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아파트는 정말 가치 없나
나홀로 아파트는 정말 가치 없나
  • 최아름 기자
  • 호수 380
  • 승인 2020.03.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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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재건축의 경제학
소규모재건축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공동주택은 서울 전체 주택의 47% 수준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br>
소규모재건축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공동주택은 서울 전체 주택의 47% 수준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1~2동짜리 나홀로 아파트는 재건축 시장에서 외면받아 왔다. 재건축이 쉽지 않으니 자산가치가 크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나홀로 아파트는 정말 ‘가치’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소규모재건축을 활용하면 나홀로 아파트의 가치도 충분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소규모재건축의 경제학을 풀어봤다.

서울을 걷다 보면 빌라보다 크게 불쑥 솟아있는 공동주택을 한두개씩 만날 수 있다. 아파트 단지라고 하기엔 하나만 서 있을 때가 많아 ‘나홀로 아파트’라고 불린다.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대부분 1~2동으로 이뤄진다. 

A씨는 최근 집을 새로 살 고민을 하면서 ‘나홀로 아파트’도 들여다보고 있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최근 분양하는 대단지 아파트는 ‘콤팩트 시티’라는 콘셉트로 단지 내 어린이집, 피트니스클럽, 독서실 등 여러 시설이 갖춰지는데 나홀로 아파트는 입주민이 적고 부지가 크지 않아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기대하기 어렵다. 

거기다 주변 사람들은 “재건축이 안 될 아파트를 뭣 하러 사느냐”는 이야기까지 한다. 작은 아파트는 정말 재건축이 불가능한 걸까. A씨는 의문이 생겼다. 2020년 3월 2일은 서울 내 정비사업장의 ‘최후의 날’이 될 뻔했다. 정비사업 일몰제가 실시됐기 때문이었다. 

정비구역이 해제되는 지역은 2012년 1월 31일 이전 정비계획을 수립하고도 조합을 만들지 않은 곳이었다.  2020년 3월 2일까지 조합을 만들지 못하거나 연장 신청을 하지 못한다면 정비구역이 해제돼 개별적으로 건물을 신축하는 등 다른 방식을 선택해야 했다. 

일몰제의 대상이 된 사업지는 서울 내에서 총 40개였다. 이중 절반 이상인 22개 사업장이 연장 신청을 했다. 9개 사업장은 일몰제가 적용되기 전 조합을 설립했고, 8곳은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하거나 구청장이 연장할 계획이다.

‘일몰제’를 적용받아 정비구역이 해제된 아파트 단지는 단 1곳이었다. 나홀로 아파트인 신반포 26차 아파트(서초구 잠원동)였다. 신반포 26차 아파트는 주민 동의를 통해 기존 ‘재건축’ 사업에서 ‘소규모재건축’으로 사업방식을 전환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40개 단지 중 소규모재건축 조건(면적 1만㎡ 이하 200세대 이하)을 충족하는 곳은 신반포 26차 아파트(총 부지 면적 4490㎡ㆍ66세대)뿐이었다. 

그럼 소규모재건축이 기존 재건축과 다른 점이 있을까. 규모가 작다 보니 절차도 절반이다. 일반적인 재건축은 안전진단→정비구역지정→추진위원회 설립→조합 설립→건축심의→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대부분 이 과정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규모재건축은 조합 설립 단계부터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첫째, 안전진단을 받을 필요가 없다. 재건축이 가능할 정도의 기간(30년)이 지나고 주민 합의체만 만들 수 있다면 소규모재건축 사업이 시작된다. 

둘째,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한번에 받는 게 가능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인가는 세입자 대책을 마련하고, 철거 대상 건축물을 신고하며, 새롭게 만드는 건물의 세부사항을 지자체에 신고하는 단계다. 분양 이후 진행되는 관리처분인가는 건물 철거 전 토지 용도를 변경하고 새로 만들어질 건물의 사용 허가를 받는 과정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관리처분인가까지 통과하려면 통상 1~2년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두단계가 한번에 이뤄지고 안전진단을 받을 필요가 없는 소규모재건축에선 기다릴 필요가 없어 사업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


사업 규모가 크지 않아 소규모재건축 사업에 건설사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옛말이다. 주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건설사들도 작은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나홀로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기존 아파트 단지보다 규모가 작아도 정비사업 공사를 맡으려는 건설사들이 많다. 

2019년 마포구 우성연립 소규모재건축 조합은 코오롱글로벌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당시 경쟁사로는 GS건설이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운영하는 자회사인 ‘자이S&D’ 등이 포함됐다. 

같은해 쌍용건설은 구로구 미래빌라 소규모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다. 모두 시공능력평가순위 40위권 안에 드는 건설사다. 대우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자회사 사업 영역에 소규모재건축을 추가하며 작은 정비시장을 향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신반포 26차 아파트는 정비사업 일몰제가 적용되는 사업장 중 유일하게 소규모재건축 조건을 충족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br>
신반포 26차 아파트는 정비사업 일몰제가 적용되는 사업장 중 유일하게 소규모재건축 조건을 충족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소규모재건축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재건축 사업의 규제가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용적률을 높이거나 금융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소규모재건축 조합이 일반 분양 물량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소규모정비 임대리츠에 매각하는 경우,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용적률을 법적 상한까지 높일 수 있다. 

대단지 아파트의 재건축과 비교해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금융 지원도 이뤄진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총사업비의 70%를 연이율 1.5% 수준으로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30세대 이상 일반 분양을 하면 소규모재건축 역시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는다. 분양세대 수가 적기 때문에 사업비에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30세대 이상 분양하지 않으면 된다. 애초 규모가 크지 않아서다. 

소규모 정비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 건 2018년부터지만 아직 소규모 정비사업은 서울시의 ‘클린업시스템(도시정비사업 정보포털)’에도 등록되지 않은 상태다. 대단지 아파트 사업과 같은 대접을 받기 시작하면 더 눈에 띌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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