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한번, 제품에 두번 울다
코로나에 한번, 제품에 두번 울다
  • 심지영 기자
  • 호수 380
  • 승인 2020.03.18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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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코로나19 허위·과대광고

코로나19로 불안에 떠는 시민의 지갑을 노리는 이들이 숱하다. 마스크 매점매석만이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한다는 목걸이, 코로나19를 차단한다는 공기청정기, 일회용 마스크를 부활시킨다는 파우치…. 코로나19를 물리친다는 허위·과대광고가 판친다. 믿기 힘든 이야기라도 바이러스의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은 결국 지갑을 연다. 시민들은 코로나19에 한번, 사기에 두번 우는 셈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소비자 두번 울리는 코로나19 제품들을 취재했다.  

코로나19 차단 효과가 있다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가 기승을 부린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차단 효과가 있다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가 기승을 부린다. [사진=뉴시스]

# 대구에 사는 대학생 권민정(25)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 5일 그가 공적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섰을 때였다. 갑자기 60대 남성이 다가와 “마스크 몇개씩 판매하냐”며 말을 걸었다. 권씨가 “1인당 2매씩 살 수 있다”고 알려주자, 남성은 의기양양하게 “두개밖에 못 산다니 큰일”이라며 “나는 목걸이가 있어서 마스크가 필요없다”고 말하곤 사라졌다. 유유히 떠난 남성의 목에는 ‘코로나19 예방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온라인상에서 코로나19를 퇴치해준다며 판매돼 화제를 부른 제품이었다. 

권씨는 “저런 목걸이를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착용한 걸 보고 놀랐다”며 “일본에서 검증받은 제품이라며 그럴듯하게 광고하니, 어르신들은 정말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는 악질적인 업체들만 문제가 아니었다”며 “가짜 제품을 믿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날까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에서 기인한 불안감을 악용하는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은 마스크 판매상이다. 대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거나, 식약처 인증마크를 위조하고, 폐기제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마스크 판매상만이 아니다. 불안한 시민들의 지갑을 노리는 곳은 숱하다. 검증받지 않은 제품을 팔면서 코로나19를 퇴치한다고 허위 광고하는 업체들이다. 코로나19를 퇴치해준다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제품들은 ‘공간제균제’로 불린다. 권씨의 사례에서 나온 일본산 코로나 예방 목걸이가 대표적이다. 


공간제균제의 주성분은 이산화염소다. 환경부는 “이산화염소는 일반적으로 살균제로 사용하지만, 인체에 접촉하는 형태로는 사용할 수 없다”며 “이산화염소는 점막과 기도에 자극을 주고 흡입독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이산화염소는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물체의 항균·소독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 참고: 환경부는 지난 10일 목걸이를 사는 이들이 늘자 유통차단 조치를 내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눈에 보이지 않는 ‘비말(감염자의 미세한 타액)’ 탓에 감염된다는 점을 악용한 업체도 많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코로나19 차단 효과를 내세운 공기청정기·가습기 판매처 53곳을 적발했다. 마스크로도 못 막는 코로나19를 공기청정기로 막는다거나, 코로나19와 상관없는 실험 결과를 내걸곤 코로나19를 무력화한다고 홍보하는 업체들이다.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노린 곳도 있다.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홍보하는 업체들이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마스크 파우치’ ‘마스크 소독제’ 등이 그 예다. 마스크 파우치 설명란에는 “마스크 정전기 필터의 수분을 제거해 (정전기) 성능을 회복시킨다”는 홍보 문구가 버젓이 명시돼 있다. 파우치의 주성분은 제습제에 많이 쓰이는 ‘실리카겔’로, 입김으로 젖은 마스크를 상온에 뒀을 때보다 빠르게 건조시켜 필터 기능을 복구한다는 설명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말은 달랐다. 식약처 관계자는 “건조한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 할 수 있다는 건 잠깐 벗어둘 때를 말한다”며 “일시적인 방법이지 흡습제로 말렸다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사용한 일회용 마스크에 뿌리는 ‘마스크 소독제(에탄올 70%)’ 역시 거짓 광고일 공산이 크다. 

식약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마스크 소독제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되레 마스크 필터를 손상한다. 에탄올 자체에 소독 기능이 있는 건 맞지만, 마스크에 뿌리면 필터가 손상돼 새 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가질 수 없다는 얘기다.

한눈에 보기에도 신뢰도가 낮은 허위 광고나 가짜 정보를 믿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건 왜일까. 허경옥 성신여대(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공포와 불안감에 심리적으로 약해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매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를 퇴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아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안한 소비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지갑을 연다. [사진=연합뉴스]
불안한 소비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지갑을 연다. [사진=연합뉴스]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자 환경부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과대 광고하는 살균·탈취 판매 업체의 모니터링에 나섰다. 그중 부적합하다고 판단돼 유통차단 조치를 취한 업체만 104곳에 달한다. 업체의 위반이 확정되면 회수 명령이나 고발 등 행정처분이 가해질 예정이다. 검찰 역시 지난 6일 코로나19 대응본부를 가동하며 관련 사건의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럼에도 코로나19를 악용하는 업체는 정부기관의 단속을 비웃듯 춤을 춘다. 최근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등의 솔깃한 링크로 유인하는 피싱·스미싱까지 등장했다. 시민들이 코로나19에 한번, 사기에 두번 우는 동안 악질 업체만이 웃고 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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