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는 소상공인 지원정책
결국 임대인이 인하 결정해야 혜택
임대인 인하 안 해주면 말짱 도루묵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뚝 끊기면서 애를 태우던 소상공인 김씨는 최근 한시름 덜었다.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하해 줬기 때문이다.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는 착한 임대인에게 혜택을 주는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정책’이 발표된 직후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정부 지원에도 깐깐한 임대인이 맘을 돌리지 않으면 소상공인은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정부의 기준 없는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꼬집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의 발길이 끊기자 임시 휴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의 발길이 끊기자 임시 휴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명동ㆍ홍대ㆍ강남역…. 늘 붐비던 거리가 한산하다. 점심시간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던 오피스 상권에도 인적이 드물다. 개학ㆍ개강이 연거푸 연기되고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회사가 하나둘 늘고 있다. 외출과 모임, 여행을 자제하자는 캠페인도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거리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는 소상공인들에게 향했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소비활동을 줄이자, 소상공인의 벌이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손님이 끊기면서 임시휴업에 나선 곳도 한둘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 두달여. 곳곳에서 소상공인들의 곡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월 초부터 1~3차에 걸쳐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서도 소상공인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한 예산(11조7000억원 중 2조4000억원)이 두번째로 많았다.

정부는 크게 4가지 부분으로 나눠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구성했다. ▲임대료 ▲금융 ▲세제 ▲수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임대료 지원은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다. 임대인이 임대료를 자진해서 인하해 줬을 때, 그 절반을 정부가 분담(세액공제 형태)한다는 게 핵심이다.

임대료를 인하한 ‘착한’ 임대인이 다수 속한 전통시장엔 화재안전시설을 지원하겠다는 추가 조항도 있다. 임대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ㆍ공공기관이 소유한 재산을 임차한 소상공인들도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지원정책을 통해선 소상공인들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게 목표다. 기존 대출ㆍ보증의 만기를 연장하고, 초저금리 대출ㆍ경영안정자금 융자ㆍ지역신보 특례보증 규모를 확대한다. 

세제지원 정책의 주요 내용은 ‘연매출 6000만원 이하 영세 개인사업자는 부가가치세 부담을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낮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간이과세자로 인정받으려면 연매출이 48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그밖에 국세ㆍ지방세 납부기한 연장 및 징수 유예 혜택도 제공한다. 

마지막은 시장 수요를 창출해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건데, 방법은 간단하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와 할인율을 높이고, 온누리상품권의 구매 한도와 발행 규모를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금융지원 받기 까다로워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고정비 지출이다. 임대료와 세금, 금융 부담을 줄여주면 소상공인들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여기에 소비진작정책까지 제 효과를 낸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을 대하는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 지원이 모든 소상공인들에게 고루 돌아갈지 알 수 없어서다. 정부의 ‘애매한 지원 기준’ 때문이다.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다시 한번 뜯어보자. 먼저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는 소상공인은 실제로 한정적이다. 정부ㆍ지자체ㆍ공공기관의 소유재산을 임차하거나 민간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하해준 소상공인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대료를 인하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결국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인하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셈이다. 소위 착한 임대인을 만난 일부 소상공인만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건데,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말은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정책이지만 사실상 임대인 지원정책인 셈이다.

 

금융지원정책을 두고도 불만이 적지 않다. 막상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기존 대출액과 신용등급을 따지면서 승인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숱하기 때문이다. 기준에 맞지 않는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정책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대출을 원하는 소상공인이 몰려 대출을 받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도 많다. 

위평량 소상공인정책연구센터장은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정책자금이 현실적으로 지원되는 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린다”면서 “당장 현금지원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이 단기적으로 체감하긴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구나 소상공인들도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나올 수 있다”면서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해서 지원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제시한 세제혜택 역시 난제가 많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이 극소수에 그칠 공산이 커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소상공인들의 평균 연매출은 2억379만원이었다. 정부가 세운 기준(연매출 6000만원 이하)과는 격차가 크다. 대다수 소상공인들에겐 정부의 세제혜택이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 혜택 받을 소상공인 극소수

수요를 창출해서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정책도 한계점이 명확하다. 전통시장과 일부 지역상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5년여 유효기간이 있는 상품권을 당장 사용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인 데다 온라인 소비가 늘고 있는 현시점에선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직접적인 현금지원을 원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임대료ㆍ금융ㆍ세제지원 등의 방법을 택하는 이유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애가 타는 소상공인들을 두번 상처 입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정책에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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