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실업대란 현실화

실업대란과 소비침체가 지표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근로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긴요하다.[사진=연합뉴스]
실업대란과 소비침체가 지표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근로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긴요하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이 장기화ㆍ세계화하면서 경제 충격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셧다운으로 사람과 상품의 이동이 줄거나 끊기면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 그 여파로 실업대란이 현실화했다.

휴업 등으로 일손을 놓은 ‘일시 휴직자’가 급증했다. 2월 일시 휴직자는 61만8000명.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만2000명(29.8%) 늘었다. 돌아갈 일자리가 있다는 이유로 아직은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휴직이 장기화하면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이미 일자리를 잃은 실업급여 신청자도 크게 늘었다. 3월 들어 19일까지 새로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10만3000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3만3578명) 급증했다. 휴업ㆍ휴직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주어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체가 올 들어 3월 20일까지 1만7800여곳. 이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배에 이르는 폭증세다.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소규모 관광ㆍ숙박ㆍ음식ㆍ운송업 등에서 실업급여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많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다른 서비스업과 제조업으로 번지고 있다. 또 생존 위기에 몰린 항공사부터 자동차ㆍ조선업 등에서 무급휴가나 권고사직ㆍ희망퇴직이 확산하고 있다.

실업대란은 소비 급랭을, 소비 위축은 실업자 양산으로 상호 충격을 미친다.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3월 소비자심리지수가 2월보다 18.5포인트 급락한 78.4로 집계됐다(한국은행 조사).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다. 정부가 10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고용유지지원금도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이를 집행하는 현장은 겉돌기 일쑤다. 

소상공인들이 긴급 운영자금 1000만원을 대출받으려면 마스크 구매 행렬보다 더 길게 몇 백m 줄을 서야 한다. 당장 밀린 직원 월급을 줘야 하고, 만기가 돌아온 어음을 결제해야 하는데 대출 자격에 미달한다거나 서류를 보완하라며 돌려세운다. 행정절차와 대출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이다.

정부가 6월말까지 석달 동안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비율을 90%까지 높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75%였던 지원 비율을 올린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해서다. 하지만 이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대상이다. 영세업체 근로자나 비정규직, 특수고용 근로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들은 여전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평균 임금의 70%를 받을 수 있는 휴업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180일 미만을 일한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요건 때문에 일용직들에게 실업급여는 그림의 떡이다. 까다로운 요건을 완화해 이런 취약계층도 일정액의 긴급휴업수당이나 재난급여 형태의 실업급여를 받도록 하는 대책이 요구된다.

취약계층일수록 쓰러지면 재기하기 어렵다. 개인과 가정의 삶도 걱정이지만, 국가적 사회적 충격과 비용도 커진다. 실업자 급증에 대비해 실업급여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단체가 건의한 ‘한시적 규제유예’도 검토하자. 2년간 규제를 유예하고, 유예기간 종료 후 부작용이 없으면 관련 규제를 폐지하자는 제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생필품 배달 요청이 많은데 대형마트는 휴일 영업규제로 온라인배송을 못한다. 당장 적잖은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데 주52시간 근로제로 인해 조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합리적 규제완화는 돈을 쓰지 않고도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길 중 하나다. 재정 부담 없이 기업투자를 촉진해 생산과 내수를 자극할 수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해외직접투자를 억제함으로써 국내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재난수당 성격의 현금성 지원도 중앙정부가 나서 교통정리하고 절실한 계층을 선택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맞다. 실업대란과 소비급랭이 지표뿐만 아니라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근로자가 기진맥진해지기 이전에 수액주사 처방이 절실하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창의적이고 실효성있는 비상대책을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한다.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일자리를 지키자. 그래야 코로나 진정 이후 빠른 경제 회생도 가능하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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