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맞벌이 부부 재무설계 中

“언젠간 오르겠지.” 주식으로 손해를 본 이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장세가 불안정한 상황이라면 빠르게 ‘손절’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출금이 많이 쌓여있는 경우엔 주식을 처분해 대출금을 갚는 과감한 결단도 도움이 된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30대 부부의 대출금을 줄여봤다.

대출금은 가급적 빨리 상환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출금은 가급적 빨리 상환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30대의 젊은 나이에 집을 2채나 보유하고 있는 이형섭(35세·가명)씨와 심연희(33세·가명)씨 부부. 언뜻 부부의 상황은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집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주거 목적으로 3억8000만원에 매입했던 아파트는 현재 4억7000만원대에 거래된다. 매매한다면 당장이라도 1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세를 놓은 오피스텔(1억7900만원)의 시세도 3억7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임대료도 매월 100만원씩 꼬박꼬박 나오고 있으니, 이씨 부부로선 나름 재테크에 성공했다고 자부할 만하다.

그렇지만 부부의 마음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모두 ‘빚더미’ 위에 세운 집이라서다. 이씨 부부가 부동산에 투자한 돈(5억5900만원) 중 대부분은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현재 잔액 4억5380만원)이다. 실제 부부가 투자한 액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1억원이 전부다. 이쯤 되면 이씨 부부가 아니라 은행이 집을 샀다고 봐도 될 정도다.

대출 액수가 상당한 만큼 부부의 재무상황도 좋지 않다. 부부는 한달에 680만원(남편 310만원·아내 270만원·임대소득 100만원)을 벌고 있는데, 그중 252만원이 대출상환금으로 빠져나간다. 전체 소득의 37%를 빚을 갚는 데 쓰다보니 저축은 일찌감치 포기해야만 했고, 매월 40만원씩 적자도 나고 있었다.

이씨가 관리하고 있는 주식(4326만원)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상당 부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3000만원)으로 구성돼 있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장세가 좋지 않은 데다 이씨의 투자성적도 신통치 않아 지금은 추가 투자를 멈춘 상태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것만으로 힘에 부치는 상황, 이씨 부부가 저축할 여력을 갖추기 위해 재무상담을 찾은 이유였다.

현재 부부의 자산 관리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남편 이씨가 도맡아서 하고 있다. 아내 심씨는 “재테크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돈 관리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부부가 재산을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부부간의 불화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이씨가 관리하는 주식만 해도 그렇다. 원금이 자꾸 손해를 보자 이 문제로 부부가 말다툼을 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재무상담에선 심씨가 주도적으로 재무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녀 출산 비용, 둘째 출산 후 심씨의 1년 휴직 비용, 대출금 상환, 양가 부모님 용돈 마련, 비상금 확보, 노후자금 등의 목표가 설정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여보자. 먼저 식비(70만원)다. 남편 이씨는 회사 식권(5000원)으로 점심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식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더구나 부부는 외식비(60만원)를 따로 지출항목으로 잡을 정도로 외식이 잦다. 식비에 50만원씩 들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얘기를 들어보니 부부는 식자재를 사다놓고 먹지 않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조금 귀찮더라도 외식 횟수를 줄이고 집에서 요리하는 것으로 식비를 줄이기로 했다. 따라서 식비는 70만원에서 30만원으로 40만원 줄었다. 자연히 외식비도 60만원에서 30만원으로 30만원 줄일 예정이다.

다음은 통신비(18만원)다. 부부는 고가 스마트폰을 쓰느라 할부금(총 6만원)을 내고 있다. 스마트폰 기기값도 할부수수료(5.9~6.1%)가 적용되므로 엄연히 빚이다. 일단 이씨의 주식을 일부 매도해서 스마트폰 기기값을 전부 상환하기로 했다. 인터넷 스트리밍(1만원) 비용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부부가 유일하게 함께 즐기는 취미생활이라서다. 따라서 통신비는 18만원에서 12만원으로 6만원 줄었다.

부부의 용돈(총 100만원)도 줄이기로 했다. 부부의 소득 수준에 비해 지출 금액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사용처를 물어보니 이씨는 친구들과의 술자리나 당구 내기에 쓴다고 했다. 여러 재무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모임은 좀 줄일 필요가 있다. 심씨도 담배와 커피, 화장품 등에 지출하는데, 앞으로는 구매 횟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따라서 부부의 용돈은 각각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20만원 줄였고, 총 40만원을 절감했다.

부부의 좋지 않은 지출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월 30만원이 나가는 의류비도 문제였다. 부부가 맞벌이 직장인인 점을 감안해 10만원씩만 줄이기로 했다. 또한 앞으로 가능하다면 의류비 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월 20만원씩 240만원 한도 내에서 지출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맥락에서 휴가비용(연 300만원)도 줄이기로 했다.

아직 30대 중반인 부부는 젊었을 때 최대한 해외여행을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틀린 건 아니지만 지금의 소득 수준에서 휴가비용은 조금 많은 수준”이라고 설득했다. 부부는 매년 가던 해외여행 횟수를 줄이고 국내 여행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휴가비용은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100만원이나 절감됐다. 둘째를 출산할 계획을 갖고 있는 부부를 위해 ‘빚’도 조금씩 줄여나가자고 제안했다. 필자의 권유를 받아들인 이씨는 주식을 전부 팔아 대출금 중 일부(4000만원)를 상환했다. 이에 따라 월 대출상환금이 252만원에서 215만원으로 37만원 줄었다.

이씨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두 사람은 식비(40만원)·외식비(30만원)·통신비(6만원)·용돈(40만원)·의류비(10만원)·휴가비용(월평균 9만원)·대출상환금(37만원) 등 총 172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로 인해 월 40만원씩 적자가 나던 가계부도 132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이씨의 노력이 컸다. 싱글 때부터 공을 들여온 주식을 과감하게 모두 처분하기로 결단한 덕분이다. 이씨는 앞으로 어떤 재테크를 하든 아내 심씨와 함께 숙고해서 진행하기로 약속도 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부부는 주택청약적금통장(2만원) 외에 저축을 해본 경험이 없다.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의 필요금액과 준비기간에 걸맞은 상품을 준비해야 하는데, 저축경험이 전무한 이씨 부부에겐 벅찬 일이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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