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주행 괜찮을까

최근 헌법재판소가 ‘이륜차(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 금지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오토바이는 아직 위험하다’는 게 이유인데, 언제까지 오토바이의 통행을 금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헌재 역시 보충의견을 통해 “대형 오토바이(260㏄ 초과)는 단계적으로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토바이 통행 규제, 유지해야 할까 조금씩 풀어야 할까.
 

배달 운전자들의 나쁜 운전습관이 오토바이에 관한 이미지를 더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배달 운전자들의 나쁜 운전습관이 오토바이에 관한 이미지를 더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진입을 허용하자” “안 된다”.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 허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이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오토바이 통행을 금지하는 현행 도로교통법 조항은 헌법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 반론도 만만찮다. “일반도로에서도 위험천만한 곡예 운전을 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해 준다면 사고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운전문화부터 바뀐 다음에 생각해볼 문제다.”

그런데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는 도로교통법은 위헌’이란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을 기각할 때 헌법재판소는 두 논리를 모두 사용했다. 

제도 밖에서 떠도는 오토바이

헌재는 오토바이의 사고 위험성을 들어 “고속도로 통행금지는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보충의견을 통해 “일반자동차와 동등한 주행성능을 지닌 대형 오토바이(260㏄ 초과)는 단계적으로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고 : 오토바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전엔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88올림픽 당시 ‘도로질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유로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을 금지했던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통행금지 규제를 없애려는 시도는 더욱 다양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교통문화는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할 만할까. 필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오토바이의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걸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운전 환경은 선진국 수준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만 해도 2015년 4621명에서 2019년 3349명으로 4년 만에 27.5%나 감소했다. 그럼에도 자동차 운전면허제도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운전자의 안전운전 인식이나 교육도 여전히 부족하다. 오토바이는 더욱 심각하다. 보도와 차도의 구분도 없이 다닐 정도다. 

이는 오토바이 관련 제도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면허ㆍ정비ㆍ보험ㆍ검사ㆍ폐차에 이르기까지 오토바이 제도 중 제대로 된 것을 찾기 어렵다. 오토바이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탓에 오토바이가 겉돌고 있다는 거다. 

더욱 큰 문제는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와 도로교통법 관장기관인 경찰청은 상황을 개선할 의지조차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 허용 논란은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다. 이런 가치 없는 논쟁을 벌이지 않으려면 제도적 허점부터 메우는 게 순서다. 

우선 라이딩을 즐기는 오토바이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고속도로 운행은 별 쓸모가 없다. 괜한 과시욕에 목숨을 거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라이더는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라이더들이 열어주길 원하는 건 자동차전용도로다. 

 

이 문제는 꽤 심각하다. 일반도로가 갑자기 전용도로로 이어져 자신도 모르게 진입하는 경우도 많고, 전용도로를 이용할 때 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수십분씩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오래전 지정된 전용도로 중에는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생기면서 전용도로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경우도 많다. 경찰청은 이런 실태를 조사해서 전용도로를 해제해 일반도로로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 

대형 오토바이를 신고제가 아니라 자동차처럼 등록제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그러면 대형 오토바이가 자동차 군群에 자연스럽게 편입돼 자동차와 동일한 권리와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대형 오토바이는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비싼 경우도 많지만, 신고제 때문에 재산권을 인정받지는 못하면서 자동차세는 꼬박꼬박 부담하고 있다. 권리는 없고 책임만 부여받는 이상한 상황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거다. 권리를 부여한 후에 전용도로에서 문제가 생기면 확실한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다. 

신고제 아닌 등록제 고려해야

물론 제도적 허점을 정비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운전 문화 개선이다. 보도를 아무렇지 않게 드나드는 식의 운전이 계속된다면 오토바이의 통행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보도에서 위협받는 시민들이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호의적일 리 없어서다. 무엇보다 오토바이의 주행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도 무수히 많은 오토바이 관련 협회는 선진형 운전문화 정책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젠 오토바이 유관협회들도 운전 문화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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