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벤틀스페이스
4월 중 2호점 로위 론칭
1호점은 손익분기점 넘어서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지난해 11월이었다. 2018년 12월 공유미용실 ‘어포스트로피’를 창업한 벤틀스페이스의 두 젊은 창업자는 ‘2호점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호점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보완해 99%의 헤어디자이너를 위한 공유미용실을 만들 겁니다.” 하지만 시장은 겨울처럼 냉랭했다. 젊은 창업자에게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이는 거의 없었다. 가까스로 고용한 직원은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3개월 만에 회사를 관뒀다.

그럼에도 이들은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하루에도 몇번씩 사업소개서를 고쳐 쓰고,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회사 시스템도 손봤다. 각자의 자리에서 전력을 다하기 위해 투톱 체제(양재원ㆍ박재혁 대표)에서 원톱 체제(양재원)로 바꿨다. 그렇게 하루를 한달처럼 살아오니 기어이 봄이 찾아왔다. 벤틀스페이스는 오는 4월 신촌에 공유미용실 2호점 ‘로위(LOWE)’를 론칭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4개월 만에 양재원(31) 벤틀스페이스 대표를 만났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양재원 벤틀스페이스 대표는 “내실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양재원 벤틀스페이스 대표는 “내실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 4개월 만이에요.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무엇보다 ‘로위(LOWE)’로 리브랜딩을 했어요. 1호점 홍대점(어포스트로피)에 이어 2호점 신촌점이 로위라는 이름으로 4월 문을 열 예정입니다.”

✚ 로위는 어떤 뜻인가요. 
“‘위로’를 거꾸로 쓴 말이에요. 머리를 하는 시간과 공간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죠. 고객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에게도 말이죠.”

✚ 로위와 기존 1호점의 차이점이 뭔가요. 
“가장 큰 차이점은 디자이너에게 6.6~13.2㎡(약 2~4평) 규모의 독립된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에요.”

✚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1호점을 운영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중 하나가 공간에 관한 것이었죠.”

✚ 독립적인 공간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요. 
“1호점의 경우 5명의 디자이너가 각각 개인사업자로서 일하고 있어요. 하지만 일반 미용실처럼 공간이 개방돼 있어, 디자이너에게 ‘나만의 숍을 운영한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을 주기에 한계가 있었죠.”

✚ 디자이너를 위한 변화네요. 
“디자이너가 좀 더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소비자에겐 머리하는 동안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로위 신촌점은 180㎡(약 54평) 규모로, 미용 공간과 미용 시설을 갖췄다. 최대 12명의 디자이너가 입점할 수 있다. 1호점에서 발견한 빈틈들도 채웠다. 하지만 로위의 앞길이 탄탄대로일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공유미용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 공유미용실 시장의 경쟁이 부쩍 치열해졌어요. 
“맞아요. 최근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공유미용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 경쟁자가 많아졌는데, 불안하지는 않나요. 
“예상했어요(웃음). 긍정적인 면만 보려고 해요. 경쟁자가 늘었다는 건 미용산업의 생태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니까요.” 

✚ 어떤 의미인가요. 
“그동안 미용산업은 대형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어요.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죠.”

✚ 어떤 문제인가요.
“무엇보다 시스템 자체가 디자이너보단 미용실을 위한 것이었어요. 디자이너가 일한 만큼 노동의 대가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던 이유죠. 그렇다고 창업을 하기엔 리스크가 워낙 컸죠. 미용실 창업 후 폐업률이 1년 21%, 3년 41%, 5년 54%에 달할 정도니까요.”

✚ 그럼 지금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요. 
“탈脫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되고 있어요. 소비자는 인터넷을 검색해 미용실 브랜드가 아닌 원하는 디자이너를 찾기 시작했죠. 디자이너도 자신만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독립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박재혁 COO(운영이사)는 현장운영과 마케팅 ‧ 기획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사진=천막사진관]
박재혁 COO(운영이사)는 현장운영과 마케팅 ‧ 기획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사진=천막사진관]

✚ 공유미용실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옛것은 새로운 것으로 부단히 변화해 왔잖아요. 미용산업에서도 창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양 대표가 낙관만 하는 건 아니다. 냉철하게 시장을 보고 벤틀스페이스가 나아갈 길을 찾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가지 확신도 갖게 됐다. ‘디자이너가 만족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다. 

✚ 로위가 경쟁사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이유가 있나요.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는 점이에요. 1년 넘게 공유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입점한 디자이너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해왔어요. 다른 공유미용실들도 시행착오를 겪고 그 과정을 밟게 되겠죠.” 

✚ 어떤 점을 개선했나요. 
“근무 조건이나 복지 개선은 물론이고, 디자이너의 실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았어요.”

✚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공유미용실 창업을 준비할 때부터 수백명의 디자이너를 만났어요. 그들이 왜 잘됐는지, 왜 잘못됐는지, 노하우가 무엇인지를 분석했죠. 거기에 고객 데이터를 함께 파악해 어떻게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디자이너의 매출을 늘릴 수 있을지 전략을 짰습니다.”

✚ 성과가 있었나요.
“입점 디자이너의 ‘재계약률’이 우리의 성적표라고 생각해요,(웃음)”

벤틀스페이스는 1호점에 입점한 디자이너 5명 중 계약이 만료된 2명의 디자이너와 각각 2년씩 재계약했다.[※참고: 기본 계약 기간은 1년 단위다.] 이들이 벤틀스페이스의 시스템에 만족했다는 증거라는 점에서 뜻이 깊다.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벤틀스페이스의 공유미용실 1호점 ‘어포스트로피’로 1년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입점한 디자이너 5명 중 3명의 매출액은 3개월 만에 두배로 껑충 뛰었다. 의미 있는 숫자들이다. 

‘로위(LOWE)’는 ‘고객에게 위로를 선물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사진=벤틀스페이스 제공]
‘로위(LOWE)’는 ‘고객에게 위로를 선물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사진=벤틀스페이스 제공]

✚ 지금은 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지난해 CTO(최고기술경영자)를 새로 영입했어요. 신세계ㆍLGㆍSK 등 대기업에서 20여년간 개발자로 근무한 이상희 CTO와 함께 스마트 공유미용실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요.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고객관리솔루션(CRM)을 자체 개발했어요. 2호점 오픈과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디자이너에게 독립된 공간만큼 필요한 게 개별적인 영업관리 시스템이에요. 그동안 통합돼 있던 예약관리, 고객관리, 정산관리 등을 디자이너가 각자 할 수 있게 됩니다.”

✚ 소비자용 앱도 필요할 듯한데요. 
“준비 중입니다.” 

✚ 어떤 앱인가요. 
“시술 예약을 하는 건 카카오나 네이버 등 플랫폼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하지만 소비자는 원하는 스타일, 미용실, 디자이너를 검색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죠. 그래서 소비자를 위한 큐레이션 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앱에서 원하는 스타일과 그에 맞는 디자이너, 실시간 리뷰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벤틀스페이스는 향후 미용재료 유통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을 갖고 있다. 창업 전 자동차 제조사에서 6000억원 규모의 구매를 담당했던 양 대표의 경험을 십분 활용할 생각에서다. 

✚ 미용재료 유통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뭔가요. 
“미용업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미용재료 밀어내기예요. 제조사가 필요 이상의 물량을 공급해 미용실이 재고 부담을 떠안는 식이죠.” 

✚ 왜 그런 구조가 되는 거죠. 
“해당 제조사의 미용재료가 필요한 미용실로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재고 부담을 떠안기 때문이죠. 문제는 1인 미용실이 증가하면 그 문제가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로 넘어온다는 점입니다.” 

✚ 미용재료 유통은 언제부터 본격화할 계획인가요. 
“지금은 구매대행을 통해 입점 디자이너에게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미용재료를 공급하고 있어요. 직접 유통은 로위의 점포 수가 5개를 넘어서면 시작할 생각이에요. 계산대로라면 지금보다 40%가량 낮은 가격에 미용재료를 유통할 수 있을 듯해요.” 

✚ 벤틀스페이스의 다음 목표는 뭔가요. 
“2호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올해 안에 6호점을 여는 거예요.”

✚ 최종 목표는 뭔가요. 
“디자이너와 고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창업시장에 ‘만만한 길’은 없다. ‘불청객’ 코로나19처럼 돌발변수도 많고, 탁월한 경쟁자도 숱하다. 내 아이디어가 ‘나만의 것’이란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양 대표는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내실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최근 들어 깨달았습니다. 벤틀스페이스는 탄탄한 로위를 하나씩 늘려갈 겁니다.” 


글=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사진=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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