면 교통카드 단말기 근처에 어김없이 손소독제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트나 대형빌딩의 현관에도 마찬가지다. 2월 중순부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면서 손소독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일 일회용품처럼 사용하는 마스크 정도는 아니지만 손소독제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져가면서 각국에서 주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내 손소독제 제조업체는 일본 등 외국에서 들어오는 주문때문에 국내 물량뿐만 아니라 수출 물량을 맞추는 데 비상이 걸렸다. 

그러자 손소독제를 만들지 않던 제조업체들까지 원료를 구입해 공장에서 손소독제를 제조ㆍ생산하고 있다. 공장뿐만이 아니다. 약국이나 개인도 에탄올 등 알코올을 이용해 손소독제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일부 판매자는 일반적으로 손소독제에 사용되는 ‘공업용 에탄올’이 아닌 ‘발효주정 에탄올’로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손소독제는 사용해도 되는 걸까. ‘의약외품’인 손소독제는 판매 기준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담당하는 의약외품 기준에 따르면, 손소독제는 ‘전염병 예방을 위하여 살균ㆍ살충 및 이와 유사한 용도로 사용되는 제제’에 속한다. 이런 의약외품을 만들거나 수입하기 위해선 식약처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의약외품’ 허가가 없는 손소독제는 판매할 수 없다는 거다. 

식약처 관계자는 “손소독제를 개별적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까지는 규제할 수 없지만 판매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손소독제는 의약외품에 속하기 때문에 의약외품이라는 표시가 없다면 판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손소독제를 살 때 의약외품 여부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손소독제에선 ‘의약외품’ 표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온라인에서 파는 손소독제였다. 쿠팡에 접속해 손소독제를 일일이 살펴봤다. 필수표기 정보란에 ‘인증사항’ 항목이 있었지만 일부 제품의 인증사항 항목에만 ‘식약처’란 말이 쓰여 있었고, 나머지는 ‘상세페이지 참조’라고 기입돼 있었다. 

표시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상세페이지’에 허가 관련 내용이 정확하게 기록돼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부 소독제는 의약외품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팔리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구매평을 남긴 제품에서도 여럿 발견됐다. 상품 설명에 버젓이 ‘손소독제 구매 시 의약외품 여부를 확인하라’는 문구를 넣어뒀지만 해당 제품이 의약외품이 아닌 경우까지 있었다. 

온라인 시장에서 무허가 소독제가 버젓이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약처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지는 않다. 소독제의 허가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쉽다. ‘표준제조기준’만 충족하면 그만이다. 

식약처는 2014년 ‘의약품 등 표준제조기준 일부개정고시’를 통해 표준제조기준 품목으로 ‘외용소독제’를 추가했다. 수차례 제조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의약외품 성분의 종류와 규격ㆍ함량ㆍ처방을 표준화한 거다. 

손소독제 표준제조기준은 소독제에 자주 사용하는 에탄올(54.7~70.0%), 아이소프로판올(70.0%), 벤잘코늄염화물(0.066 %)의 함량을 지정한다. 이 기준만 충족하면 손소독제의 의약외품 허가나 신고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온라인 시장에서 무허가 손소독제가 마구 팔리고 있는 건 빠른 절차마저 피해 가려는 판매업자들 때문이다. 

식약처 측에서는 넘쳐나는 공급량을 일일이 단속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단속을 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무허가 제품을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며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살 때 의약외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현재로썬 무허가 제품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손소독제 제조 기준은 분명하다. ‘의약외품’을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그런데도 단속망을 피해 가는 업체가 있다. 코로나19로 혼란한 틈을 타 한몫 챙기려는 시도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수밖에 없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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