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웨이브 힘 못 쓰는 이유

토종 OTT 웨이브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우려했던 대로 웨이브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출시 초기 반짝 인기몰이에 성공했지만 콘텐트로 밀어붙이는 넷플릭스에 다시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국내 OTT 업계에서 가장 많은 콘텐트를 보유하고, 독자 콘텐트를 갖췄음에도 웨이브가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답을 찾아봤습니다. 

웨이브가 월 이용자 수에서 넷플릭스에 역전을 허용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웨이브가 월 이용자 수에서 넷플릭스에 역전을 허용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넷플릭스와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토종 OTT(Over The Top) 플랫폼을 만들겠다.” 지난해 9월 MBC·KBS·SBS와 SK텔레콤은 이같은 포부를 갖고 OTT 플랫폼 ‘웨이브’를 출범했습니다. 지상파 3사와 거대 통신사가 합작해 만든 만큼 웨이브는 초기부터 이용자들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2019년 9월 웨이브의 월 이용자 수는 264만명으로 넷플릭스(217만명)를 뛰어넘었습니다.

웨이브가 초반부터 괜찮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건 방대한 콘텐트 덕분입니다. 지상파 3사의 프로그램을 모두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OTT 서비스보다 우위에 서 있는 게 사실입니다. 웨이브의 독자 콘텐트도 시청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웨이브가 100억원 전액을 투자해 KBS와 동시 송출한 ‘조선로코-녹두전’은 지난해 11월 8.3%의 시청률(닐슨코리아·KBS 기준)로 성황리에 종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웨이브가 국내 OTT 시장에서 1인자 자리를 굳힐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금 웨이브는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입니다. 2월 이용자 수가 275만명으로 되레 줄어들었습니다. 넷플릭스 이용자 수가 같은 기간 317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입니다.

전문가들은 웨이브의 성장이 멈춰선 이유로 ‘오리지널 콘텐트의 부재’를 꼽습니다. ‘조선로코-녹두전’ 이후의 후속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최근 ‘세이렌’ ‘매니페스트’ ‘더 퍼스트’ 등 미국의 흥행 드라마들을 독점 공개 했지만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꾸준히 국내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독자 콘텐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3월 13일엔 드라마 ‘킹덤’의 시즌2를 공개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인 만큼 이번 차기작으로 기존 구독자는 물론 신규 가입자도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4월 29일엔 드라마 ‘인간수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하반기에도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등이 준비돼 있는데, 각각 국내 소설·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어서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웨이브와 넷플릭스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상파 작품이 독자 콘텐트라니…

오리지널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웨이브 측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웨이브 관계자의 반론을 들어보시죠. “웨이브가 지상파 소속의 플랫폼인 만큼 지상파 작품도 어떻게 보면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트 아닐까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콘텐트의 파급력은 어디까지나 독점 송출에서 나옵니다.

경쟁사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다면 오리지널 콘텐트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SBS와 KBS의 흥행작이었던 ‘배가본드’와 ‘동백꽃 필 무렵’은 넷플릭스에서도 시청이 가능합니다. 지상파 3사가 웨이브를 만들 때 ‘방송사별로 1년에 콘텐트 2개씩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에 공급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기에 가능한 일이죠.

이런 상황은 웨이브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판매로 웨이브 경쟁력이 떨어지면 유료 구독자가 줄고, 매출 감소로 콘텐트 제작비가 감소하면 또다시 다른 플랫폼에 송출권을 판매해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웨이브의 한계를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제작사인 방송사 입장에선 콘텐트의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여러 플랫폼에 콘텐트 송출권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가 저작권을 가진 콘텐트를 OTT 업체의 독자 콘텐트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인 이유다. 웨이브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자체 플랫폼 안에서만 콘텐트를 유통해야 한다.”

웨이브를 향한 쓴소리는 또 있습니다. “투자 규모에서부터 경쟁이 되질 않는다”는 분석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트를 만드는 데만 150억 달러(19조1677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는 173억 달러(22조1094억원)를 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사실이라면 웨이브가 밝힌 올해 투자 규모(500억원)는 초라해 보일 정도입니다.

앱 자체의 자잘한 문제도 웨이브의 발목을 잡습니다. 웨이브 앱 후기에는 끊김 현상, 앱 강제 종료 등의 불만을 토로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이 줄을 잇습니다. 그 때문인지 초창기 5점 만점에 1.5점(안드로이드· 2019년 10월 24일 기준)을 받은 웨이브 앱 평점은 여전히 2.9점에 머물러 있습니다(2020년 3월 19일).

“이용권을 구매해도 대부분은 추가 결제를 해야 볼 수 있다”며 중복 결제를 문제 삼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한번 정기 구독을 결제하면 모든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와 비교되는 부분이죠.

앱의 자잘한 문제 발목 잡아

물론 웨이브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국내 영화감독 8명과 합작해 프로젝트 ‘SF8’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7월 공개를 목표로 짧은 영화 8편을 제작할 예정인데,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스마트시티 등의 IT 기술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흥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미 넷플릭스가 동일한 콘셉트의 드라마 ‘블랙미러’를 방영하고 있어서입니다. 웨이브로서는 “넷플릭스를 따라했다”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되겠다”며 야심차게 OTT 시장에 발을 들였던 웨이브.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오리지널 콘텐트 경쟁에서 힘이 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구조 때문인지 독자 콘텐트를 만들어도 그 파급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죠. 웨이브는 한번 더 넷플릭스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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