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용가 최승희

➊남화연, 사물보다 큰, 4채널 영상, 25분 47초, 2019-2020년, 사진: 김익현  ➋남화연, 칠석의 밤: 아카이브, 퍼포먼스 기록, 사운드, 3분 57초, 2020년
➊남화연, 사물보다 큰, 4채널 영상, 25분 47초, 2019-2020년, 사진: 김익현 ➋남화연, 칠석의 밤: 아카이브, 퍼포먼스 기록, 사운드, 3분 57초, 2020년

최승희(1911~1969년)는 격동의 시대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천재 무용가였다. 음악ㆍ미술ㆍ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다뤄질 만큼 그의 예술적 영향력은 지대했다. 남화연도 그에게 주목했다. 남화연은 한정적으로 남아있는 최승희의 기록들을 수집해 작업의 기반으로 삼아왔다. 

남화연의 개인전 ‘마음의 흐름’은 수년간 진행해 온 최승희 연구 과정을 바탕으로 한다. 영상 작업을 비롯해 설치ㆍ아카이브 자료ㆍ퍼포먼스 등 작품들을 소개한다. 남화연은 최승희 관련 자료 속 정지된 이미지엔 없는 시간과 움직임에 개입해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품명은 대부분 최승희의 안무 제목에서 가져왔다. 

2014년 남화연은 최승희의 안무 ‘마음의 흐름’ 사진 2장과 당시 공연의 짧은 평론을 참고해 드로잉ㆍ사운드ㆍ포스터 등을 작업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마음의 흐름(2020년)’은 빛과 소리를 포함한 설치로 형태를 바꿔 등장한다. 전시장 2층에 설치된 작품에서 조명이 춤추듯 바닥 설치물을 비추며 움직임을 표현한다. 

4채널 영상작업 ‘사물보다 큰(2020년)’은 교차하는 북해 풍경과 함께 화가 쿠르베가 그린 바다 이야기, 일본 친구가 적어 보낸 바다 일지, 최승희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➌남화연, 습작, 유토, 철사, 나무, 2020년, 사진: 김익현  ➍남화연, ‘세레나데’ 설치 전경, 단채널 영상, 7분 24초, 2020년, 사진: 김익현
➌남화연, 습작, 유토, 철사, 나무, 2020년, 사진: 김익현 ➍남화연, ‘세레나데’ 설치 전경, 단채널 영상, 7분 24초, 2020년, 사진: 김익현

3층에서는 작가가 수집한 아카이브 자료를 자신의 관점으로 풀어낸 작업들을 선보인다. 먼저 입구에는 최승희가 최초로 모던 댄스를 춘 ‘세레나데(1927년)’의 사진자료와 사진 속 포즈를 엮은 영상작업 ‘세레나데(2020년)’가 놓여있다. 로댕의 ‘키스’에서 영감 받았다는 최승희의 ‘습작(1935년)’은 퍼포먼스 영상과 점토로 형상화한 ‘습작(2020년)’으로 나타난다. 

‘칠석의 밤: 아카이브(2020년)’는 일본군을 위한 위문공연으로 친일논란을 일으켰던 최승희의 공연 ‘칠석의 밤(1941년)’에서 가져왔다. ‘풍랑을 뚫고(2019년)’는 최승희의 작품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궤적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그림자 모양으로 서로 어우러지고, 떨어졌다가 다시 어우러지는 그림과 같은 ‘듀엣’이다.” 최승희의 안무 ‘마음의 흐름’을 묘사한 오래전 기록은 이번 전시에도 적용된다. 마주했다가 다시 거리를 두는 이 안무처럼, 다른 시대의 서로 다른 두 사람은 듀엣처럼 드러났다가 사라지며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5월 2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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