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잘뽑자❸ 영입인재] 평범한 법안 성적표 그 나물에 그 인재
[더스쿠프 잘뽑자❸ 영입인재] 평범한 법안 성적표 그 나물에 그 인재
  • 김정덕 기자
  • 호수 382
  • 승인 2020.03.31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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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 특집 제2막 영입인재
의미 있는 법률도 만들었지만
대표발의 가결률 형편없어
정당, 영입인재 선별 책임져야

선거철이 되면 정치신인이 전면에 등장한다. ‘영입인재 ○호’라는 타이틀을 달고서다. 국민들은 영입인재를 보면서 ‘당’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가늠한다. 영입인재 때문에 웃고 우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다. 문제는 영입인재가 ‘초반 기세’만큼 국회를 변화시켰느냐다. 입법자로서 얼마나 혁신적이고 전문적인 법안을 냈는지도 의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대 총선 영입인재의 성적표를 내봤다. 21대 총선특집 잘뽑자 제3막 ‘영입인재’ 편이다. 

정당들은 선거 때만 되면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지만, 영입인재들의 입법활동 성적은 기존 국회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정당들은 선거 때만 되면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지만, 영입인재들의 입법활동 성적은 기존 국회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저만치 밀려나 있던 총선 이슈들이 좁은 틈을 비집고 나오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각 정당이 전략적으로 영입한 새로운 인물 관련 소식이다. 정당 입장에서 인재 영입을 통한 여론 만들기는 중요한 과제다. 화제성이 강한 인물을 영입해 적절히 이용하면 선거승리뿐만 아니라 정치판도를 흔드는 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다. 정치 신인을 육성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세대교체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금의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도 한때는 영입인재였다. 돌베개출판사 대표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87년 평화민주당이 제13대 총선(1988년)을 겨냥해 영입한 인재다. 이 대표는 서울 관악구 후보로 공천받아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그렇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후 2019년 1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 입당,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됐다. 

정당 역사는 영입인재의 역사

이들만이 아니다. 정세균 국무총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천정배ㆍ정동영 민생당 의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모두 영입인재로 출발했다. 정당의 역사가 인재 영입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인재 영입이 정당에만 이득을 주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정치 참여의 기회를 확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인물들을 비례대표 앞번호에 배치했는지를 보면 정당의 향후 지향점을 가늠해볼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여성이자 장애인인 최혜영 강동대(사회복지행정학) 교수, 김병주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이수진 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변호사인 양정숙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등을 영입해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올렸다.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한국금융연구원장 출신의 윤창현 서울시립대(경영학) 교수, 효림산업 대표인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 이종성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조수진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을 비례대표 후보로 세웠다. 여성과 장애인, 안보, 경제 등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시그널이다. 

문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국회에 입성한 영입인재들이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 20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영입인재 61명의 입법 활동을 분석해봤다. [※참고 : 표본은 각 정당의 비례대표의원들에 각 당이 발표하는 영입인재를 더했다. 별도 영입인재가 없을 경우, 일부 정치신인을 포함했다.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정당별 인원수는 통일했다. 입법활동 기준은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이며, 정당명은 20대 총선 당시 당명을 기본으로 사용했다.]

국민의당 가결률은 왜 높았나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20대 국회의 영입인재들이 대표발의한 법률안은 총 6만2773건이었다. 영입인재 1인 평균 대표발의 건수는 79.1건이었다. 20대 국회의원 1인 평균 대표발의 건수(71.8건)와 비교하면 많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임기 4년으로 환산해보면, 월평균 1.6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셈이다.

대표발의 법안의 가결률 역시 6.3%로 전체 의원 평균(6.2%)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영입인재 의원 대부분이 자타가 공인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이고, 의욕이 넘쳐야 하는 초선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결과다. 

 

게다가 영입인재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69.2%(3월 25일 기준)는 계류 중이다. 많은 법안들이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될 예정이라는 얘기다. 대표발의 법안의 22.8%는 대안반영폐기 혹은 수정반영폐기됐다.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하고 폐기되거나 철회된 법안은 1.7%였다. 

눈여겨볼 점은 여든 야든, 의석수가 많든 적든 대표발의 법안 가결률과는 무관했다는 거다. 더불어민주당(총선 직후 123석) 의원들의 대표발의 건수는 1718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가결 건수는 69건(4.0%ㆍ이하 가결률)에 그쳤다. 반면 새누리당(구 자유한국당, 현 미래통합당ㆍ총선 직후 122석) 의원들의 대표발의 건수는 1181건에 불과했지만, 가결 건수는 92건(7.8%)으로 훨씬 많았다. 

흥미로운 건 국민의당(옛 바른미래당, 현 민생당 등ㆍ총선 직후 38석) 소속 의원들의 활동 내역이다. 이들은 1636건의 대표발의 법안을 냈는데, 가결 건수는 143건(8.7%)으로 거대 양당보다 많았다. 국민의당이 신생정당이었던 만큼 의원들도 꽤 의욕적으로 의정활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 참고: 정의당 의원들의 대표발의는 291건이었지만, 단 한건도 가결시키지 못했다. 정의당의 경우 극소수 정당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지만 그럼에도 4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단 1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건 아쉽다.]

주목할 만한 법률도 있어

영입인재 의원별 대표발의 건수를 비교해보면 개개인의 편차도 컸다. 대표발의 건수도, 가결 건수도 가장 많았던 의원은 김종회 국민의당(현 무소속) 의원이었다. 대표발의는 180건, 가결 건수는 48건(26.7%)으로 다른 의원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표발의 건수가 가장 적었던 의원은 이상돈 국민의당(현 무소속) 의원으로 20건에 불과했다. 가결 건수가 가장 적었던 의원은 정의당을 제외하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인데, 1건도 가결시키지 못했다.

 

물론 20대 영입인재 의원들의 입법활동을 대표발의 가결 건수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가결 건수와 무관하게 국민을 이롭게 하는 의미 있는 법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는 의원들도 없지 않다.입법활동의 내용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주목을 받았던 표창원 의원은 미성년자 성폭행 범죄자를 1대1로 전담 관찰하는 것을 허용하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일명 조두순법)’을 개정했다. 이 법은 발의 1년 만에 통과됐다.

천재수학자로 주목을 받았던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과학ㆍ수학ㆍ정보 교육 진흥법’을 개정했다. 이 법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에게 ‘선행학습을 전제로 수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책무를 부과한 법이다. 공교육 현장의 질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법이었던 셈이다. 

민변 사무차장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순위 투표에서 여성 중 1위를 차지했던 이재정 의원은 ‘지방공무원법’ 개정했다. 이 법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소속의 소방청을 설치하고, 지방소방공무원을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덕분에 말 많고 탈 많던 지방소방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순위 투표에서 남성 중 1위를 차지했던 김현권 의원 역시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린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는 ‘식생활교육지원법’을 일부 개정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과일과 채소를 간식형태로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농민도 살리고 학생들의 건강도 챙긴 일석이조 법으로 평가받는다. 

 

고졸이었지만 사내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KT 전무에 오른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ICT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다짐을 입법활동으로 실현했다. 송 의원은 ‘물류정책기본법’을 개정했는데, 이를 통해 클라우드컴퓨팅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물류 기업들이 도입할 때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가려움을 긁어줬다. 개정 전 보험업법에 따르면 법인보험대리점은 보험협회 홈페이지에 경영현황 등 업무상 중요사항을 반기별로 공시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경제적 제재조항이 없었다. 채 의원은 의무 미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해 공시제도가 실효성을 갖게 하고, 국민의 알 권리도 충족했다. 

영입인재, 정당들이 솎아내야

중요한 건 그럼에도 영입인재 의원들의 입법활동은 전반적으로는 평범했다는 거다. 영입인재가 일으킨 바람은 ‘찻잔 속’에만 머무르기 일쑤였다. 영입인재의 역할이 분명히 있지만, 큰 변화를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다. 정당들이 참신하고 성실하며 끈기 있는 영입인재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비례대표는 국민들이 솎아낼 수 없어서다. 21대 총선에도 각 정당이 영입한 인재들 출사표를 던졌다. 그 나물에 그 밥을 바꿔놓을 인재를 뽑는 건 국민의 몫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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