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버거 광풍에 숨은 경제학

지난해 미국을 강타한 치킨버거 광풍이 국내에도 퍼졌다. 맥도날드를 시작으로 버거킹·KFC 등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연이어 치킨버거를 출시했다. 이중에 유일한 치킨 전문점으론 교촌치킨이 눈에 띈다. 그런데 왜 숱한 치킨 전문점 중에서 치킨버거를 내는 곳은 드물까. 얼핏 생각하면 판매가 쉬울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치킨버거 광풍에 숨은 경제학을 살펴봤다. 

치킨 전문점이라도 치킨버거를 출시하기 쉽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킨 전문점이라도 치킨버거를 출시하기 쉽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서 난데없는 치킨버거 광풍이 불었다. 광풍의 중심에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파파이스가 출시한 신제품이 있었다. 8월 선보인 ‘크리스피 치킨 샌드위치(치킨버거)’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거다. 매장마다 긴 줄이 생겼고, 새치기 탓에 폭행과 살인 사건이 발생할 정도였다. 치킨버거 광풍의 효과는 컸다. 지난해 4분기 미국 파파이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고, 지난 2월 10일(현지시간)에는 주가가 4%가량 오르기도 했다(CNN 비즈니스).

외신에 따르면 치킨버거 광풍이 일어난 배경엔 SNS상에서 벌어진 패스트푸드 업체간의 설전이 있다. 파파이스, 칙필레(Chick-fil-A), 웬디스, 쉐이크쉑의 설전이 화제가 되면서 파파이스의 치킨버거를 향한 관심이 높아졌고,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사회에서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도 치킨버거의 인기를 이끌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치킨랩이나 치킨샐러드처럼 비교적 건강한 음식을 지향하는 식습관은 치킨류 패스트푸드가 꾸준한 인기를 얻는 기반이 됐다. 

치킨버거의 인기는 국내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맥도날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종됐던 ‘맥치킨’을 재출시했다. 맥치킨 3종은 출시 2주 만에 150만개가 팔렸다. 한정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반응이 좋아 고정 메뉴에 올릴 정도였다. 

 

이를 지켜본 버거킹도 지난 1월 파파이스 치킨버거와 유사한 ‘킹치킨’을 내놨다. 버거킹 측은 “닭고기 메뉴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 치킨 메뉴 라인업을 강화했다”며 “기존에도 치킨버거는 있었지만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대로 출시했다”고 말했다. 치킨 패스트푸드점인 KFC도 지난 11일 ‘미국을 뒤흔든 바로 그 버거’라는 콘셉트로 신제품(켄터키 치킨버거)을 들고 나왔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치킨버거를 내놓는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지난 2월 27일 ‘교촌리얼치킨버거’로 버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교촌치킨이다. 교촌은 ‘시범출시’로 다소 조심스럽게 뛰어들었다. 단 한곳의 매장(동탄2영천점)에서만 4월 22일까지 오전 11시~오후 4시에 한정 판매한다. 치킨 전문점에서 치킨버거를 내는 것이 대수냐 싶지만, 의외로 치킨 전문점 중 사이드 메뉴에 버거를 갖춘 곳은 드물다. [※ 참고: 땅땅치킨·또래오래 등 일부 브랜드에서도 버거를 출시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다.]


왜 치킨버거를 파는 치킨 전문점은 적을까. 우선 메뉴에 버거를 추가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재료 조달을 위해 새로운 공정을 도입해야 하는 데다, 재료를 관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서다. A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야채와 빵 등 버거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유통기한이 짧아 폐기가 많다”며 “치킨 전문점에서 버거를 도입하는 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교촌치킨 측에서도 “현재 동탄2영천점에서 판매하는 건 낮에 매장을 찾는 주민들의 반응을 보려고 테스트 차원에서 낸 것”이라며 “일부 가맹점에 확대할 계획은 있지만, 정식 메뉴 출시 여부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주문이 쏟아지는 매장에선 버거 제조가 부담이 된다. B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맹점은 배달 등 치킨 수요를 맞추기도 바쁘다”며 “치즈볼, 떡볶이 등 다른 사이드 메뉴도 잘 팔리는데 버거까지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치킨집이 주로 골목상권에 들어서는 만큼 작은 매장일수록 일손 부족에 시달린다는 점도 버거를 팔기 어려운 요인이다. C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이 여럿인 대형 매장은 사정이 낫지만 한명씩 쓰는 매장에선 벅차다”며 “교육이나 제품 관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수익성마저 낮을 공산이 크다. 통상적으로 치킨버거는 일반 쇠고기버거보다 단가가 낮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치킨버거의 인기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성비가 좋다는 강점으로 입지를 다진 맘스터치조차 단가가 높은 치킨류와 프리미엄 버거류에 공들일 정도다. 

치킨집은 안 만드는 치킨버거

A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버거 가격은 치킨 한마리 값과 비교가 안 된다”며 “손은 많이 가는데 남는 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B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도 “치킨버거 시장은 맘스터치, KFC 등이 꽉 잡고 있지 않냐”며 “우리와는 아예 다른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뛰어들 이유가 없단 얘기다. 

이런 상황에 시장에 뛰어든 교촌은 어떨까. 하루 5~7개 정도 조용히 팔리던 버거는 최근 인기 유튜버가 리뷰한 이후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한 사람이 10~20개씩 사가는 등 예상외의 호재에도 교촌 측은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상황이다. 프로모션이 끝난 후에도 인기가 이어질 거라는 확신이 없어서다. 호평에도 여전히 교촌이 치킨버거의 정식 출시 여부를 고민하는 이유다. 과연 교촌이 던진 출사표가 치킨 전문점에 버거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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