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언제 정상궤도 돌아갈까

하루에도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던 비행기가 갈 곳을 잃었다. 출국 전 설레는 마음으로 들르던 면세점도 문을 닫거나 평소보다 일찍 셔터를 내렸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면세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사태가 마무리되면 매출이 회복될 거란 전망도 있지만 지금이 문제다. “올 상반기 면세점 업계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돌 정도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위기에 빠진 면세점 업계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객 수가 크게 줄자 면세업계가 휴점 또는 단축영업에 돌입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객 수가 크게 줄자 면세업계가 휴점 또는 단축영업에 돌입했다.[사진=뉴시스]

“성장의 질도 향상되고, 주요 업체들의 실적 성장도 기대된다.” “실적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가시화될 경우 인바운드 패키지 규제 완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 실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면세업계 전망이다.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매출에 개별 여행객 수요까지 추가되면서 면세점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얘기였다.

이런 분석의 배경엔 지난해 면세점 매출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선 것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장밋빛 전망을 뭉개버렸다. 상승세가 맥없이 꺾이면서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에 며칠씩 문을 닫아야 했다. 방역 조치를 하고 이내 문을 다시 열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상황은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졌다. 국내를 찾는 여행객 수가 크게 줄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면세업계 매출은 전월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면세점이든 잘된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행기가 뜨질 않으니 대부분 면세점들의 매출이 40~50%씩은 줄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월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는 338만1632명이다. 지난해 2월 577만7502명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했던 것에 비하면 41.7%나 줄어든 수치다. 김포국제공항은 더 처참하다. 국제선이 아예 멈췄다. 중국·일본·대만 등 5개 노선을 운영 중이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대기업 참여 면세사업권 유찰

국내 여행객이 줄면서 면세업계도 어쩔 수 없이 휴업 또는 단축영업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부터 김포공항점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김포공항 항공편과 이용객이 급감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밝히며 “매장을 운영 중인 중소 브랜드사들도 휴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재개점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롯데면세점 측은 추후 김포공항 항공편과 이용객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단축영업을 시행한 데 이어 당분간 서울 명동점과 강남점을 월 1회 휴점하기로 했다. 휴점일은 매월 셋째주 월요일이다. “방문객과 직원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밝힌 신세계면세점 역시 정상적으로 영업을 재개할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이밖에도 시내면세점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영업시간에서 짧게는 2시간, 길게는 7시간씩 단축했다.

이런 상황이 면세점 입찰에도 영향을 준걸까. 최근 발표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자 선정 입찰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부진했다. 총 8개 사업권 중 ‘중소·중견사업권’ 3개 입찰은 경쟁이 치열했던 반면 대기업이 참여하는 ‘일반기업 사업권’은 5개 중 2개가 유찰됐다.

비싼 임대료(연간 1161억원) 탓에 DF2(향수·화장품)는 희망 사업자가 나서지 않았고, DF6(패션·기타)은 현대백화점면세점만 참여해 유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천국제공항의 비싼 임대료가 부담스러웠던 이유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면세업계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 이번 결과에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면세업계는 언제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까.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면세점 매출은 2월보다 3월 감소폭이 더 클 것”이라며 “3월에 확진자 수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면세점 매출은 1분기뿐만 아니라 2분기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기화하면 따이공 수요도 장담 못해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면세점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30~40% 수준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인바운드보다 따이공의 매출 비중이 높아 부정적인 영향이 조금 덜하다는 게 위안거리”라고 분석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할 정도로 전 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된 지금 국경을 넘어서는 왕래 자체가 어려워졌다. 따이공의 왕래가 장기간 억제될 경우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더 신중한 입장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여행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면세업도 따라서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 “일단은 상황을 차분히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국내 상황만 잠잠해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야 우리 면세점들도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a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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