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 현대종합상사
미래 먹거리 부재

2015년 현대종합상사가 두 회사로 쪼개졌다.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사양길을 걷고 있는 트레이딩 사업은 현대종합상사가 도맡은 반면 알짜사업인 브랜드사업과 신사업은 지주사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로 넘어갔다. 차포를 다 떼낸 현대종합상사가 장밋빛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현대종합상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현대종합상사에서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분할하면서 신사업 부문을 가져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대종합상사에서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분할하면서 신사업 부문을 가져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종합상사들은 현재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종합상사의 전통적 사업모델인 ‘트레이딩’의 사업성이 약해지면서 이를 보완ㆍ대체할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가스ㆍ석탄 등 자원 개발에 직접 참여하거나, 식량ㆍ렌털사업을 비롯한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종합상사들이 숱하게 많은 이유다. 

벌써 결실을 맺은 곳도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표적이다. 미얀마에서 생산ㆍ판매 중인 가스사업이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는 데다, 최근엔 유망한 가스전을 또 발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합상사는 아직 체질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렌털사업이 크게 성장한 SK네트웍스는 트레이딩 사업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LG상사는 미래 먹거리로 꼽은 팜오일이 알찬 열매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건 현대종합상사다. 미래 성장동력이 여의치 않아서다. 현대종합상사가 신사업을 육성하지 않고 있다는 건 아니다. 현대종합상사가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사업들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2015년 10월 현대종합상사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분리되면서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이때 현대종합상사 역시 두 회사로 쪼개졌는데(인적분할), 한곳은 지금의 현대종합상사이고 다른 한곳은 지주사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지주사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브랜드사업과 한창 육성 중이었던 신사업을 가져가고, 현대종합상사는 트레이딩 관련 사업만 맡았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종합상사 매출의 99%는 트레이딩 실적”이라고 설명했지만 현대종합상사로선 아쉬운 점이 남을 수밖에 없다. 

먼저 두 회사의 실적을 비교해 보자. 지난해 실적 전망치 기준으로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의 매출 규모는 각각 4조4717억원, 1921억원으로 4조2796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영업이익 격차는 4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가져간 브랜드사업이 알짜사업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딩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통상 1%대에 불과한 반면, 브랜드사업의 영업이익률은 48.6%(2018년 기준)에 달한다. 인적분할 이전에도 현대종합상사의 영업이익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했을 정도다. 

아울러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의 신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영업이익 격차를 해소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우육ㆍ돈육ㆍ계육 등 축산물 수입유통사업과 망고ㆍ쌀을 비롯한 농산물의 유통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2018년 연간 5억5902만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엔 3분기 만에 19억4202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반면 현대종합상사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만한 미래 먹거리가 없다. 지난해 현대종합상사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동안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29.1% 성장한 배경이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 2015년 차포(브랜드사업과 신사업)를 다 떼낸 인적분할이 현대종합상사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소리다.

회사 관계자는 “수천억원씩 투자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적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현대종합상사는 또 다른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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