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맞벌이 부부 재무설계 下

새 아파트로 이사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출금을 빼면 1억원이 모자란다. 부부는 7년 안에 그 아파트를 꼭 구입하고 싶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매월 119만원을 저축해야 가능한 목표다. 월 395만원을 버는 이 부부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의 30대 맞벌이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도왔다.

재테크의 기본은 자신의 재무 상황에 걸맞은 저축방식을 고르는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테크의 기본은 자신의 재무 상황에 걸맞은 저축방식을 고르는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은 집에 관심이 무척 많다. 일단 자기 명의의 집을 가져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전국 6만 가구에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졌더니, 82.5%가 ‘그렇다’고 대답했을 정도다(국토교통부· 2018년 기준). 자기 집을 가진 이들 중에서도 더 좋은 집을 갖길 원하는 사람들이 숱하다.

이번 상담의 양세현(36세·가명)씨와 한은미(33세·가명)씨 부부가 그렇다. 빌라(매입·1억5000만원)에 살고 있는 두사람은 7년 뒤에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상담을 진행했다. 사실 부부는 ‘더 좋은 집’을 가질 기회를 놓친 경험이 있다. 얼마 전, 부부가 사는 동네가 재개발 구역에 지정됐지만 추가 분담금(3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조합원 권리를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부는 1년 내에 가까운 빌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빌라에 재개발 프리미엄이 붙어 시세보다 꽤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자는 “최고 3억6000만원까지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사비용(1000만원)을 제외한 부부의 순자산은 부동산을 포함해 3억5000만원으로 불어난다. 대출을 받는 방법까지 고려해 보면 새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게 불가능해 보이진 않았다.

문제는 부부가 목표로 삼은 아파트 매입가격이 5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수중에 3억5000원이 생기더라도 1억5000만원이 더 필요하다. 혹여 대출 5000만원까지 받는다 쳐도 1억원이 모자라다. 1억원을 준비기간인 7년간 만들려면 양씨 부부가 매월 119만원씩 저금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두 자녀의 양육비와 노후 준비까지 생각해야 하는 양씨 부부에겐 꽤 버거운 액수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대대적인 지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부부는 월 395만원(남편 225만원·아내 170만원)을 벌고 30만원 적자를 보고 있었는데, 상담을 통해 77만원의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생활비(15만원)·교통비(15만원)·통신비(12만원)·보험료(11만원)·부부 용돈(총 20만원)·병원비(5만원)·대출상환금(29만원) 등을 절감한 결과다. 여기에 기존의 적금(40만원)과 비상금(10만원)까지 합하면 부부가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총 127만원이 된다.

그럼에도 부부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에 액수가 부족했다. 양씨 부부는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적금 외에 재테크를 해본 적 없는 두사람이 무턱대고 주식이나 펀드에 손을 댔다간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일단 부부는 아파트를 매입하는 시점을 9년 후로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양육비와 부부의 노후를 준비할 여력도 갖출 수 있게 됐다.

어떤 저축방식을 사용해야 양씨 부부에게 효과적일까. 먼저 아파트 매입 자금을 마련해 보자. 이를 위해 부부는 기존 적금과 비상금 통장을 해지하고 통신사와 연계할 수 있는 적금상품(15만원)에 새로 가입했다. 우대금리에 통신사의 특정 요금제를 쓰면 최고 5.0%까지 금리를 얻을 수 있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가 통신비를 5G 요금제(9만원)에서 4G 요금제(5만원)로 낮췄는데, 마침 은행에서 요구하는 요금제여서 그대로 사용했다. 월 최고 20만원까지만 저축할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해 두면 좋다.

저축은행 예금에도 20만원씩 저금하기로 했다. 이 상품의 장점은 최고 6%대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저축은행도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계좌를 만들면 비대면 우대금리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외화 예금(20만원)도 가입했다. 보통 환전 차익을 노리기 위해 이 상품을 활용하는데, 2%대의 금리가 적용돼 일반 은행상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정도 강점이다. 환율이 올랐을 때 바로 판매할 수 있어서다. 다만, 주식처럼 환율변동에 예민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CMA통장에도 30만원씩 저금할 예정이다. 금리는 낮지만 하루 단위의 이자가 적용되고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 비상금을 저축하는 용도로 쓰기에 좋다. 이렇게 부부는 통신사 연계 적금(15만원)·저축은행 예금(20만원)·외화 예금(20만원)·CMA통장(30만원) 등 총 85만원을 아파트 비용으로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주택종합청약저축에도 가입했다. 향후 양씨 부부가 자녀의 학교 문제로 전셋집으로 이사 갈 가능성을 고려했다. 그렇게 되면 부부는 무주택자가 되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권을 따는 게 쉬워진다. 이런 점을 고려해 최소한의 보험을 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 양씨 이름으로 2만원씩 불입하기로 결정했다.

자녀 양육비로는 적립식 펀드(20만원)를 활용한다. 글로벌 펀드와 글로벌 채권형 펀드, 국내 배당주 펀드 등 총 3가지 펀드에 액수를 균등하게 나눠서 적립하기로 했다. 세 펀드의 공통점은 다른 상품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으므로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부부는 개인연금에 20만원씩 납입한다. 노후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 교육비, 대학등록금 등 다른 지출이 불어나 점점 더 준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부부는 상장지수펀드(ETF) 연금으로 준비하다가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기면 공시이율 상품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면 원금 손실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잉여자금 127만원은 아파트 매입비(85만원), 자녀 양육비(20만원), 노후 준비(20만원), 청약저축(2만원) 등에 분배됐다. 지출을 상당히 줄였기에 한동안 생활하는 데 불편한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부부는 매월 가계부를 작성해 각 항목의 지출 규모를 상황에 맞게 조금씩 조정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꼭 새 아파트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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