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특집 제2막 그들만의 예산
국회의원 세비, 최저임금 대비 7배 많아
전직 국회의원 지원 예산 약 60억원
의원회관 리모델링에 477억원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며, 국정을 감시한다. 그럼 국회의원은 누가 감시할까. 애석하게도 그들을 감시할 기관은 없다.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견제와 감시보다 특권을 더 많이 누린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받는 보수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국회 예산이 허투루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금배지의 예산’을 분석했다. 21대 총선 특집 잘뽑자 제2막 ‘그들만의 예산’ 편이다. 

국회의원이 국정을 감시하듯 그들을 감시할 기구도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이 국정을 감시하듯 그들을 감시할 기구도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20대 국회의원들이 올해 받는 돈은 얼마일까. 4·15 총선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올해 받을 돈은 1억5199만원이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265만6640원. 최저임금 근로자가 한달에 받을 수 있는 179만5310원보다 약 7배 많다.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수당)는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거리였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민단체는 물론 몇몇 국회의원도 수당(세비)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삭감되긴커녕 해마다 증액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대 국회 때 박지원 당시 민주당 의원(현 민생당)은 126명의 의견을 모아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새로운 정치 활동과 정치 쇄신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고,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소득 감소로 국민들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 고통을 국민과 함께 한다는 취지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30% 삭감해야 한다.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입법활동비는 성과 심사 결과에 따라 지급하며, 사용 목적이 불분명한 국회의원 특별활동비는 폐지해야 한다.” 

이 법률안이 통과됐다면 국회의장 수당은 월 952만9000원에서 667만300원으로, 국회의원 수당은 646만4000원에서 454만4800원으로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안건은 2016년 5월 29일 19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함께 사라졌다. 국회운영위원회는 박 의원의 안건을 심사하며 이런 의견을 냈다.

“국회의원 수당은 헌법상 규정된 청렴의무를 확보하는 동시에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충분한 수준으로 지급될 필요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심상정 의원이 “국회의원은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정하는 유일한 헌법기관으로 매년 예산안 처리 때마다 ‘셀프인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5배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폐지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법안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게 분명해 보인다. 

국회의원 세비는 ‘셀프인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줄이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실행되진 않는다.[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 세비는 ‘셀프인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줄이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실행되진 않는다.[사진=연합뉴스]

어디 세비뿐이랴. 국민이 잘 알지 못하지만 숭숭 빠져나가는 국회의원 관련 예산은 수없이 많다. 지난해 11월 녹색당은 ‘국민이 알아야 할 국회예산 비밀 10가지’를 발표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여기엔 업무추진비, 정책자료발간비, 주유비, 특정업무경비 등이 포함돼 있다. 녹색당은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부당한 특권, 각종 예산낭비를 줄이면 매년 국회예산을 증액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먼저 특수활동비를 보자. 국회는 지난해부터 특수활동비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다. 2018년 62억7000만원이던 예산은 2019년 9억80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업무추진비가 늘었다. 2018년 98억7900만원이었던 업무추진비가 2019년 123억8900만원으로 25.4% 증가한 것이다. 2020년엔 여기서 더 늘어 128억4500만원이 편성됐다. 녹색당은 “특수활동비를 순수하게 줄인 게 아니라 업무추진비로 대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들의 차량유지비도 도마에 올랐다. 일반 국회의원들에게 지원되는 차량유지비는 월 35만8000원이다. 여기에 주유비로 월 110만원을 지원받는다. 지역구를 다니는 주유비는 별개다. 지난해 기준 17억1400만원이 ‘의원 공무출장비 지원’ 예산으로 따로 책정됐다. 게다가 국회의장은 유지비를 더 지원받는다. 일반 국회의원의 3배에 달하는 100만원을 차량유지비로 지원받고 있다.


‘특정업무경비’도 삭감돼야 할 항목 중 하나다. 지난해 특정업무경비 예산은 41억5000만원이다.  녹색당은 “특정업무경비의 99%는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국회의원들은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대한민국헌정회(헌정회)’ 예산을 꼬집었다.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에 지원되는 한해 예산은 64억원이다. 이중 연로회원지원금이 53억2800만원이다. 65세 이상인 37명에게 매월 120만원씩 지급되는 돈이다. 19대 국회에서 이 안건을 손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전직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돈

김광진 의원(당시 민주당)을 비롯해 이철우 의원(당시 새누리당) 등은 “국회의원으로 재직했다는 이유만으로 매달 연로회원지원금을 받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며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 제도를 폐지하자는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그 결과 19대 국회에서 이 제도가 폐지됐다. 그런데 왜 여전히 수십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연로회원지원금으로 나가고 있는 걸까. 당시 법을 개정하면서 완전 폐지가 아닌 19대부터 폐지란 단서가 붙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의원까진 그 혜택을 여전히 받고 있다는 얘기다. 

헌정회 예산을 지적한 전직 의원은 “연로회원지원금 제도를 폐지했으면 폐지하는 거지 왜 18대 국회의원까진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말만 폐지라고 해놓고 여전히 한해 수십억원이 연로회원지원금으로 쓰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때만 되면 집으로 날아오는 헌정회 우편물을 보면 ‘이게 다 국민 세금이겠구나’ 싶은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직 국회의원에게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직 국회의원에게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국회의원이 자신들을 위해 쏟아붓는 예산은 어마어마하다. 19대 국회를 앞두고선 업무 공간이 협소해 의정활동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기존 국회 의원회관을 리모델링하고 제2의원회관도 지었다. 벽면을 유리로 만들고 바닥엔 대리석을 깔아놓은 제2의원회관엔 혈세 1882억원이 투입됐다. 기존 의원회관 리모델링엔 477억원을 썼다. 레드카펫 교체하는 데만 1500만원을 집행했으니, 국민이 만들어준 예산을 ‘눈먼돈’ 취급한 셈이다. 

국회의원 감시 기구 필요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공동대표는 “국회 예산은 어느 한두가지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가 있다”면서 “연구용역한다고 해놓고 실제로 보면 용역은 제대로 하지 않고 예산만 낭비한 경우도 왕왕 있다”고 말했다. 그들을 감시할 방법은 없는 걸까. 하 대표는 “영국의 경우 IPSA(Independe nt Parliament Standard Auth ority)라는 독립기구가 있어서 국회의원들이 사용하는 예산 내역을 검증하고, 잘못된 게 있을 경우 반납 요구를 하며, 고발도 하는 감시 역할을 한다”면서 “우리도 그런 감시기구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국회의원들은 과연 그 법을 만들려고 할까. 자신들을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겠다는데 말이다. 하 대표는 “그걸 만들게 하는 것이 바로 국민의 힘이다”고 강조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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