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의 펀드투자법

국제금융시장이 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타를 맞았다. 코스피는 1500선이 붕괴되며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졌지만 내려간 만큼 반등할 거란 기대감도 없지는 않다. 최근 들어 주가 상승분의 ‘2배 수익률’이 따라오는 ‘레버리지 펀드’에 자금이 쏠리고 있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레버리지 펀드가 어떤 성적을 내든 이런 유형의 투자는 바람직한 형태가 아니다. 투자는 첫째도 둘째도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엉클조가 레버리지 펀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국내 증시가 언제 다시 반등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언제 다시 반등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필자는 오랫동안 일반 투자자에게 간접투자(펀드)를 권유했다. 큰 수익을 좇지 말고 손실을 줄이려는 자세를 가지라는 의미였다. 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 등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펀드 투자의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는 “직접투자의 높은 수익률이 아쉽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일반 투자자에겐 펀드가 적합하다. 필자는 펀드의 연 수익률을 5~10%로 판단한다. 은행금리가 연 1~2%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히 높은 수준이다. 물론 이만한 수익률을 내려면 각오해야 할 것이 몇가지 있다. 첫째, 손실이 나도 환매를 하지 않고 견디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둘째, 목돈을 여러 토막으로 쪼개 투자하는 수고도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이처럼 간접투자의 본질은 ‘리스크 관리’인데, 최근 이런 본질에서 탈선하는 투자자가 부쩍 많아졌다.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금이 몰리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레버리지 펀드는 주가지수가 오르면 그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가령 주가 상승분 이상의 수익률을 얻는 펀드로 2배 레버리지라면, 주가가 1% 상승할 때 수익률은 2%로 올라간다.

문제는 손실이 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2배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고수익ㆍ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레버리지 펀드 69개의 설정액은 8조1211억원(3월 12일 기준)이었다. 하루 만에 2695억원, 일주일 사이 7579억원 늘어났다. 레버리지 펀드 중 ‘NH아문디코리아2배레버리지’ 주식형 펀드는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상품에 등극했다.

해당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서였을까. 아니었다. 오히려 처참한 수준이었다. 지난 한달간 레버리지 펀드 69개의 평균 수익률은 -15.80%를 기록했다. 결국 투자자가 레버리지 펀드로 몰린 이유는 하나로 요약된다. “과거 금융시장이 큰 변동성을 겪을 땐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식시장은 하락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최근 코스피가 속절없이 무너졌으니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지수가 오를 때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를 하자.”

수익도 손실도 2배

하지만 이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간과한 판단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ㆍPandemic)을 선언하고, 국제유가가 급락한 지금은 예측이 무의미한 상황이다. 증시에 민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을 정도다. 7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에도 글로벌 증시의 불안 심리는 여전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에 이어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도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고 유럽ㆍ호주ㆍ일본 등도 돈 풀기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증시 폭락을 막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인지 확산 초기만 하더라도 “코스피 지수 2000선 이하에선 매수하라”고 권했던 증권가는 말을 바꾸고 있다.

19일엔 코스피 1500선마저 붕괴됐다. 2009년 7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시적인 급락세로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이유로 반등 시점을 따지고 있지만, 거미줄처럼 엮인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코로나19가 전세계에 확산하면서 우리 기업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영향이 시작된 지난 2월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1.7%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 국면에 접어든 지금은 수출 감소세가 더 가팔라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하락장이 길어지면 레버리지 펀드 투자자들은 일반 펀드의 두배에 달하는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고수익을 얻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위험을 줄이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간접투자의 본질을 외면하는 움직임이다.

시계제로에 빠진 국내 증시

주식시장에 몰려든 개인 투자자의 투자 행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레버리지 투자의 설정액이 높아지는 건 왜곡된 투자방법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간접투자 시장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손실 사태 등으로 홍역을 앓았기 때문이다. 여론은 금융회사의 책임만 추궁하기 바빴지만 리스크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투자한 이들의 과실도 적지 않다.

레버리지 펀드의 쏠림 현상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리스크를 이해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시작한 투자는 건전한 투자 행태가 아니다. 단기간 ‘고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과 그런 심리를 이용하는 금융회사들의 경쟁적인 마케팅이 만들어 낸 변종 투자 문화다. 대박과 쪽박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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