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충분 vs 부족… 600억 달러 갑론을박
한미 통화스와프 충분 vs 부족… 600억 달러 갑론을박
  • 강서구 기자
  • 호수 382
  • 승인 2020.03.3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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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규모 괜찮나

금융위기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한국을 괴롭히는 건 원·달러 환율이다. 급격한 환율 상승이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한미 양국이 체결한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적절한 ‘수’였다. 문제는 그 정도 규모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느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미 통화스와프를 둘러싼 엇갈린 견해를 취재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가능성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3월 2일 1194.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9일 1280원으로 7.2%(86원)나 상승했다(원화가치 하락).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초 1159.0원(1월 2일)과 비교하면 10.4%나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건 금융위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면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는 3월(2~25일) 18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14조5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하루 평균 7805억원의 순매도세를 기록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3월 20일 한미 양국이 600억 달러(약 73조86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좋은 수’였다. 한미 통화스와프 이후 달러당 1280.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3월 25일 1231.0원으로 3.82%(49원) 하락할 정도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참고: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의 화폐를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하는 외환거래다. 비상시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하지만 시장에선 다른 반응도 나왔다.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로는 외환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한미 통화스와프 이후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주장도 많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효과로 1245.0원까지(3월 20일)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음 거래일(3월 23일)엔 1273.0원으로 다시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나라가 맺은 통화스와프의 현황을 살펴보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통화스와프 체결 규모는 1932억 달러다. 규모별로는 미국(600억 달러), 중국(560억 달러), 스위스(106억 달러),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호주(81억 달러), 아랍에미리트(54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등의 순이다. 캐나다와는 사전한도 없는 통화스와프도 체결해 뒀다.

다자간 통화스와프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이 맺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의 384억 달러가 있다. 올 2월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4091억7000만 달러라는 걸 감안하면 외환보유액의 절반에 달하는 달러 유동성을 통화스와프로 마련해 둔 셈이다.

14조원 매도한 외국인투자자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통화스와프의 효용성을 각각 다르게 평가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 뒤 말을 이었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급한 불은 껐다. 통화스와프 이후 환율이 출렁인 것은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미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중앙은행이 위기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다. 미국의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계획 등을 봤을 때 추가적인 통화스와프 필요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의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거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환율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며 “미국이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나서고 있는 만큼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의 고점은 1300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좋아졌다는 점도 자본 유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통화스와프로는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부) 명예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미 통화스와프로 원·달러 환율이 잠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급등한 사례가 있다”며 “금융위기의 확산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해도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라며 “통화스와프의 규모를 더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통화스와프를 확대하고 외환보유고를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2월 외환보유액이 4091억7000만 달러로 전세계 9위 규모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바로 찾아 쓸 수 있는 예치금의 규모는 271억 달러로 전체의 6.6%에 불과하다. 위기 시 가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금은 540조원가량(2월 기준)이다. 외국인이 3월 14조원을 팔았다는 걸 감안하면 외국인 자금이 고작 2.5% 빠질 때 환율이 80원 이상 급등한 셈이다. 최악의 경우 미 주가하락→미 펀드 환매→외국인 주식 매도→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엇갈린 통화스와프 평가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2~3중의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정부 당국자들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한국이 각종 위기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의 현금인출기(ATM)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해외채무 4670억 달러(2019년말 기준) 중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가 32.9%(1345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도 통화스와프와 외환보유고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김대종 교수는 “진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그 어떤 나라의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불과하다”며 “올 1분기 기준 34%에 달하는 단기외채 비중과 높은 수출 의존도 등을 감안하면 외환시장 안정장치가 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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