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 논의 확산

코로나19 피해는 전국적 현상이다. 지자체별 취약계층 지원을 중앙정부가 방임하면 지자체간 불필요한 경쟁과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피해는 전국적 현상이다. 지자체별 취약계층 지원을 중앙정부가 방임하면 지자체간 불필요한 경쟁과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ㆍPandemic) 리스크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기본 책무인 방역 활동부터 경제ㆍ정치외교ㆍ사회ㆍ문화ㆍ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국인 입국을 차단했다. 지구촌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이 멈춰 섰다. 집단 감염 공포는 경제활동과 민생을 짓누른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근로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장사가 안 되는 자영업자와 일거리가 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끼니를 걱정할 판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두달을 넘어선 한국은 두가지 국가적 재난과의 전쟁에 직면했다. 하나는 감염병 확산을 막아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한꺼번에 몰아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정부가 19일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50조원 규모 비상금융조치를 내놓았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긴급경영자금을 빌려주고, 대출원금 및 이자상환을 유예해주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피해 쓰나미의 일각을 막아주는 방파제일 따름이다. 생계 위협에 노출된 실업자나 비정규직ㆍ일용직 등 저소득 취약계층에도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차기 대선 주자급들이 ‘전 국민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하자’고 화두를 던졌다. 달러 같은 기축통화 발권국이 아닌 한국의 재정 여건상 모든 국민에게 일정 규모 현금을 지급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재정건전성을 염려하는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청와대도 적극 나서지 않자 개별 지자체가 나섰다. 전주시를 필두로 화성시ㆍ강원도ㆍ서울시ㆍ경남도 등이 저소득 근로자를 비롯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명칭부터 지원 대상과 범위, 지원금액과 지급방식이 제각각이라서 헷갈린다.

그 명칭을 보자. 원래 기본소득은 상시적으로 계속 얼마씩 주는 것이다. 이와 달리 지금 논의되는 방안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일회성이다. 그럼에도 지자체별로 내세운 명칭은 재난기본소득부터 긴급 생활비(생계비), 생활안정 지원 등 여럿이다.

또한 기본소득은 구성원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지급하는 보편성이 핵심 요건 중 하나다. 이와 달리 지자체별 방안은 ‘선별’ 지급이다.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은 더 혼란스럽다. 서울시와 경남도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로 꽤 넓다. 전주시는 비정규직 실직자 중심이다. 화성시와 강원도는 소상공인 위주다.

지원 금액도 30만원부터 50만원, 200만원까지 차이가 크다. 지급방식 또한 지역은행 체크카드나 해당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 등으로 통상 현금인 기본소득 개념과 차이가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취약계층 지원 방안은 ‘재난수당’ ‘긴급 생활지원’ 정도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들 결정에 대한 중앙정부와 여당의 반응이다.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지자체가 긴급 지원하고, 중앙정부 지원이 필요하면 추후 추경을 통해 도울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비상 경제상황에 맞지 않는 한가로운 발상이다. 코로나19는 국가적 재난이다. 대응 정책과 체계도 국가적이어야 한다. 인구구성 및 재정여건이 상이한 지자체별 대응은 형평성 문제를 잉태한다. 지자체별 지원 대상 선정과 지원 금액 등이 제각각인 이유다.

코로나19 피해는 지역을 가리지 않는 전국적 현상이다. 지자체별 취약계층 지원을 중앙정부가 방임하면 지자체간 불필요한 경쟁과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 당장은 지자체 재정에서 충당해도 결국 국민 세금이다. 전국 어느 지자체치고 재정이 남아도는 데는 없다. 방만하게 운영되면 후세로 부담이 넘어간다.

청와대가 나서 이 문제를 조속히 2차 비상경제회의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할 것이다. 개념을 명확히 하고, 대상 선정 및 지급 방식 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회의 이해도 구하자. 지방교부금과 2차 추경 편성 등을 통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를 지원하는 것도 긴요하다. 경제와 민생이 더 힘든 지경에 빠져들기 이전에 ‘신속하게’ 집행해야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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