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특집 제1막 통계 
국회 재적률 68%에 불과
법률안 가결률 34.2%
휴지조각 될 법안 1만5782건

여야 충돌로 국정감사는 파행에 이르렀고, 사람들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라섰습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놓고 제1야당은 국회에서 숙식 농성을 벌였습니다. 볼썽사나운 몸싸움을 방지하려고 국회 선진화법을 도입했더니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식물국회가 돼 버렸습니다. 그 결과, 법률안 가결률은 34.2%에 그쳤고, 곧 휴지조각이 될 법안은 1만5782건이나 됩니다. 대정부 질문 시 자리를 지키는 국회의원은 26.5%밖에 안 됩니다.

모두 20대 국회에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이대로라면 20대 국회가 문을 닫는 날 최악의 국회라는 불명예를 안을 게 뻔합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은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떠들어댑니다. 하지만 금배지만 달면 약속이나 한듯 이내 안면을 바꿉니다. 민생은 뒷전이고 서로 헐뜯기 바쁩니다. 이러니 가려운 곳이 시원해질 리 없습니다. 이래도 대충 뽑으실 겁니까. 그들이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들을 바꿔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이지만, 총선 상황도 주시해야 한다. 국민 삶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이지만, 총선 상황도 주시해야 한다. 국민 삶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회의원 10명 중 3명은 본회의 도중 도망갔다. 때만 되면 법안을 발의했다며 자료를 배포하는 국회의원들이 수두룩하지만 그중 30%는 짜깁기 되고, 2~3%만 법안이 된다. 나머지는 말 그대로 쓰레기다. 그들이 국민의 심부름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다. 국민보단 정파의 의견에 동조하는 경우가 숱했다. 이게 비단 20대 국회만의 문제일까. 다른 국회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까. 국회의원, 이제 잘 뽑을 때도 됐다.

총선 시계가 멈췄다. 코로나19 탓이다. 각 정당이 밝힌 공약은 검증을 받기도 전에 코로나19 이슈에 묻혀버렸다. 정당이나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은 자신들의 철학이나 공약을 제대로 알릴 수 없다며 아우성을 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이들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다.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예비후보 중 상당수는 20대 국회를 ‘최악’으로 변질시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회의원은 변한다는 것이다. 선거 전엔 ‘유권자를 위해 뭐든 다하겠다’면서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한다. 당선 이후엔 대부분 얼굴을 싹 바꾼다. 가슴에 휘황찬란한 금배지를 다는 순간 ‘심부름꾼’이란 지위를 내려놓는 이들이 숱하다. 정파에 매몰되거나 휩쓸려 ‘입법자’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의원들도 많다. 그럼 사상 최악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는 20대 국회는 어땠을까. 수치로 확인해보자.

우선 20대 국회의 재석률(국회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비율)은 68.0%에 불과했다(법률소비자연맹). 놀랍게도 이는 낮은 수치가 아니다. 19대 국회 땐 3.6%포인트나 낮은 64.4%였다. 어쨌거나 10명 중 3명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회의 도중 내뺐다는 얘기다.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는 “본회의에 출석하는 것은 국회윤리실천규범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의무인데, 그것조차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충실한 의정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본회의장 자리도 안 지키면서 다가올 총선에서 의원 자리는 지키겠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니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법률을 만들고 다듬는 일에 충실했을 리 없다. 20대 국회의 법률안 가결률은 34.2%에 불과했다(총 2만3973건 중 8189건ㆍ대안반영 등 포함ㆍ3월 12일 의안정보시스템 자료 기준). 폐기ㆍ철회된 법률안은 365건, 계류ㆍ미처리된 법률안은 1만5417건이었다. 아직 막을 내리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폐기ㆍ철회될 법안만 1만5782건(65.8%)에 달했다는 얘기다. [※참고 : 대안반영은 같은 이름의 법률안이 여러 개 발의될 때 각 발의안 내용을 반영해 상임위원장이 본회의에 발의하는 법률안이다.]

국회 재석률 불과 68.0%

그렇다고 19대 국회의 법률안 가결률이 높았던 것도 아니다. 이 국회 역시 가결률은 41.9%에 머물렀다. 회기 중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하다 폐기ㆍ철회된 법률안은 1만360건(총 1만7823건)으로 전체 법률안의 50%를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 

혹자는 ‘국회가 꼼꼼하게 법안을 심사했다는 방증일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이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대충 법안을 발의했는지와 연관된다. 20대 국회의원들은 2만1529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비중은 전체 법안의 89.8%다. 이 가운데 가결(원안가결ㆍ수정가결ㆍ대안반영ㆍ수정반영)된 법안은 6180건(28.7%)에 불과하다. 무려 70%에 육박하는 법안이 폐기ㆍ철회ㆍ부결됐거나 계류ㆍ미처리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20대 국회는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대 국회의원들이 대정부 질문 본회의에 출석한 비율은 연평균 92.0%(이하 2019년 12월 말 기준)였다. 

반면 재석률은 연평균 26.5%로 뚝 떨어졌다. 19대 대정부 질문 본회의 재석률 47.4%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특히 국회가 대정부 질문을 위해 모인 횟수는 총 10회였는데, 17대(15회), 18대(13회), 19대(15회)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대정부 질문 본회의 일수도 19대 국회는 52일(16~19대 모두 50일 이상)이었지만, 20대 국회는 이보다 훨씬 적은 32일을 기록했다. 질문을 한 의원 수는 총 396명으로 18대 704명, 19대 600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의원 발의 법안 70% 사라져

본회의에 참석했다고 해서 일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31일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본회의에 할애한 시간은 총 484시간 58분이었는데, 19대 국회(836시간 40분)보다는 350시간이 적었다. 이전까지 본회의 시간이 가장 저조했던 17대 국회(707시간 4분)보다도 200시간이나 적었다. 역대 국회 중 가장 짧았다는 거다. 

투표는 제대로 했을까. 20대 국회 본회의 법안 투표율은 70.4%로 19대 국회(71.3%)보다 약간 낮았다.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은 것 같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차이가 크다. 19대 국회에서는 80% 이상 투표한 국회의원이 126명이었는데, 20대 국회에서는 101명으로 줄었다.

 

국회의원 10명 중 3명은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도장만 찍고 자리를 비웠다.[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 10명 중 3명은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도장만 찍고 자리를 비웠다.[사진=연합뉴스]

또한 19대 국회에서는 60% 미만으로 투표한 국회의원이 68명이었지만, 20대 국회에서는 81명이었다. 성실하게 투표하는 국회의원은 줄어든 반면, 투표를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은 더 늘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법안 투표율이 국민을 위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법안 투표율은 언제나 여당이 높았다. 19대 국회에선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의 투표율이 73.8%였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투표율은 71.7%였다. 20대엔 투표율이 역전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투표율이 77.2%였던 반면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68.2%였다. 더불어민주당 투표율이 9.0%포인트 더 높았다.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국회의 초점이 국민보단 정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여당이 돕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회가 민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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