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손오택 파이브테크놀로지스 대표

국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마스크 사용 지침을 두고 수시로 말을 바꾸는 정부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하더라도 “마스크 재사용을 권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더니 수급 대란이 터진 뒤엔 “재사용해도 된다”며 지침을 바꿨다. 가뜩이나 감염 위험으로 불안한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곤혹스럽다. 마스크, 정말 재사용해도 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분야 전문가인 손오택(40) 파이브테크놀로지스 대표에게 답을 물어봤다. 

손오택 대표는 보건용 마스크도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사진=천막사진관]
손오택 대표는 보건용 마스크도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사진=천막사진관]

“제조사가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가격이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오를 게 뻔하다. 업계에선 천기누설에 해당하는 마스크 교체주기를 설명하겠다. … 결론적으로 KF94 마스크는 한 달은 쓸 수 있다. 습기가 차서 다시 쓰는 게 싫다면 2개를 사서 번갈아 말리면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1월 말, 인터넷 커뮤니티엔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글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 주장은 허무맹랑한 얘기로 치부됐다. ‘보건용 마스크는 한번 쓰고 버린다’는 게 그간의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마스크는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1월 27일 식약처)”고 권고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학계 역시 “마스크를 재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다 2월 18일을 기점으로 확진자 수가 폭증해 ‘마스크 대란’이 터지자 말이 달라졌다. 정부는 “재사용이 가능하다”면서 지침을 바꿨다. 마스크 대란이 터지기 전 나돌았던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궤변이 아니었던 셈이다. 

“1개월도 쓸 수 있다”

당시 ‘재사용 가능론’을 펼친 이는 누구였을까. 글쓴이는 손오택 파이브테크놀로지스 대표였다. 손 대표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마스크 전문가다. 글로벌 최대 마스크 제조사인 3M에 10년 넘게 몸을 담았고,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호흡기보호구(마스크) 기술지원 총괄을 담당했었다. 산업용 보건제품 전문가만 취득할 수 있다는 미국산업위생기술사(CIH) 자격을 갖춘 11번째 한국인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마스크를 비롯한 각종 개인안전 보호장구를 컨설팅하고 수입하는 스타트업 파이브테크놀로지스를 창업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손 대표의 얘기를 더 자세히 들어봤다.

✚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던 건 1월 말이었다. 마스크 대란을 예상했었나.
“당시엔 국내 확진자가 4명에 불과했고, 품귀 현상도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마스크를 하루에 하나씩 쓰면 부족할 게 뻔했다. 그러니 글을 읽는 사람만이라도 부디 마스크를 재사용해 코로나19에 대응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 식약처도 처음엔 재사용을 권고하지 않았고,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가 강타했던 2015년에 어땠는지 아는가.” 

✚ 모르겠다. 무슨 일이 있었나. 
“당시 거점병원에선 전동식 마스크 공급이 모자랐다. 그래서 직접 ‘재사용이 가능하다’란 문서를 작성해 각 병원에 배포했다.”

✚ 의미하는 바가 뭔가.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거다.” 

✚ 많은 의사들이 재사용은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마스크도 어찌 됐든 테크놀로지다. 활용법을 의료계에 전달하는 게 마스크 생산업계다. 마스크 업계는 기본적으로 재사용이 안 된다고 교육한다. 가끔 집요하게 묻는 의사도 있다. 그럴 땐 솔직하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런 의사들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건 어려울 거다.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된다고 말했는데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 대표의 주장은 타당할까. 먼저 마스크의 원리부터 알아보자. 마스크는 크게 필터 유무로 나뉜다. 필터 기능이 없는 건 천으로 만든 방한용 마스크다. 필터가 있는 건 수술용과 보건용, 산업용 방진 마스크로 분류된다. 

수술용 마스크는 ‘덴털 마스크’로 불린다. 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혈액이나 체액 등으로 인한 액체 오염을 방지하는 게 주목적이다. 비말(침방울)을 방지하는 기능에 주력해 만들어진 마스크란 얘기다. 

현재 수급 대란을 부른 마스크는 보건용이다. 수술용과 달리 KF(Korea Filter) 인증절차를 밟은 제품들이다. 분진 입자를 얼마나 차단해주는지에 따라 ‘KF80’ ‘KF94’ ‘KF99’ 등의 등급이 매겨진다. 

기본적인 차단 원리는 이렇다. 부직포에 고압전류를 가해 미세조직이 정전기를 띠게 만들어 분진 입자를 흡착해 걸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재사용을 권고하지 않는 이들의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마스크를 세탁하면 입자를 달라붙게 하는 ‘정전기력’이 사라져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손 대표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보건용 마스크의 필터는 정전기가 없어도 필터 자체가 많은 입자를 기계적으로 걸러주도록 설계돼 있다”면서 “통상 마스크를 쓸 수 없을 만큼 손상이 됐다고 판단하는 건 필터에 분진이 가득 차 숨쉬기 어려워졌을 때”라고 말했다.  

✚ 그 기간이 1개월이라는 건가.
“그렇다. 우리는 보건용 마스크의 허술한 겉모습만 보고 성능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 마스크의 가장 큰 부분을 이루는 몸체만 해도 ‘폴리프로필렌’ 재질로 만들어진다. 이 소재는 부식이 매우 늦다.”

✚ 필터 성능은 어떤가.
“보건용 마스크의 분진 입자 차단 성능 테스트는 산업현장에서 쓰는 방진 마스크 테스트와 동일하다. 두 마스크의 차이점은 유분입자 차단 유무다. 보건용은 기름 성분의 입자는 걸러내지 못한다. 순전히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만든 제품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보건용 마스크의 분진 입자 차단 성능은 산업현장에서 쓰는 방진 마스크와 같다는 얘기다.”

✚ 두 마스크의 입자 차단 성능이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는 미세먼지 수준이 100㎍을 넘으면 엄청난 재앙인 듯 말하지만, 산업현장은 1만㎍ 이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산업현장에선 하루면 필터가 한계수명에 도달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일상의 환경이라면, 1개월은 필터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 한번 사용해 습기가 찬 마스크는 왠지 찜찜한 것도 사실인데.
“마스크를 쓰면 습기가 차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오히려 습기가 차지 않으면 어딘가 공기가 새는 불량 마스크일 가능성이 높다. 습기가 차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싫다면 아예 마스크를 안 쓰는 게 좋다. 마스크에 습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 착용 중일 때니까 말이다.”

✚ 습기가 필터 성능에 영향을 준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비오는 날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습도가 높으니 마스크를 금방 쓰고 교환해야 하나. 비를 조금이라도 맞으면 마스크를 버려야 하나. 습기와 성능은 상관없다. 마스크 필터 성능에 영향을 주는 건 먼지입자지, 물방울과 습기는 아니다.”

✚ ‘재사용해도 된다’는 정부의 바뀐 지침을 믿어도 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단, 정부도 설명했듯 병원 등 감염 위험 지역에서 쓴 마스크는 교체를 하는 게 좋다.”

✚ 마스크 관련 정보가 제각각이다.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본다. 마스크 전문가지만,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에 만능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마스크만 쓰면 코로나19로부터 해방’이란 뉘앙스였고, 터무니없는 대란을 초래했다. 다만, 착용지침을 자꾸 바꾸는 정부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 어떤 심정인가.
“마스크를 안 쓴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리는 사례가 하나라도 나와 언론으로부터 ‘정부가 마스크 쓰지 말래서 안 썼더니 감염됐다’는 식의 공격을 받을 게 두려웠을 거다.

✚ 착용 지침뿐만 아니라 권고 제품도 바뀐다. 처음엔 KF94를 권고했다가, 지금은 면 마스크도 괜찮다는데. 
“비말 전파를 막는 게 목적이면 면 마스크 사용도 일리는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정부가 마스크 종류에만 너무 집착한다는 점이다. 마스크 사용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굴과 얼마나 밀착해 있느냐다. 코와 입의 앞부분을 한겹 가렸다고 해서 바이러스 차단을 기대하긴 어렵다. 마스크를 전체적으로 얼굴에 밀착시켜서, 공기가 마스크를 통하지 않고는 호흡기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KF 뒤에 붙는 숫자보다 이런 착용법 안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도 재사용을 권할 수 있나.
“약국에서 언제든 마스크를 살 수 있다면, 굳이 재사용을 권하고 싶진 않다. KF94 정도의 마스크는 값이 부담 되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이고 국민들이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코로나19의 감염 전파 경로가 비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재사용 보건용 마스크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할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올바른 마스크 활용법도 중요하지만, 창문 열기 운동 같은 대국민 캠페인을 벌였으면 좋겠다. 교회 같은 장소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지는 걸 보면 아무리 비말 감염이라도 밀폐된 공간에선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난방기 가동을 멈추고 창문을 활짝 연다면, 그 위험은 매우 효과적으로 감소할 공산이 크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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